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미친년 결혼식’ 잘 치렀습니다! #5922022-07-23 17:49

미친년 결혼식잘 치렀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서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그 동안 저는 딸아이를 향해 미친년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오늘 그 미친년과 짝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합니다. 이 두 사람이 잘 살 수 있도록 늘 지켜봐 주시고 큰 박수로 축복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딸아이 결혼식에서 제가 하객들에게 드렸던 짧은 인사말입니다. 시작과 경과야 어찌됐든 이제는 두 사람이 무조건 잘 살아야 합니다. 딸아이도 그 짝도 이제는 스스로의 계획과 노력에 의해 자신들의 행복을 잘 일궈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담하고 예쁜 결혼식장은 고마운 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이 더해져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줬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신랑신부 동시입장으로 시작된 결혼식은 딸아이 회사동료와 친구의 축가, 편지 낭독, 그리고 한국에서 온 제 친구의 색소폰 연주 등으로 의미 있게 진행됐습니다.

 

딸아이 결혼식은 평소 알고 지내는 모든 분들을 모시고 시끌벅적하게(?) 치르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 조촐하게치러졌던 탓에 많은 분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김 사장. 지난 토요일에 딸내미 결혼시켰다며?”

, .”

그런데 왜 청첩장도 안 보냈어?”

, 그냥 가까운 분들만 모시고…”

아니, 그럼 나는 가까운 사람 축에도 못 낀단 말이야? 이거 섭섭한데?”

 

딸아이 결혼식을 마치고 나서 이런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딸아이 결혼식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만나거나 최소한 전화통화라도 한 번씩은 하는 아주 가깝게 지내는 지인 가족들만 초대했습니다.

 

처음에는 딱 세 가족만 초대하려 했는데 어찌어찌 알고 먼저 연락해오는 사람들까지를 합치니 열 일곱 가족이 됐습니다. 거기에 신랑신부 회사 동료들과 친구들이 더해져 결혼식에는 1백명쯤 되는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그 분들 중에는 우리 집 리노베이션 기간 동안 나도 결혼식장에 가고 싶은데 괜찮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던 우리 집 창틀과 핸드레일 공사를 맡았던 사장님 부부도 계셨습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는 파라마타에서 일식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코리아 타운>에 오셨습니다. 한 동안 <코리아 타운>에 광고도 내셨고 우리 가족도 가끔 들르는 그곳 사장님은 제 칼럼을 통해 딸아이의 결혼 사실을 알고 회사로 찾아오신 겁니다. 축하의 마음을 담은 봉투 하나를 건네주고 가셨는데 말 그대로 감동이었습니다.

 

수요일에는 <코리아 타운>과 함께 효도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회사 사장님이 역시 뒤늦게 딸아이 결혼 사실을 알고는 딸아이 집에 자사 제품 한 세트를 흔쾌히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진심에서 우러나는 축하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행복의 크기는 훨씬 커졌습니다. 딸아이 결혼식에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드리며, 함께 모시지 못한 분들께는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훗날 아들녀석의 결혼식에는 보다 많은 분들을 모시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아내와 저는 딸아이 결혼식을 앞두고 리노베이션을 마친 예쁜 우리 집에서 제2의 신혼, 실질적인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아들 녀석을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내쫓고(?) 누리는 신혼생활이지만 아내와 저의 행복지수는 지금 101입니다.

 

**********************************************************************

 

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