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그 이후, 회복의 해결책은?
이제까지 우리는 문제투성이 고린도교회를 향하여 날카롭지만 섬세한 수술의 메스를 든 사도 바울의 아픈 마음을 살펴보았다. 과연 그의 수술 ‘기술’로 병들어 신음하는 교회가 건강을 회복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인 교회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01_복음전파의 열정 회복
모든 문제는 해답이 존재하고, 불치의 병처럼 보이던 병도 명의의 손길로 치유 받고 건강을 회복하여 다시 뛰고 날 수 있는 케이스가 얼마나 많은가! ‘교회 명의’ 바울이 든 수술 메스로 병든 교회가 치유 받고, 다시 비상하는 놀라운 모습을 본다. 그 비법을 추적해보자
그가 가장 먼저 교회의 건강회복을 위해 제시한 해결책은 너무도 선명하다. 가장 먼저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는 세상을 향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전파의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몸부림치는 (wrestling) 교회이다.
바울이 떠난 후, 고린도교회는 복음의 핵심 –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과 복음 전파의 열정을 동시에 상실했다. 오히려 성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느 리더를 따를 것인가?’와 ‘어느 리더에게 침례를 받을 것인가?’였다.
그러나 바울은 이들을 향하여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그리스도께서 나를 보내신 분명한 목적이 많은 사람들에게 침례를 베풀라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끓는 복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능력을 전하라는 것이다.”(고전 1:17)
사도 바울은 온 몸이 병든 고린도교회를 향해 분명한 처방전을 제시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능력만이 교회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그렇다면 오늘 우리도 ‘우리 교회에서 나에게 침례 받은 교인이 몇 명인가?’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기를 바란다. 오직 주님 다시 오시는 그 날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건강한 그리스도의 몸이 되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02_세상 지혜를 자랑하지 않음
성경에서 제시하는 건강한 교회는 세상(교회 밖) 풍조의 흐름과 세상 문화에 기초를 둔, 세상 지혜를 자랑하지 않는 교회이다. (고전 3:18-23) 세상의 지혜가 하나님의 지혜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보다 절대 앞서서는 안 된다. (고전 1:18-25; 2:1-5)
죄성 (sinful nature)으로 똘똘 뭉친 인간들은 습관적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와 문화의 가치 판단 기준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도 자랑하고 적용하려고 한다. 이것이 교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분명히 권면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세상 (혹 교회 밖)에서 통용되는, 세상 문화에 기초를 둔 감언이설의 설득력과 언변술로 선포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직 성령의 능력에 의한, 성령의 기름 부으심에 의한, 성령의 충만함을 통해서만 선포되어야 함을 힘주어 주장하고 있다. (고전 2:1-5)
나아가, 사도 바울은 ‘지혜’의 파라독스 (역설)을 말한다. “세상에서 지혜로운 자로 인정받는 사람은 오히려 교회 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함을 좇아 스스로를 낮추고 미련한 자로 행동하라. 자신의 지혜의 덫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라. 왜냐하면 세상의 지혜가 하나님께는 미련하고 어리석은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의 하나님께는 세상의 어떤 지혜로운 생각도 헛것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자신의 지혜로움을 자랑하지 말라.” (고전 3:18-20)
세상 문화에 근거한 세상 지혜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도를 선포하며 하나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자랑하는 교회로, 교회가 교회되게 하라.
03_존중과 조심
성경이 말하는 건강한 교회는 모든 성도들이 서로의 신앙 양심을 존중해주며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교회이다. 바울은 고린도 전서 8장과 10 장에 걸쳐 ‘양심’이란 단어를 무려 7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도 바울은 이 ‘양심’을 ‘지식’과 대립적인 긴장감 속에 사용한다. 고린도교회의 교인들 중 신앙(심)이 강한 몇몇 성도들은 세상 지식과 논리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주장했다. 풍부한 지식에 근거한 그들의 논리는 아주 설득력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주장이 초신자들 (the Weak)의 신앙 양심에 큰 상처를 준 것이다. 초신자들의 신앙을 송두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신앙 양심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그리스도에게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바울은 분명히 말한다. (고전 8:12)
몸의 일부분이 상처가 나서 아프면, 몸 전체가 그 아픔을 동시에 함께 느끼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한 성도의 신앙 양심이 상처를 받아 아파하면 교회 구성원 전체가 공동체적 연대 의식 안에서 ‘그 아픔을 함께 공감해야 한다’고 바울은 권면한다.
그리스도 몸인 교회 안에서,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비록 세상적인 논리와 가치관으로 합리적, 합법적이라 할지라도,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이 항상 교회와 성도들을 세우는 것도 아님을 바울은 일깨워주고 있다. 모든 주장이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 하여 항상 공동체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을 세워주는 것도 아니다.
바울은 공동체를 세우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되는 것이 ‘사랑’ (아가페)임을 가르쳐 준다(고전 13장).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은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라 가르친다. (13:4, 7) 고린도교회 성도들은 믿음이 있었다. (고전 13:13)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움을 알면서도 로마 황제를 신으로 숭배하는 법을 어겼다. 황제 숭배를 거부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하나님 아들이시며 예배의 대상임을 고백했다. 고린도교회 성도들은 소망이 있었다. (고전 13:13) 주님 다시 오실 날을 소망하며 (고전 16:22), 신앙으로 받는 삶의 모든 고통과 힘겨움을 인내하며 견뎠다.
그러나 그들에겐 사랑이 부족했다. (고전 13:13) 오히려 서로 시기했다. 자신의 유익만 고집하며 이기적이었다. 자신을 자랑하며 겸손하지 못했다. 교만이 습관화 되었고, 서로에 대한 배려심보다 서로에게 무례한 행동을 일삼았고, 화를 분출했다. (고전 13:4-6) 곪을 대로 곪았다. 사도 바울은 썩을 대로 썩은 고린도교회를 치료할 유일한 처방전은 오직 사랑, 아가페밖에 없다고 ‘교회의 처방전’ 제시했다.
04_믿음 소망 사랑 배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는 믿음, 소망, 사랑이 항상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의 신앙 양심을 존중해주는,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배려하는 사랑이 없으면 다른 두 가지 요소 – 믿음, 소망 – 는 무력화 된다. 이 셋 중 제일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신앙 양심을 존중하며, 말과 행동을 조심함으로 서로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며, 아가페 사랑을 힘써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의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의 이민교회에 주는 타산지석이다.
글 / 권오영 (철학박사· 알파크루시스대학교 한국학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