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에이든 효과? #8752022-07-23 22:25

에이든 효과?!

 

제가 밖에서 자동차 문을 열면 녀석은 예의 그 살인미소를 한번 날려주고는 이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카시트 버클을 톡톡 칩니다. 얼른 그걸 풀고 자기를 차에서 내려달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제 품에 안긴 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뽀뽀를 저에게 해주고는 손가락으로 우리 집을 가리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녀석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는 이모 같은 할머니에게 얼른 안겨 뽀뽀 세례를 퍼붓습니다.

 

에이든 (Aiden)은 집안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뒷마당에 나가는 걸 가장 즐겨 합니다. 각종 꽃이며 열매를 향해 애정을 표하다가 잘 익은 딸기 하나를 입에 넣고는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요즘은 저와 아내에게서 아이스크림 뺏어먹는(?) 즐거움이 녀석에게 더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한 입씩 베어 물더니 이제는 한 개를 다 줘도 통째로 먹어 치울 기세입니다.

 

아내는 어딜 가든 녀석에게 사줄 장난감이나 옷, 먹거리에만 꽂혀(?)있는 것 같습니다. 그 덕에 우리 집에도 크고 작은 장난감들이 빼곡하고 얼마 전에는 뒷마당 데크에 3미터도 넘는 대형 수영장(?)까지 생겼습니다.

 

비록 고무튜브 속에 수돗물을 채워 넣은 풀 (Pool)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 첨벙첨벙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는 우리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요즘 아내는 트램펄린 (Trampoline) 타령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왕 사는 거, 조금 더 크고 안전장치도 확실히 돼있는 걸로 사야겠답니다. “한두 푼도 아니고 남의 새끼 트램펄린에 우리가 왜 돈을 써야 해?”라고 핀잔 아닌 핀잔도 줘보지만 아내의 마음은 이미 확고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21개월이 돼가는 녀석과 우리는 그야말로 무한사랑에 빠졌습니다. 녀석은 어찌 된 일인지 제 엄마 아빠보다 우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를 우리한테 떠넘기고(?) 엄마 아빠가 밖으로 나가는데도 웃으면서 빠이빠이를 하는 녀석입니다.

 

우리 집에서 한참을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려 하면 녀석은 안 가겠다고 발버둥을 칩니다. 늘 아내의 품을 파고들며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도리질을 치지만 엄마 아빠 손에 이끌려 반강제로(?) 차에 태워져 대성통곡을(?) 하며 간 적도 아주 여러 번입니다.

 

재미있게 뛰어 놀다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제 품에 와락 안기거나 갑자기 제 무릎에 그 앙증맞은 엉덩이를 들이대고 앉는 녀석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뺨에 입술이 갑니다. 그리고 뜬금 없이 계속되는 녀석의 뽀뽀 세례는 그야말로 심쿵입니다.

 

녀석과 떨어져 있을 때 가끔 우리는 페이스톡을 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녀석의 동영상을 봅니다. 그리고 아내나 저의 얼굴은 언제나 웃음 가득입니다. 조금 더 솔직히 고백하면우리는 녀석의 생각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완전 중증입니다. 2주가 넘는 연말 홀리데이특별히 하는 것 없이 거의 집에서 보냈고 그 중 적지 않은 시간을 녀석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문득 늦은 밤시간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또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이 시작된 겁니다.

 

한국에서나 호주에서나 별로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이지만 에이든만 보면 좋은 아니, 에이든 생각만 해도 좋은 에이든 효과가 저에게 무한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있습니다. 에이든의 천사 같은 미소와 심쿵한 뽀뽀로 올 한 해도 열심히, 즐겁게 달려야겠습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님, 광고주님들도 그런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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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 10 1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