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난지도’ 이야기 #4542022-07-23 16:04

난지도이야기

 

현진씨, 미안한데 내 자리로 잠깐 가줄래요? 내 책상 왼쪽에 책장 있죠? 거기 보면 두 번째 칸에 명함첩 세 권이 꽂혀 있을 겁니다.”

, 있어요.”

 

그 중 두 번째 명함첩 꺼내보면 K란에 김세환이라는 분 명함이 있습니다. 그 분 모발번호 좀 알려 줄래요?”

잠시만요, 여기 있네요. 불러 드릴까요?”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급하게 회사를 나가면서 꼭 필요한 전화번호를 못 챙겼을 때 저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을 합니다. 워낙 성격이 꼼꼼한 데다가 명함첩 관리는 물론, 제 책상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뭘 하나 찾으려면 책상 위는 물론, 서랍까지 온통 뒤집어 놓고 그것도 모자라 가방 안에 들어 있는 물건까지 다 쏟아 놓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서야 겨우 원하는 물건을 찾게 됩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또 어떤 사람은 방 안에 들어가 보면 여기저기 벗어 놓은 양말이며 옷가지, 심지어는 속옷까지 쌓여 있고, 그밖의 이런저런 물건들이 사방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한 그러한 방을 사람들은 난지도라 부릅니다.

 

실제로 자동차 안에 빈 페트 병 12, 다 마시고 난 음료수 캔 8, 빈 담배갑 6, 담배꽁초, 비닐봉지, 날짜가 한 참 지난 신문 잡지 여러 뭉치 등을 가득 싣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 차를 타려 했다가 조수석은 물론, 뒷자리까지 쓰레기로 가득 찬 걸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무실에서도, 집에서도 제 책상 주변은 항상 가지런히 정리돼 있습니다. 차 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깔끔 떤다며 못마땅해 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정리의 달인(?) 자부하는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깔끔한 건 아닙니다. 사실 저도 잘 안 보이는 곳에는 슬쩍슬쩍 먼지도 쌓아놓고 삽니다.

 

책상을 깔끔하게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업무처리도 정확하고 실수도 적습니다. 반면, 책상 위에 이런저런 것들을 어수선하게 늘어 놓는 사람들은 우선 본인부터 뭐가 뭔지 정신이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실수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저도 일이 한꺼번에 몰려들 때면 잠시 책상 위가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결코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정리의 달인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리에 필요한 원칙은 딱 두 가지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첫 번째 원칙은 제 자리입니다. 뭐든지 사용하고 나서는 원래 있던 자리 즉, 제 자리에 갖다 놓으면 어수선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 물건을 찾기 위해 온통 뒤집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필요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것입니다. 다 쓰고 난 이면지가 책상 위 여기 저기에 널려 있거나 다 마시고 난 음료수통, 커피 잔, 빈 박스이런 것들이 책상 위를 점령하고 있는 한 깔끔한 정리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평소 우리 아이들에게도 사용한 물건은 무엇이든 제 자리에 놓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릴 것을 주문합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해놓으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일의 능률 또한 오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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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