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달인 #8832022-07-23 22:28

달인

 

한국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 말도 안돼!’ 또는 저게 사람이야?’라는 말을 되뇌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화면 가득 채워지면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가 됩니다.

 

개그맨 김병만을 봐도 이 같은 생각은 멈추지를 않습니다. 오래 전 개그콘서트 달인코너에서도 그랬지만 현재도 그는 정글의 법칙에서 거의 맨손으로도 못해내는 게 없는 달인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빼놓지 않고 보는 드라마 피고인에서는 탤런트 지성이 달인입니다. 살인마 차민호에 의해 딸과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 된 검사 ‘박정우’를 그려내는 그의 표정, 말투, 몸짓 하나하나에서는 가히 달인의 모습이 묻어납니다.

 

박정우 역에 몰입하기 위해 지성은 드라마 촬영 전 몸무게를 8Kg이나 줄였고 일상에서조차 박정우에 빙의돼(?) 지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그의 노력은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4회를 남겨놓고 있는 이 드라마는 지난 화요일 14회 방송에서 시청률 24.9%를 기록했습니다.

 

달인은 어느 분야에서나 존재합니다. 한국 방문길에서 우리는 달인 급의 주방장이 만드는 아주 작고 초라한 음식점들을 일부러 찾아 다니곤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날 때 그 행복감은 최대가 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달인은 우리의 삶에 기쁨을 주는 존재들임이 분명합니다.

 

? 냉장고도 바꿨네요?” 우리 집을 찾는 사람들 중 열이면 열 모두 우리 집의 희한한(?) 냉장고를 보고 놀랍니다. ‘이런 디자인은 처음 본다며 한참 동안 냉장고 여기저기를 살피고 손으로 만져보기까지 합니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고 나서는 파안대소를 합니다.

 

정수와 얼음이 나오고 미니홈바가 달린 우리 집 양문냉장고는 산지 7년된 제법 연륜이(?) 있는 제품입니다. 그럼에도 보는 사람들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이유는 우리 집 달인때문입니다.

 

흔히 주방은 주부들의 로망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동안의 우리 집 주방은 만족도가 매우 낮았습니다. 그나마도 이 집에 이사 들어올 때 새 걸로 갈기는 했는데 엉겁결에 그저 그런 주방가구를 설치했던 겁니다.

 

처음부터 만족스럽지 못했던 주방가구 때문에 아내는 한국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색 시트지를 사서 몇 날 며칠 동안 주방가구 전체를 완벽하게 바꿔놨습니다. 보는 사람들마다 주방가구를 새로 바꾼 줄로 알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벤치톱도 그렇고 이래저래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주방인지라 늘 아쉬움이 따랐습니다. ‘젊었을 때 지은 죄도 많았고 지금도 잘해주는 게 없으니 주방가구나 새로 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얼마 전 최고급 사양으로 주방가구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주방가구만으로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싱크볼, , 쿡톱, 레인지후드, 오븐, 디시워셔, 냉장고새롭게 바뀌어야 하는 것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아내와의 의논 끝에 꼭 바꿔야 하는 것들은 교체하되 냉장고와 오븐은 그대로 쓰는 걸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내는 한국에서 메탈 시트지를 6만원어치 주문했습니다. 그리고는 냉장고를 비롯해 오븐 심지어 전자레인지까지 새 제품보다 더 새것처럼 훌륭하게 변신시켜놨습니다. 특히 아내가 다섯 시간을 훌쩍 넘기며 꼼꼼히 시트지를 붙인 냉장고는 그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힙니다.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정수와 얼음 나오는 곡선 부분을 비롯해 여러 곳의 난코스가 있었지만 아내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했습니다. 요즘 같이 절약이 필요한 세상훌륭한 손재주로 세상에 하나뿐인 냉장고를 만들면서 수 천불을 벌어준 우리 집 달인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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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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