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2

제목통금 해제? #5912022-07-23 17:48

통금 해제?!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제가 식장 안으로 들어섰고, 잠시 후 신부 입장!” 하는 소리와 함께 순백색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아빠의 손을 잡고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익살스러운 친구녀석의 사회로 간간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주례를 맡은 대학 은사가 뭐라고 열심히 주례사를 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됐습니다.

 

결혼 전, 무슨 할 얘기가 많고 뭐가 그리도 좋았는지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면서도 늘 마지막 버스를 탈 때까지 떨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아내가 완전히 집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나서야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기 때문에 저는 늘 밤 열두 시가 훨씬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가끔씩은 버스 정류장에 나와 기다리시던 아내의 할머니에게서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저녁 여덟 시, 늦어도 아홉 시 이전에는 반드시 집에 들어오던 착한 손녀가 저를 만나고 나서는 매일 밤 열두 시를 턱 앞에 두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겁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누군가는 왜 결혼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밤마다 헤어지는 게 싫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늦어도 열한 시까지는 집에 들어와야 한다는 주문을 받은 우리 딸아이도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이 나이에, 지금 시대에 통금시간이 뭐냐!’며 가끔 투덜대더라는 이야기를 친한 식당 사장님으로부터 듣긴 했지만 우리는 딸아이에게 그런 원칙을 정해준 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밤 열한 시 통금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던, 밤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걸 아쉬워하던 딸아이가 그런 제약에서 풀려납니다.

 

결혼새로운 시작, 일생일대의 어드벤처입니다. 때문에 조심스러운 선택이고 신중한 결정이어야 합니다. 더 이상 밤마다 헤어지지 않는 특혜를(?) 누리게 되지만, 그 순간부터가 더욱 더 중요한 게 또한 결혼입니다.

 

아내와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서로의 단점까지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결혼해야 한다고 일러왔습니다. 딸아이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결혼생활은 신랑은 신부가 살아온 만큼의 세월을, 신부는 신랑이 살아온 만큼의 세월을 함께 이해하며 살아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습니다.

 

딸아이는 자신의 짝이 나름대로의 원칙과 생각에 의해 살아온 29년의 세월을 함께 해야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딸아이의 짝도 딸아이가 자기만의 문화와 기준으로 살아온 스물다섯 해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비로소 딸아이와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내와 저도 그런 원칙을 갖고 지금도 순간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웬만큼은 그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딸아이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에 관한 이야기들을 몇 주 동안 계속했습니다. 가끔은 주례 선생님 같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딸아이가 새로운 출발을 시작합니다. 그런 딸을 향해 저는 미친년아, 잘 살아야 돼!”라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하나부터 열까지를 모두 딸아이와 그 짝이 함께 헤쳐나가며 풀어야 합니다. 잘 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제, 내일부터는 아내와 저도 2의 신혼생활을 시작합니다. 20년도 훨씬 전 그때의 그 설레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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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선

<코리아 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 <코리아 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