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기분 좋은 커피 한 잔… #8922022-07-23 22:33

기분 좋은 커피 한 잔

 

오늘 커피는 내가 삽니다!” 결혼 40주년을 맞은 박중신 형제님이 기분 좋게 골든 벨을 울립니다. “? 오늘은 저희가 산행시작 6개월 기념으로 사려고 했는데….” 유용식 형제님이 곁에서 아쉬움을 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630Berowra를 출발하는 우리 산행팀이 반환점인 Berowra Waters에 도착하면 대략 오전 820분이 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각자 준비해온 간식과 향 짙은 커피 한잔씩을 나눕니다.

 

아주 아주 드물게는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늘은 내가 사겠다는 맘씨 좋은 지원자들이 나타납니다. 생일이라서, 결혼기념일이라서, 손주 돌이라서, 집안에 좋은 일이 있어서, 그냥 기분이 좋아서, 내가 대장이라서그 이유도 다양합니다.

 

지난주에도 그렇게 우리는 맛있고 행복한 결혼기념일 축하 공짜(?) 커피를 마셨습니다. 심지어는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 커피를 살 웨이팅 리스트도 만들어졌습니다.

 

서로 밥값을 내고 커피값을 내려고 카운터 앞에서 밀고 밀치는 광경을 연출하는 건 어쩌면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요즘 세대들은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우리와는 조금 달라서 더치페이가 일반화 돼있기는 하지만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은 어쨌거나 정겹게 느껴집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저는 여럿이 음식점이나 커피숍에 가면 왠지 제가 돈을 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 사로잡혀 지냈습니다. 말단일 때는 말단이라서, 중참일 때는 중참이라서, 고참일 때는 또 고참이라서….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저와 어울리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상한(?) 버릇들이 생겨났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 슬그머니 나가서 미리 계산을 해버리는 겁니다. 단골식당 아주머니와 미리 짜고 다른 사람한테서는 돈을 못 받게 하기도 하고 어쩌다가 돈 낼 기회를 놓치면 돈을 길바닥에 팽개치고 도망을(?) 치기도 합니다. 모두모두 보기 좋고 기분 좋은 일들입니다.

 

우리 시드니산사랑 사람들도 이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서로를 챙기고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공통적으로 존재합니다. 누군가가 아내 생일, 남편 생일, 결혼기념일을 챙기기 시작하자 그게 들불처럼 번져 이제는 아주 당연한 것이 돼버렸습니다.

 

“나 혼자만이 그대를 알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갖고 싶소. 나 혼자만이 그대를 사랑하여 영원히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소.” 돌아오는 길 마지막 휴식처에서 닭살(?) 돋는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 산행팀 낭만가객 (浪漫歌客) 로엘로 형제님이 주인공입니다.

 

2주 전 결혼 39주년을 맞은 로엘로 형제님이 줄리 자매님한테 청혼할 때 불렀던 노래라며 즉석에서 프로포즈 송을 리바이벌(?) 한 겁니다. 모든 멤버들의 뜨거운 박수와 행복한 환호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수요일, 문재인 대통령이 모국의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그의 취임사 중 ‘빈손으로 취임하고 빈손으로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훗날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시민이 되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겠습니다’는 말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어떠한 이유로든 불행한 종말을 가져왔던 것과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의 마음, 지금의 각오를 끝까지 잊지 않고 가져가 5년 후에는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여당이든 야당이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이든 반대자이든 그가 소신을 갖고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밥값을 내고 서로 커피값을 내려 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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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hot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