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아이

민들레 하나가 사람들 틈 사이로 숨어들었다. 구겨 넣은 몸이 바람결에 터지려 해요. 조금씩 비명이 빠져 나오는 날이면 넥타이를 뒤로 꺾어 비어있는 구두에 입맞출게요. 새파랗게 부서지고...

겨울, 서울

키재기하듯 높다란 아파트 숲성난 한풍들 회초리 들고 몰려가고뿌루퉁 잿빛 하늘은미세 먼지에 재채기 쏟아낸다 곡예 하듯 빠져나가는 좁은 골목 미니 트럭사연 담은 갈색 가방 오토바이 재촉한다 인기척이...

마음 고르기

냉동실에 마음을 얼렸다가꺼내 본 적 있나요 당신 마음 울퉁불퉁 달아오르면꺼내세요 냉동실에 넣었다가 마음의 온도가 얼어붙어 있다면,고요한 물에 녹여 보세요 냉동에서 풀어질 때 당신이전자레인지에 녹일 수 있지만뾰족한 마음이...

릴리필드, 목련

겨울 대치하는 전령사들서로 선발대 뛰겠다 아우성치니솟아나는 열기매의 눈으로 봄을 납치한다 한겨울 릴리필드 뜨락 목련햇살이 통통 튕겨 연주하는 봄 1악장에잎사귀 나기 전 서둘러하얀 꽃망울들 떠뜨린다 아직 늦겨울푸른...

코비드 재택 K씨의 근무일지

8시 59 분 59…99999999초, 땡!급해진 컴퓨터 손부터 찾는다 기인 밤 기다렸다 투두둑 뛰쳐나오는 이메일을커피 물에 붓고급한 용무는 빵에 바른다 중요한 지시부터 쓰레기통에 구겨 넣고소스라치게 몸 흔들어대는...

오렌지 빛 너머 풍경

촘촘한 별들이 헐렁해지는 새벽 유칼립투스 나무 또 한 가닥 흘러내립니다오랜만에 마주 앉은 두 나무 세월을 기억하는 서로의 눈을 깊이 바라봅니다 천천히 그리움에 물든 부서진 마음을 만져봅니다발아래 꿈틀대던 어린...

디아스포라 사랑방

가을이 오면 한국의 곱게 물든 단풍이 참 많이 그립다. 물러갈 것 같지 않던 여름이 환절기 시간의 흐름 앞에 아름답게 탈바꿈한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나의 석촌호수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석촌호수는 청아하고 고요했다. 나의 석촌호수는 한강의 본류였고, 잠실의 섬 이름은 ‘하중도’ 였다. 잠실이 개발되어 물길을 막은 것이 바로 석촌호수이다. 그곳은 사람들의...

만둣국

요양원을 나와 한인거리 만두가게에 들른다검은 초승달 같은 등을 구부리고 창가에 앉는다 만 둣 국 한 그릇 만 주 시 요 내려쓴 안경에 앉은 뿌연 안개노인의 손은...

아비

잘 있나그라믄 됐다 나팔꽃처럼 퉁명했던 아버지이제서야 알았습니다나팔꽃은 늘 오므라져입을 옥다물고 비틀대면서허리를 숙인 채 햇살 위로 올라갔습니다 여름이 오기 전 나팔꽃은금빛에 둘러싸인 꼿꼿한 내 이름과백점짜리 종잇장을햇빛에 내어놓고그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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