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웬 선배? 네가 편집을 해봤어, 내가 광고를 해봤어? #4242022-07-23 15:42

웬 선배? 네가 편집을 해봤어, 내가 광고를 해봤어?

 

안녕하십니까? 오늘 새로 입사한 광고국 과장 김영식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조용한 아침시간, 편집국에 불청객(?) 하나가 찾아 들었습니다. 기자들 책상을 일일이 돌며 악수를 청하는 그 남자의 인사를 우리는 건성으로받아줬습니다.

 

솔직히 광고국 과장이라야 기자들 입장에서는 편집국 귀찮게 하는 존재정도로밖에는 비쳐지지 않았습니다. “이거 큰 광고랑 연결된 거니까 기사 좀 부탁한다.” “그 기사는 S그룹 비위를 건드리는 내용이니 좀 빼달라….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날 아침도 마감에 쫓겨 기사 쓰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등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 선배!”

 

지난 번 인사를 왔던 광고국 과장이었습니다. “웬 선배? 지가 편집을 해봤나, 아니면 내가 광고를 해봤나. 별 웃기는 친구 다 있다싶었습니다.

 

그는 박카스 한 통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김 선배, 스트레스 많죠? 그런데 지난 번에 김 선배가 쓴 대졸 실업자 르뽀기사는 정말 생생하게 와닿더라구요…” 그는 잠시 이렇게 너스레를 떨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 후, 김 선배!”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김 선배, 이번에 미국 유학에 대한 기획취재 하죠? 이거 내가 수집한 자료들인데 한 번 볼래요?”

 

80년대 후반의 일이니 꽤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보급 되기 훨씬 전이어서 자료를 구하려면 신문, 방송사나 도서관 자료실 등에 가서 옛날 자료를 찾아 필요한 부분을 복사해오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 친구는 그런 자료들을 포함, 유학원 등 관계기관에서 얻은 자료까지 꽤 많은 양을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이후에도 그 친구는 가끔씩 김 선배 취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자료들을 건네줬고 가끔씩 밉지 않게자신의 광고영업에 필요한 지원들을 저에게서 얻어갔습니다. 저보다 다섯 살 아래인 그는 이후 꾸준히 성장해, 광고업계에서 제법 내로라 하는 대열에 올라 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 호주에 왔을 때 편집인/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업무는 편집보다 광고영업이 더 많았습니다. 생전 해보지 않았던 광고영업말 그대로 막막했습니다. 며칠을 고민 한 끝에 저는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 나온 광고들을 면밀히 분석, 그 광고의 개선점을 찾아 더 나은 카피라이팅과 더 나은 디자인을 갖고 광고주를 찾아 갔습니다.

 

지난 주 XX신문에 광고를 내셨던데 그걸 제가 이렇게 바꿔봤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사장님 제품이 갖는 특성이나 타겟으로 볼 때 이런 쪽으로 광고 컨셉을 바꿔보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어떠신지요.”

 

처음에는 제가 들고 간 광고 개선안과 제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별 이상한 친구 다 보겠다싶은 표정을 짓던 분들이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 되면서 저를 반갑게 맞아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흔히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먼저 요구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앞의 김영식씨처럼 상대의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존재로 다가서는 게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첫 걸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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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1956년 생. <코리아 타운> 대표.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