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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엄마는 거짓말쟁이? #8782022-07-23 22:26

엄마는 거짓말쟁이?!

 

진짜야. 분명히 하이화이브라고 했다니까.”

에이, 말도 안돼.”

아니, 진짜야. 내가 에이든, 하이화이브!’ 그랬더니 오른손을 번쩍 들며 발음까지 정확히 했다니까. 하·이·화·이·브 이렇게.”

 

제 엄마가 아무리 우겨도(?) 내 귀로 직접 듣지 못했으니 믿어줄 수 없는 겁니다. 이제 21개월을 갓 넘어선 녀석이 어찌 하이파이브라는 발음을 그것도 하이화이브라고 또렷이 할 수 있겠습니까?

 

선영이 얘기 맞아? 진짜 이든이가 하이화이브 그랬어?” 곁에 있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하이화이브 거의 비슷하게 하긴 했어.” 이쪽도 공범(?)입니다.

 

아내는 얼마 전 녀석이 저에게 할아버지!”라고 했다고 주장한 전과가(?) 있습니다. 그때는 딸아이가 곁에서 나도 들었는데 맞다고 거들었습니다. 엄마나 딸이나 에이든에 관한 한 똑같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저는 이후에도 녀석의 입에서 할아버지또는 하이화이브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도 우리 아이들이 막 말문이 트이기 시작할 무렵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뭔가 비슷한 소리를 내면 그걸 굳이 확대해석 해서 떠들어대곤 했던 겁니다.

 

하이체어에 앉아 주스를 마시던 에이든이 정면을 향해 갑자기 한 손을 번쩍 들고는 ? !” 하며 뭐라고 외치기 시작합니다. “? ! ? ! $$%^&*%@$%^… 어떡해? 쯔까쯔까 아째꾸째….” 그리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뇨하고 나서는 다시 뭐라고 얘기를 계속합니다. “$@@$%^&^&#@$%^…”

 

저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녀석의 15초짜리 동영상을 수도 없이 반복해 보면서 혼자 웃곤 합니다. “그렇게 예뻐?” 곁에서 아내가 핀잔 아닌 핀잔을 줍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에도 이미 미소가 가득합니다. 동영상 제목처럼 녀석은 정말 외계인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이든아, 하이파이브!’ 하면 고 앙증맞은 손바닥을 짝! 소리가 나게 제 손바닥에 부딪쳐줍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녀석은 뻥이 아닌 진짜로 할아버지, 할머니, 하이파이브 소리를 또렷하게 낼 겁니다.

 

에이든은 요즘 아내가 뒷마당에 마련해준 커다란 간이 풀 (Pool)에서 놀기를 좋아합니다. 물줄기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는 수도꼭지를 들고 녀석은 물놀이 삼매경에 푹 빠져 지냅니다. 아무리 안개 같은 물줄기라도 녀석과 함께 있는 우리의 옷도 어느새 촉촉히 아니, 흠뻑 젖어 들곤 합니다.

 

이이이이얍!” 가끔씩 녀석이 내지르는 소리입니다. 이럴 때는 예외 없이 뭔가가 녀석의 손에서 힘껏 내던져집니다. 지난 주말에는 모래장난을 하는 녀석의 곁에 있다가 이이이이얍!’ 소리와 함께 모래벼락을(?) 맞았고 모래는 아주 골고루 제 몸 속 깊숙이 잘 배어들었습니다.

 

아직은 좀 이르다 싶긴 했지만 아내가 설날 선물로 녀석에게 무선조종 소방차를 하나 사줬습니다.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장난감에 익숙지 않지만 녀석은 제법 그걸 잘 가지고 놉니다.

 

, 왜 자꾸 남의 새끼한테 돈을 써?” 하면서도 제 입가에는 어느새 행복한 미소가 번져 있습니다. 제 무릎에 앉아 TV를 보면서 제 손에 들린 죠스바를 한 입씩 베어 무는 녀석의 앙증맞은 입술은 언제나 뽀뽀를 부릅니다. 기저귀를 간다고 녀석을 눕혀 놓으면 저는 녀석의 고추 만지기와 엉덩이 때리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저도 덩달아 어렸던(?) 탓에 지금 에이든에게서 느끼는 행복을 만끽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곳 시드니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젊은 아빠들의 모습이 많아서 보기 좋습니다. 그들은 훗날 저 같은 아쉬움은 훨씬 덜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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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