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칠목’ 기억의 출발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한강대교와 철교 사이의 샛강을 끼고 있던 작은 동네 ‘가칠목’입니다. 동네 앞으로 흐르던 한강물이 불어나기라도 하면, 들어오고 나가던 모든 길이...

? 옆에 기대어

꽃은 새가 되어 구름에게로구름은 꽃을 좋아할까요?구름은 꽃을 떠나 보내려고 할까요햇살은 꽃이 새가 된 마음을 알까요그림자는 햇살을 어디다 뱉어내는 걸까요그림자 없는 날, 바람은 어디에 숨어있는...

코테슬로 비치, 그 바다가 그립다

겨울비가 예고 없이 쏟아진다. 겨울비는 그리움을 안고 찾아왔다. 은빛 비늘이 인도양에 부서지던 그 겨울, 먼 수평선 끝을 말없이 바라보며 내 젊은 날 함께 했던...

한밤의 대화, 한낮의 악수

그때가 되면어리숙한 마을 촌부들만 가들 밥이래요감자밭 옥수수밭 훑고 돌아댕기면서순둥이 얼굴로 손잡고 댕기면서가차운 척얼매나 머리 조아리는지어르신들 머리까지 숙이게 만든다지요 빛도 닿지 않던 마을회관 밤불이 밭고랑에서 막...

집을 위해, 집 때문에

집을 옮기시려구요?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돈이 많으시다고요? 네, 부럽습니다. 나중에 연세가 더 드시면 수발해 주실 분이 계시나요? 며느리나 따님은 수발 대상자에 넣으시면 안되죠....

춘포역 싱그랭이

동네병원 닥터 해리니는몸통을 눕혀놓고 오래 진찰했다 바람이 할퀴고 간 곳인데,짚어낼까?다리 사이로 검안경을 밀어 넣고작은 핀셋으로 벌레 먹은 살을쥐눈이콩 만큼 뜯어냈다거즈로 닦고 커튼을 거두며입 꼬리에 힘을...

트라우마

“어떡하냐 죽어버린 것을” 훌쩍거리는 아이가 안쓰러운 듯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한마디 내뱉는다. 흐린 눈으로 올려다본 하늘은 속절없이 서러워졌다. “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멜론과 자루

사재기 끝물에 사들인멜론 하나와 자루포개 놓은 지 사흘째거들떠보지 않는 동안멜론 누운 자리움푹 내려간 자리에어디서 본 것 같은 모습 하나 고여있어힐끔 다시 보았는데그것은 화난 엄마의...

시드니&블루마운틴 지도책

책장을 정리했다. 손이 쉽게 닿지 않는 맨 위칸에 있는 책들을 꺼냈다. 책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계속 간직할 건지 버릴지 결정했다. 책장은 제법 깊이가 있어서 끝부분은...

하늘그네

꽃은 피었는데, 그리운 사람은 없다 mc 더 이상 재고도팔 것도피울 꽃도 없어서 하는 말인데가게 문닫을까 하여 닫고 싶다 해서가게 문 닫아버린 날,하늘에서 하!꽃 그네 내려오네 내려오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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