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주말이라 화원에는 사람들이 많다. 큰 나무 화분을 트롤리에 가득 실은 사람, 다육식물이 심겨진 앙증맞은 화분을 손에 들고 있는 아이들, 잎사귀가 넓은 실내 식물을 안고...

린다

흑인 혼혈가수 박일준이 TV에 나온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머리는 완전 곱슬에 얼굴은 까맣다. 학창시절에 그는 ‘깜둥이, 몽키, 흑돼지’라고 놀림을 받았다.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이름

사랑이 많으셨던 우리 할머니는 이름이 없었다. 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 이름은 그냥 할머니인 줄로 알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나라를 다스리던 조선시대...

익어가는 시간들

손자가 체스를 좋아하여 방학이 되면 여러 시합에 참여한다. 이번 겨울방학은 캔버라에서 시합이 있다고 해서 딸과 같이 동행했다. 딸은 손자와 같이하고, 우리 부부는 산책과 일일관광을...

노매드랜드 (디지털유목민) 영화를 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많은 영화를 본다. 딸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자주 밤새워 가며 영화를 즐기곤 했다. 마구 부풀어 하얀 속살을 내민 팝콘을 입안 가득...

방패가 되고 기둥이 되어

새벽까지 비 바람이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하늘이 파랗게 웃고 있다. 봄을 부르는 새소리가 들린다. 잔디속에 숨어 있던 토끼풀도 물을 한껏 먹은 듯 통통한 잎을...

동행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이 이사를 다녔다. 머릿속이 헝클어져서 기억이 가물거릴 때 언제 그 일이 있었던가를 기억하려면 그즈음 살았던 집을 떠올리면 된다. 그래서 이사라는 단어는...

역사여!

역사여, 역사여, 역사여!당신은 정녕 어디로 가시나이까? 광풍 몰아치는 비탈진 언덕에서땡볕 내리쬐는 황량한 광야에서 아무 말도 아니 하신다고탓을 하는 게 아니외다방관자로 바라본 것도 아니외다 보았고 알았고 배웠소이다! 수메르의 넉넉한...

어이할꼬

긴 밤 지새우며눈물 새긴 조각상에어디로 어찌 가냐고묻고 또 물었지만속 시원히 뻥 뚫리는정답 없는 인생길을그렇게나 정신 없이걷고 또 뛰다 보니얻은 거는 많아졌고주린 배는 채웠지만혼돈 세상...

달빛 아래 춤추는 마리아

언제 보아도 마음이 편한 친구 마리아는 이민을 와서 만난 지 20 년 된 지기다. 그녀는 늘 지쳐있다. 오늘도 처진 어깨에 얹혀 따라온 그녀의 고단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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