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의 매력?!

세 달 전쯤 선배 지인부부와 다녀왔던 곳입니다. 그때의 2박 3일 캠핑 기억이 너무너무 좋아 우리 산행팀 멤버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조금 추울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은 다같이 한번 가보자’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 우리는 그곳에 다시 텐트를 쳤습니다.

2월 하순에 갔을 때는 텐트 안이 너무 더워 침낭을 걷어찼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가을의 끝자락, 거의 겨울이었기에 모두들 핫 워터 보틀 (Hot Water Bottle) 하나씩을 껴안고 잔 모양입니다. 그런 걸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는 첫날 살짝 추위를 느끼긴 했지만 2박 3일 내내 맨발로 캠핑장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며 시작한 캠핑이었지만 몇 번 하다 보니 조금은 중독이 된 듯싶습니다. 이번에도 2박 3일의 시간은 정말이지 눈깜짝할 새에 지나버렸고 돌아와서 재보니 몸무게가 1.5킬로그램이나 늘어 있었습니다. 하긴 허구한날 먹고 마시고 놀기만 했으니 그럴 만도 했겠습니다.

추울 때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장어를 잡아보겠다며 낚싯대를 던져 넣었더니 믿기지 않게도 쓸만한 녀석이 하나 덤벼들어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낮의 송어 낚시에서는 그곳이 낚시포인트가 아니었던 탓인지 입질 한번 못 받고 낚싯대를 접어야 했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서 또래친구와 1리터짜리 스카치위스키 두 병을 밤을 꼴딱 새며 비워냈습니다. 그럼에도 술에 취하지도 속이 쓰리지도 않았던 걸 보면 ‘역시 술은 좋은 곳에서 기분 좋은 상태로 마셔야 하는 건가 보다’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습니다.

별이 쏟아지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모두들 담소를 즐기는 동안 혼자 슬며시 그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올려본 밤하늘… 남십자성을 비롯한 수많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처럼 영롱했고 그 사이사이로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은하수들이 그 모습을 완연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두 팔을 들어올리며 크게 심호흡을 하자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이 계절을 실감케 했고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 캥거루 몇 마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웜뱃은 한 마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지난번에 만났던 장난꾸러기 포썸은 변함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웬 겨울캠핑? 하지만 한번 해볼만하다는 생각입니다. 글렌 데이비스 Coorongooba Campground (Capertee River Trail, Glen Davis NSW)까지는 쉬엄쉬엄 가면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이 걸립니다. 가는 길에 젤리와 사탕의 천국(?) 롤리버그 (2297 Great Western Hwy. Little Hartley NSW)도 들르고 Pearsons Lookout (Castlereagh Hwy. Capertee NSW)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천하절경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됩니다.

캠핑장에 이르기 전 20분 남짓 동안의 비포장도로… 하지만 길이 험하지 않아 4WD가 아니어도 충분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캠핑장 도착 5분 전쯤에 헷갈리는(?) 지점이 한군데 나옵니다. 초행길의 우리 산행팀 멤버들도 예외 없이 마을까지 들어갔다가 돌아 나왔다는데 비포장길에 접어들어 15분쯤을 달리면 글렌 데이비스를 알리는 작은 안내판에 이어 Goora St. 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곧바로 가면 마을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잊지 말고 왼쪽으로 꺾어 5분쯤을 더 가면 병풍에 둘러싸인 듯 아늑한 캠핑장이 나옵니다.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하면 아주 좋은 곳입니다. 식수도 샤워시설도 없고 푸세식(?) 화장실 두 칸만 달랑 있는 점이나 전화도 인터넷도 안 되는 곳이라서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 속세(?)와의 단절이 가능해 오히려 편안하기도 합니다. ‘가성비’ 또한 뛰어나 우리 산행팀 13명이 2박 3일을 지내며 지출한 금액이 1인당 48불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술값이나 기름값 이런 건 별도였지만 그 정도 거리에 그만큼의 투자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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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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