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넌 소속이 어디니?” #8982022-07-23 22:35

넌 소속이 어디니?”

 

녀석을 데이케어 원장님 품에 안겨드리고 돌아서는데 녀석이 삐쭉삐쭉 울먹울먹하면서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입니다. 낌새를(?) 챈 원장님이 얼른 녀석을 안고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혼자 실실 웃었습니다. 어쩜 그러는지지 엄마가 데이케어에 내려주면 늘 웃으면서 빠이빠이를 한다는 녀석이 저한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제 아침, 지 엄마가 정기 건강검진 때문에 아침 일찍 병원엘 가야 해서 처음으로 제가 에이든을 데이케어에 데려다 줬는데 녀석이 그렇게 기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전날 저녁에도 하루 종일을 우리 집에서 지낸 녀석이 퇴근하고 온 지 엄마를 따라 지네 집으로 가야 할 상황인데도 도무지 갈 생각을 안 했습니다. 결국 살짝 억지로 제가 녀석을 안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우리 차가 보이자 녀석이 뒷문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냥 지나치자 그때부터 녀석의 표정이 바뀌더니 지네 차 앞에 이르자 안 타겠다며 있는 힘을 다해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사내녀석인지라 지 엄마와 할머니가 합동으로 카시트에 앉히려 해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결국 반강제로 자리에 앉혀진 녀석은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성통곡으로 바뀌었습니다.

 

넌 소속이 어디니?” 녀석과의 한바탕 씨름에 진이 빠진 딸아이가 녀석에게 웃으면서 던진 한 마디에 저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어찌 된 녀석이 지 엄마 아빠보다 우리를 더 좋아하니….

 

기분 좋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녀석도 언젠가는 정상적으로(?) 변하겠지만 그전까지는 지금의 상황을 맘껏 즐기기로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녀석을 데리고 톱라이드 쇼핑센터엘 갔는데 K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녀석은 마냥 신이 났습니다. 이런저런 장난감들을 실컷 만지며 갖고 놀다가 지 할머니한테서 맘에 드는 장난감 하나를 챙긴 녀석은 기분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든이 땜에 우리 신혼기분이 더 나는 것 같지 않아?” 돌아오는 차에서 아내도 기분이 좋아진 모양입니다. 신혼다운 신혼을 느껴보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요즘 에이든과의 생활이 두 번째 신혼생활과 다름 아닙니다.

 

결혼과 동시에 홀시어머니를 모시기 시작해 21년을 그렇게 살았고 이후에도 머리가 큰 두 아이들과 함께 지냈기에 아내와 저는 우리 둘만의 신혼생활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랬던 것이 딸아이 결혼 즈음에 아들녀석의 반강제(?) 독립으로 우리는 비로소 제2의 신혼생활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둘 다 철이 좀 없고 별난 탓에 이 나이에 신혼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몇 년을 둘이서만 지내다가 요즘은 에이든으로 인해 늦둥이가 생긴 듯한 기분입니다. 말로는 족쇄니 뭐니 하면서도 아내나 저는 에이든이 더해진 지금의 생활을 은근히 즐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쩌면 엄마 아빠보다 우리를 더 좋아하는 아니, 최소한 그러한 착각이라도 갖게 해주는 녀석 때문에 에이든을 향한 사랑과 기쁨의 깊이는 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평소 뭘 하나를 사더라도 이리 재고 저리 신중한 아내가 어찌된 일인지 녀석 앞에서는 완전 무장해제입니다. 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녀석의 소속은 분명 지 엄마 아빠일 텐데 왠지 우리 소속일 것만 같은 엄청난 착각그래도 우리는 그 속에서 요즘 이 세상 누구도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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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