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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오가는 회의(會議) 속에 싹트는 회의(懷疑)? #4252022-07-23 15:43

오가는 회의(會議) 속에 싹트는 회의(懷疑)?!

 

“…이어서 주례 강희태 선생님의 주례사가 있겠습니다.” 하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짧아도 10, 길면 2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지루한 주례사늘 그래왔듯이 하객들은 삼삼오오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눌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여러분! 세상에 이렇게 고약한 연놈들이 어디 또 있습니까?” 신랑의 모교인 C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강희태 교수가 갑자기 마이크에 대고 첫 마디를 이렇게 외쳤습니다.

 

순간, 식장 안은 조용해졌고 강 교수의 다음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책이랑 낚싯대랑 챙겨서 재충전을 위한 지방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 연놈들 때문에 아직까지 서울에 있습니다. 세상에 원…, 여러분도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 아까우시죠?”

 

, , 지금 제가 부부가 어떻고 사랑이 어떻고 여러 가지 얘기를 해 봤자 저 연놈들 귀에 들어갈 리도 없고, 여러분도 늦은 점심에 많이 시장하실 겁니다. 우리, 저 연놈들 잘 먹고 잘 살라고 박수 한 번 크게 쳐줍시다!”

 

그게 주례사의 전부였습니다. 식장 안은 웃음소리와 박수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결혼식 사회를 맡은 저로서도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강 교수의 주례사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한국에 갔을 때, 저의 모교 영자신문사 (英字新聞社) 후배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영자신문창간준비위원회가 구성됐고, 제가 제1기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까마득한(?) 선배가 온다는 말에 많은 후배들이 자리를 함께 해 좋은 말씀을 부탁했습니다. 그에 대한 저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온 건 오랜만에 우리 신문사 식구들 얼굴 보기 위해서이고, 나를 핑계로 선후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술 한 잔 하자는 것입니다. 궁금한 사항은 개인적으로 질문하고오늘 술 값은 내가 낼 테니 마음껏 먹고 마시고 즐겁게 지냅시다!”

 

어느 조직이든 회의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회의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의가 너무 잦고 길다 보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회의를 매일 아침마다 두 시간, 세 시간씩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제가 겪은 최장의 회의는 9시간 30분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리 심각한 상황도, 그만한 가치도 없는 회의였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그 사장은 회의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우리가 만들어낸 말이 오가는 회의 속에 싹트는 회의였습니다. 별 성과도 없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회의 (會議) 속에서 심한 회의 (懷疑)와 갈등, 그리고 짜증이 난다는 푸념 섞인 표현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효율적인 회의 시간은 15, 정말 중요한 회의의 경우 최대 45분까지입니다. 그 시간이 넘으면 회의 자체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참석자들도 지치게 된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기자들과 회의를 가질 때도 기획회의나 평가회의 같은 긴 시간이 필요한 회의 외에는 항상 회의를 짧게짧게 가져 갔습니다. 필요할 때는 선 채로 짧게 하는 스탠딩 미팅을 가졌습니다. 꼭 필요한 사항만 주고 받고 현장을 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회의 (會議) 속에서 회의 (懷疑)가 싹터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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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