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보다 가족과 매일의 삶에서 행복 나누는 것
방과후 아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아이를 만나서 차에 막 태우려는데 아이가 제 손을 끌며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저를 데리고 간 곳은 아이들이 놀고 있는 놀이터였는데 몇 걸음 그 곳으로 함께 가던 도중 지인을 만났습니다.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제 아이가 뛰어오더니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다 했는데 자신을 보지 않았다고 하면서 삐쳐서 차로 가버렸습니다.
01_바쁘다는 핑계로 놓쳐버리는 소중한 것들
아이는 제가 놀이터 근처까지 함께 가자 제가 보는 줄 알고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멍키바 (구름다리)에 올라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매달리기를 힘들게 다했는데 제가 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난 것이었습니다.
다시 해보라고 말을 했지만 아이는 이미 마음이 많이 상해 있어 더 이상 저에게 멍키바 타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게 된 것입니다. 아이에게 많이 미안해졌습니다. 늘 일과 타인에게 부모를 양보해야 하는 아이는 자신의 존재감이 부모의 일보다 또 타인보다 더 작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소중한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놓쳐버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소중한 것은 우리가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후회하는 일일 것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내가 어제 세일할 때 옷을 조금 더 샀어야 했는데. 내가 프로젝트를 좀 더 잘 했어야 했는데. 경기가 좋을 때 투자를 좀 더 해놓았을 것을. 공부를 좀 더 해서 학위를 땄어야 했는데…”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죽음을 앞두고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내 아내에게 더 많은 사랑을 표현했으면 좋았을 것을. 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것을. 천국을 위해 더 많이 준비할 것을.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을 것을…”이 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02_가족 향해 후회 없는 사랑 베풀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가족과 매일의 삶에서 행복을 나누는 것에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저희 어머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해외에 살고 있던 4명과 한국의 2명 모두 6남매가 모여 몇 주 동안 어머님의 임종을 지켜드렸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바쁜 삶을 제쳐두고 어머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을 마친 후 다들 평안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가족을 향해 후회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족들은 가정이 베풀어주는 사랑이라는 양식을 먹으며 자라나기 때문에 그 양식이 풍족하면 할수록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그 다지 공평한 곳이 아닙니다. 또한 아이들의 실수에도 그다지 관대하지 않습니다. 작은 실수에 비난과 질책을 받기도 하는 곳이 세상입니다. 그런데 가족을 통해 사랑과 충분한 격려를 받은 아이는 웃음 거리가 되거나 또는 비방의 대상이 되고 판단의 대상이 될 때도 그것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지게 됩니다.
03_지금부터 부부 애정통장에 저축 많이 해야
세상이 주는 소리보다 내면에서 가정으로부터 받았던 격려의 소리가 더 강하게 메아리 쳐서 내면에 울려 퍼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잘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재능과 강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정에서 아이들이 그리고 부부가 위로 받고 격려 받고 건강한 자존감과 사랑을 경험하는 장소가 되도록 애쓰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일보다도 다른 사람들보다도 자신이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는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님들은 자녀와 질적인 좋은 시간 그리고 양적으로도 충분한 시간을 더 많이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부부 사이에는 아이들이 떠난 다음 서먹한 관계가 되지 않고 더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서로의 애정통장에 저축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놀이터에서 미안해진 저는 아이와 다음 주에 단둘만의 데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내 아이가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더 알아가고 저와의 관계의 거리를 더 좁혀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 중요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후회 없는 인생을 사시기를 축원합니다.
글 /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학장·호주한인생명의전화 이사장·상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