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작은 거인’ 이야기 #6432022-07-23 18:17

작은 거인이야기

 

한 마디로, 반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작고 여린 체구에서 그토록 폭발적인 목소리와 열정적인 몸짓이 터져나올 수 있는 건지. 특히 공연 말미에 그녀가 뿜어내는 열기는 반했다는 말 외에는 더 적절한 표현이 없었습니다.

 

지난 달 15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성시경과 함께 Love Concert를 가졌던 박정현은 TV에서보다 더 많이 작아 보였지만 그녀가 발산하는 가창력과 열정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매력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몇 달 전, 우연찮게 박정현이 출연한 토크 프로그램을 봤는데 그 자리에서 그녀는 내 사전에 Ingratitude라는 단어는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16년 전 한국에 와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간순간들을 이겨냈다고 고백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인 열세 살 때 미국 Downey Way Outer Broadway Talent Contest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불러 보컬부문 대상을 받은 박정현은 가수로서의 뛰어난 재능은 물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해왔기에 지금과 같은 작은 거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겁니다. 

 

사실 전에는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몰랐어요. 그런데 김광석 다시 부르기에 다녀와서는 완전히 김광석에 빠져버렸어요. 김광석의 노래도 좋았지만 그의 노래가 주는 감동을 시공을 초월해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준 가수들도 참 멋지고 훌륭했어요.”

 

지난 달 29, 김광석 다시 부르기 콘서트에서 제 옆자리에 앉았던 그 지인은 요즘 김광석 CD를 반복 또 반복해서 듣는 것은 물론, 김광석 때문에 아예 통기타를 하나 장만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교민사회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김광석이라는 가수를 가슴 속 깊이 각인시켜준 박학기, 유리상자, 동물원, 자전거탄풍경, 김조한, 4CUS, 라이어밴드 등도 성격은 달라도 충분히 작은 거인들이라는 호칭을 받을 만 했습니다.

 

특히 세 살 때부터 김광석의 친구였다는 박학기는 공연 2주 전 <코리아 타운>과 가졌던 인터뷰에서도 그랬지만 출연진들 중 김광석 냄새를 가장 많이 풍겨준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에는 또 다른 작은 거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렸던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한이 단일팀으로 출전해 여자단체전 우승을 거머쥔 과정을 그린 영화 코리아에서였습니다.

 

피나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진짜 국가대표선수급 탁구실력을 갖췄다는 하지원과 배두나의 열정, 특히 리분희 역을 완벽히 소화해내기 위해 왼손잡이로 변신했다는 배두나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아울러 한 발짝 뒤에서 열연을 펼친 조연배우들의 열정 또한 이 영화를 감동으로 이끈 원동력이 돼줬습니다.

 

21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상황을 재현한 영화인지라 이미 알려진 결과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 조그마한 공 한 개 한 개의 움직임에 시사회장 여기저기에서는 긴장된 숨소리와 눈물 훔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 여기까지라는 말은 없어. 이제부터야!” 이 영화에서 얻은 명대사입니다. 4강전을 앞두고 남북 당국간의 불협화음으로 팀이 삐걱거리자 배두나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으려 하자 하지원이 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정말이지 세상 모든 일에 끝은 없는 모양입니다. 매사에 이제부터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작은 거인도 될 수 있고 금메달도 목에 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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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