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호 권두에세이

다섯 번째 결실을 조심스레 펼쳐 보입니다. 고국과 호주 시드니의 계절은 정반대로 고국이 더우면 이곳은 춥지만 <문학과 시드니> 안에 담긴 문학의 마음은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밤의 냄새가 흘렀다도로변 성당 울타리, 가로수 낙엽들을 헤치며빛을 찾았다뜨이지 않은 눈, 볼 수 없어도찾는 것은 본능이었다 지난 어둠 속에서 엄마는섭리가 뚫어 논 야울링*에 빠져어설픈 사랑이...

패밀리 팩

비 내리는 토요일 아침, 여행을 떠난 딸의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모닝빵과 커피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주말 아침 풍경은 잠잠하고, 빗줄기마저 주변 공기를 축축하게...

콩꽃

바람이 콩꽃 줄기를쑤욱 잡아당겼어요 막 태어나려는 콩의 가슴이쿵 쿵, 하고 내려앉았어요 꽃눈은 꾸물꾸물껍질 속에서 꿈을 키우고 고개 숙인 채살짝 바닥으로 떨어진 꿈흙이 포근히 안아 주었어요 그리고 봄날,부드러운 말...

마거릿 리버에서의 첫날밤처럼

깊은 밤, 잠에서 깼다. 갱년기 탓일까. 요즘 들어 수면 장애로 고생이다. 오늘 밤도 이렇게 밤을 새울 것 같다. 눈을 감아도, 떠도 온통 어둠뿐이다. 빛을...

잘려나간 귀

누군가 속삭인다 난 괴물이야뚝뚝 번지는 잉크멈추지 않는 손검은 귀가 허공에서 자라난다 푸른 밤 너는하루를 끝까지 쓰지 못한 채 잘려나간 문장들한참 망설이다 결말부터 도려낸다 누구의 이야기인지도 모를...

담담히 버텨온 기억의 저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래고 삭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오래된 책 표지 같은 기억이 있다. 최종 면접을 보고 발표를 기다리던 을지로2가 맥주 골목. 면접장에서 마주친 역술인의...

꽃이 지는 날에도 여전히

1봄비처럼 달콤한쳇 베이커의 목소리쌀 향과 포도 향이 섞인 봄비가목울대를 타고 내려앉는다 알코올에 절은 채 살아온 인생촉촉한 목소리 아래미처 지지 못한 가시꽃 목소리와 사람이 어긋나도베이커는 베이커니까 뭘 잘못해도그저...

호박

내 머리만큼 커다란 호박이다. 한여름의 진초록과 바람이 풀어낸 연녹색 단호박이 식탁 위에 덜렁 놓여있다. 방금 낑낑대며 들고 와 둘 곳을 찾다가 올려둔 거다. 아쉽다....

하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빛나는 시냇물이 있었고,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귀를 때리는 시냇물 소리와 함께,생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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