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향력

과거의 실타래 풀어내는 작업은 현재의 많은 관계 해결의 좋은 방법

과거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일 뿐이고 현재와는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매여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 특히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처들은 한 사람의 영혼에 많은 생채기를 내고 평생 영향을 많이 끼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상처를 되씹고 묵상하고 그 상처에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며 그 상처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01_자신이 태어난 가정에 융합되지 않고 건강하게 분리돼야

어떤 이는 “나는 과거에 이렇게 많은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에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거야. 누구나 나를 이해해주어야 해” 라고 말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늘 변명을 늘어놓곤 합니다.

알코올 중독자 가정에 태어난 자신을 연민하며 불쌍히 여기며 자신도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가 일찍 어머니와 헤어졌기 때문에 아버지 상이나 남편 상에 대한 이해함이 없는 것을 내 아내가 이해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합리화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과거의 일로 늘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때 내가 잘못된 사업을 선택만 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나는 잘 살고 있을 텐데… 나의 좋았던 젊은 시절을 늘 이야기하면서 현실을 한탄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과거에 도박으로 인해 돈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끼쳤다고 생각하며 로또가 당첨되면 그 손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도박에서 여전히 손을 떼지 못하는 분이 계십니다.

또한 한 사람을 평생 미워하면서 마음 속에 적개심과 분노를 계속해서 키워나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상을 겪은 후 그 고통을 반복해서 경험함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분도 계십니다. 위에 언급한 모든 예들은 한 가지로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 들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떻게 과거를 잘 정리하고 청산함으로 현재와 미래의 삶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가족치료의 아버지인 머레이 보웬 (Murray Bowen)은 이전 세대로부터의 분화 (differentiation)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정신분열병 환자들을 많이 연구했는데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대부분 3대에 걸쳐서 가정 안에 얽힌 관계의 문제가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한 사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이 태어난 가정에 융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건강하게 분리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가족의 발달단계를 살펴보면 처음 단계가 집 떠나기 (leaving home)입니다.  젊은 남성이 성공적으로 집을 떠나지 못하고 친밀한 관계가 지속될 때 새로운 결혼은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됩니다. 건강한 한 성인으로서 집 떠나기를 하지 못한다면 새로 만드는 가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할뿐더러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태어난 가정을 의지하고 돌아가려고 하는 경우 건강한 결혼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02_배우자에 대한 태도에 과거의 영향력 섞여 있지 않나 살펴봐야

한국의 경우, 아이의 삶을 엄마들이 철저히 간섭을 하고 아이는 엄마를 너무나 의지하다 보니까 대학에 가서 과목 수강신청도 엄마가 대신해주고 성적표의 결과에 대한 불평도 엄마가 대신 그리고 심지어 취업에 실패한 경우에도 엄마가 전화를 해서 우리 아이가 왜 떨어졌는지를 모르겠다고 하면서 문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아동치료사들이 말하기를 요즘 대학생들의 정신상태가 어려서 대학생들에게도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놀이치료가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합니다. 원가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성인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기가 어려울뿐더러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한 분은 엄마와 너무나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결혼 후에 아내와 성관계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엄마를 자신의 보호자이자 애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던 이 남성은 그 동안 자신의 성적인 욕구를 많이 눌러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성에 대한 억압이 아내와의 관계로 옮겨가 아내와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웠던 것입니다.

<가족의 두 얼굴>을 쓴 최광현 교수님은 과거의 영향력을 1+1으로 묘사합니다. 우리가 배우자에게 무심결에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배우자의 문제 플러스 과거의 영향력이 섞여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배우자에 대한 반응과 태도에 과거의 영향력이 섞여 있지 않나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관계를 건강하게 풀어 나가는 중요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작업은 사람을 건강하게 할 뿐 아니라 현재의 많은 관계들을 해결해나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를 찾아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시기를 축원합니다.

 

글 / 김 훈 (목사·호주한인생명의전화 원장·상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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