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름 하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작은 노트가 있었다. 친구들, 친척들, 아이들 학교, 단골 미용실, 병원까지 손 글씨로 적어 둔 번호들은 생활의 흔적...

산장의 어머니

삶의 굽이마다 고향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림자를 따라 산촌으로 돌아왔다. 그곳은 내 어린 시절, 인생의 첫 문장이 시작된 마을이었다. 꿈속에서 수없이 걸었던...

멈춤의 선물

예상치 못한 일로 왼쪽 팔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 사건은 내 삶의 결을 갑자기 흔들어 놓았다. 늘 바쁘게 움직이며 하루를 채워 넣다가 집 안에...

큰개섬 장개섬

엉아는 크고 동상은 왜소해 같은 물살에도 엉아는 끄떡없고 동상은 힘겨워   망망대해 등에 지고 서로 마주한 형제 하늘이 묶어 놓은 운명의 거리   밀물이 올 때면 서로 멀어져 있다 썰물이 지나가면 양손 뻗어 손 잡는다   엉아네 방주는 크지만 동상에게...

기억하는 자연, 응답하는 사람

혹스베리 강 (Hawkesbury River)을 따라 리버보트 (Riverboat)에 올랐던 가을날, 물살은 고요했고 햇살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선체를 감싸고 있었다. 강은 유유히 흘렀지만, 마음속엔 조용한 물음이 일어났다....

아, 호주가 제3세계국가 될까 걱정된다

호주교포들께서는 대개 아시는 이 나라 이야기입니다. 전문지식이 아니므로 한담 (閑談)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를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는 조금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눈 감고 본다

그리움이 가슴 들추고 올라오면 밀려오는 향수에 뒤척이다가 졸음에 실려 고향에 간다 사랑하지 못한 순간을 보속하며 허한 마음 보따리 움켜잡고 옛집을 찾는다   물감 풀어놓은 꽃밭 안 젊은 엄마 빨갛게 익은 꽈리 다발 흔들며 예쁘다 예쁘다 연방연방 감탄한다 꽃 닮아 웃는...

어린 날의 추억

어릴 적에 나는 겨울이 되면 작은 형과 함께 언 손을 호호 불며 썰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동구 앞 넓은 논바닥, 꽁꽁 언 빙판으로...

약속

창문 밖엔 자동차의 불빛이 소리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낮과 밤이 바뀐 첫날. 억지로 눈을 감고 두 손을 양 옆에 가만히 놓은 자세로 천정을 향했다....

양보

운동가방을 들고 헬스장 (GYM)으로 들어간다. 여기 저기서 “굿 모닝” 소리가 들린다. 기구에서 걷는 사람, 뛰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자전거 타는 반에서는 강사의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