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왜들 이러시나…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국민들이 가장 믿지 못하는 집단’을 보고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한국국민들이 가장 믿지 못하고 무능하다는 집단은 첫 번째가 ‘국회’였고 두 번째가 ‘검찰’이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국민들 대다수가 그랬다. 허긴 저간에 불거지는 검찰의 ‘권력과의 동침’이나, 국민을 위한 정책은 없고 오로지 권력다툼에만 눈이 멀어 패싸움이나 하는 국회를 보면 국민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다.

근자에 국회에서 열린 7개부처 장관후보 인사청문회도 시종일관 패거리들의 고성만 난무할 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뭐 저런 수준의 국회의원들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고국의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자고 구시렁대지만 몇 시간도 안돼 다시 그 광경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빈둥거리는 늙은이의 시간 때우기 용 고질병인지 나 자신도 확실히 모르겠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보아온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는 전혀 변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루틴이다.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야당이 여당 되든 여당이 야당 되든 어쩌면 그렇게 변화할 줄 모르는지 진짜 신기하기도 하고 속된 표현으로 젊은 아이들 보기도 쪽 팔린다. 소위 말하는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부박함은 면면히 천 년을 이어갈 모양이다.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라 함은 그 직에 대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그 직에 타당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판단케 하는 거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보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검증보다는 후보자 흠집내기, 도덕성, 윤리적 행태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가족 기타 친인척까지 들쑤셔 한 인간을 완전히 발가벗겨 버리는 ‘인격적 폭력’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경망, 경솔, 경박한 언행으로 사적인 원한 풀듯 공격한다. 완전히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중병에 걸려 헤어나지를 못한다. 이런 수준의 인물들이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국회를 저질들의 모임으로 폄훼하면서 무능하고 믿지 못하는 첫 번째 집단으로 꼽는 거다.

그런데 솔직히 저질들은 국회의원들만이 아니다. 고위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는 후보자들도 오십 보 백 보인 경우가 다반사다. 장관 후보자로 나서는 인물들을 보면 자질과 능력은 제쳐 놓더라도 도덕성이나 인간성이 ‘뭐, 저런 인간이…’라는 경멸이 흘러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

뻔뻔함, 몰염치, 부도덕 그 자체인 경우가 흔하다. 국민에게 삶의 모범이 되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공직자로 나서겠다면 국민 앞에 지나친 염치 없음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 거의가 다 주택, 집 테크, 투기의혹, 각종특혜논란 등 비리의 주범으로 들어나고 있으니 개구무언 (開口無言)이다. 입은 열려있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다는 말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이라도 갖췄다면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면 자신의 행보를 되돌아봐야 한다. 내 눈이 아닌 타인의 눈으로 과연 자신이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는 자질이나 능력이나 도덕성이나 인간성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단호히 사양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의 도리다. 헌데 어찌된 셈인지 인사청문회에 나서면 결국 드러나게 돼있는 수많은 부정과 부도덕을 숨기면서 태연하게 나선다. 장관이 되면 얻어지는 미래 경력과, 사회적 명예와, 야망과, 권력의 힘에 양심을 닫고, 장관이 되면 주어지는 전용차량, 수행비서, 운전기사, 높은 급여, 이런저런 명분의 온갖 수당 등 각종 특혜에 눈이 멀어 어이없게도 리플리증후군 (Ripley Syndrome) 환자로 돌변해버린다.

성취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을 때,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는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일컫는 리플리증후군환자가 대한민국 고위공직자들 중에는 너무 많다. 이런 환자들이 물갈이 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선량한 국민들은 화병에서 헤어날 길이 없을 거다. 정말 왜들 이러시나 모르겠다. 미안한 말인데, 나 이민오길 정말 잘했다.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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