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싸이클은 내 친구 #4842022-07-23 16:29

싸이클은 내 친구

 

어디 소속이세요?”

?”

어느 클럽 소속이신지 좀 알고 싶어서요.”

, 저희는…”

 

전력질주. 말 그대로 있는 힘을 다해서 달린 후 우리는 그늘에 앉아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때, 유니폼을 갖춰 입고 헬멧에 썬글라스까지 쓴 2, 30대 남자 열 댓 명이 우리 앞에 섰습니다.

 

저희는 싸이클 클럽 소속이 아닙니다. 그냥 같은 동네에 사는…” 저의 이런 대답에 그들은 하나 같이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아까부터 저희가 계속 따라 붙었는데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럴 만도 했겠습니다. 전문 싸이클 클럽 소속의 그들이 힘겹게 따라잡은 사람들이 멀대 같이 키 큰 20대 초반 남자 하나에 예닐곱 명의 중학생들로 구성된 오합지졸(?)이었으니….

 

여러 가지로 고민과 방황이 많았던 20대 초반시절, 저의 유일한 낙은 싸이클 타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시간당 얼마씩을 주고 빌려 타다가 나중에는 돈을 모아 아예 전용 싸이클을 하나 장만했습니다.

 

빨간색의 날렵한 몸체를 지닌 그 녀석과 한 몸이 돼 바람을 가를 때면 세상 모든 고민이 다 날아가버리는 듯했습니다. 어디든 마음 내키는 대로 힘껏 달리다가 맘에 드는 곳이 나타나면 벌렁 누워 하늘을 벗삼곤 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혼자 놀기를 즐기다가 휴일이면 제가 과외 가르치던 까까머리 중학생들을 몰고 다니며 골목대장(?) 노릇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 구파발이라는 동네에서 임진각까지가 싸이클 타기에는 아주 좋은 코스였습니다. 여유롭게 즐기며 가면 3시간 반 정도가 걸렸고, 열심히 달리면 2시간 반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 거리를 우리는 늘 1시간 반 만에 주파하곤 했습니다. 싸이클 클럽 회원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토바이보다는 덜 하지만 싸이클 역시 위험하기는 비슷했습니다. 저도 한 번은 2.5톤 트럭에 부딪혀 심하게 튕겨나간 적이 있었고, 8톤 덤프 트럭과는 자칫 찐한 키스를 나눌 뻔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와 어깨를 최대한 낮추고 땅에 달라붙듯 달리는 질주에서 오는 쾌감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동차를 운전할 때 느끼는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싸이클과 더불어 살았던 덕에 저는 어느 누구 못지 않게 튼튼하고 건강한 하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건강관리를 위해 하루에 50분에서 1시간 정도씩 러닝머신을 타고 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다시 싸이클링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심하게 구르고 넘어져도 멀쩡했던 그 시절이 아니어서….

 

얼마 전 Royal National Park에서 싸이클을 즐기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을 보며 문득 저의 스무 살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호주는 한국에 비하면 싸이클 타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차도 많지 않고 곳곳에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고…. 그리고 싸이클 타기에는 역시 20대가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해야지, 해야지하면 한없이 미뤄집니다. 제가 여태껏 골프를 못 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인 듯싶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싸이클링 욕심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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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