사랑의 모닥불

요즘은 울워스나 콜스, 알디, 톱라이드쇼핑센터… 이런 델 가면 괜스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서로서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제 곁을 바짝 가깝게 스쳐 지나가면 저도 모르게 순간 숨을 멈추는 버릇도 생겼습니다. 바깥에 나갔다 오면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물론, 세수까지 해야 하며 입고 나갔던 옷도 탈탈 털어둬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열심히 지키고 있습니다.

외부노출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긴 하지만 참 많이 답답합니다. 원래 무슨 일이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이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여기저기를 쏘다니던(?) 소소한 즐거움을 빼앗긴 박탈감이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GYM은 셧다운 발표가 나기 전 지레 겁을 먹고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그나마 외부 운동이 아직까지는 허용이 돼서 매주 토요일 아침 산행을 계속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물론, 전처럼 단체로 걸으며 담소도 나누고 맛있는 간식을 나눠먹던 즐거움은 빼낸 상태이지만 말입니다.

외출 금지 혹은 자제령 속에서 ‘낚시는 할 수 있는 거야, 못하는 거야?’ 주무부처 사이에서도 한동안 헷갈렸던 이 문제가 마침내 ‘할 수 있다’로 판명이 돼서 가슴이 답답한 저녁시간에는 가끔 낚싯대를 챙깁니다.

제가 찍어 보낸 장어 사진을 보고 ‘한국에는 자연산 장어가 절대 없다’며 침을 흘리는 후배기자를 유혹(?)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며칠 전에는 다 잡았던 5kg 아니, 7kg쯤 되는 대물 갑오징어를 마지막 순간에 눈앞에서 놓치는 찌질함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입질을 받아 아내가 열심히 끌어올린 몬스터급 갑오징어를 제가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해 바로 눈앞에서 잃어버리고 만 겁니다. 시껍한 녀석이야 놀란 가슴을 달래며 줄행랑을 쳤지만 부러진 낚싯대를 손에 든 저의 망연자실함과 자괴감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너무 억울해 다음 날 밤 다시 낚싯대를 챙겼지만 설욕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약아빠진 녀석들은 애꿎은 옐로테일 미끼만 계속 따가며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점점 거칠어지는 파도 때문에 우리는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낚시는 물고기를 잡으면 더 좋지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힐링이고 행복입니다. 온 사방이 답답함으로 가득한 요즘, 낚시는 우리에게 유일한 돌파구가 돼주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모든 것이 얽히고 설켜 혼돈의 상태가 된 요즘이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도 하나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린 한인청년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기고 집세도 못내 노숙을 해야 할 입장에 놓인 청년들도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이스트우드상우회 단톡방’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에 이스트우드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나서 워홀러들을 비롯한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일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그 주역들은 안 그래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스스로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스트우드상우회 회원들입니다.

이분들은 정성껏 만든 김치볶음밥, 장조림, 김치, 라면, 김밥, 빵, 우유 등을 도움이 절실한 한인청년들에게 제공해주고 있고 청년들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작게 시작된 이 운동은 이스트우드는 물론, 시티, 스트라스필드, 리드컴 등 여러 지역 청년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고 있고 이들을 위한 자발적 동참과 후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입장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따스함을 펼쳐나가는 이스트우드상우회 회원들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한인사회에 따스한 사랑의 모닥불을 지피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도 이 같은 일을 마냥 계속하기에는 역부족일 터…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모두가 다시 활짝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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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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