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의 추억

30여년만에 오르는 노량진 언덕길은 아직도 꾸불꾸불 가파르게 펼쳐져 택시운전사의 불평이 귀에 꽂혔다. 가네 못 가네 한참을 실랑이했지만, 결국 꼭대기까지 올라와 택시운전사에게 웃돈을 쥐어주고 커다란...

호주가 좋아, 한국이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던 소리인데, 한국에 나가면 내가 호주를 더 좋아하는지 한국을 더 좋아하는지, 어느 곳에서 살고 싶은지를 궁금해하는 지인들이 있게...

詩로 쓴 DMZ 투어

촉촉한 봄날 시의 발화점에 성냥개비 같은 統 자 올려놓으니 화르르 一 자로 불붙는 언어들   한반도 허리쯤 길이 248㎞에 폭 4㎞ 철조망 지퍼가 쩌억 열리고   통일공원 한복판 금강송엔 흰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가 붙어서서 제 새끼들의 부화를...

변함이 계속 될지라도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변화하는 것들일 것이다.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에 소리 없이 스며들며...

카르마 Karma

꿈꾸기조차 노동이던 밤 나는 펜을 들었다 쓰려던 것은 네 이름이었으나 기억은 이미 다른 생으로 건너가 있었다   언제부터 비어 있었는지 시간은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조바심만 손목 안쪽에서 맥처럼 뛰었다   기억조차 닿지 않는다면 그...

그리운 이름 하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작은 노트가 있었다. 친구들, 친척들, 아이들 학교, 단골 미용실, 병원까지 손 글씨로 적어 둔 번호들은 생활의 흔적...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언제나 비교 속에서 세상을 인식한다. 눈 앞에 놓인 두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자체로는 의미도 크기도 지니지 않지만 우리가 두 대상을 나란히 떠올리는...

제5호 권두에세이

다섯 번째 결실을 조심스레 펼쳐 보입니다. 고국과 호주 시드니의 계절은 정반대로 고국이 더우면 이곳은 춥지만 <문학과 시드니> 안에 담긴 문학의 마음은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코스모스

처음 빛이 너무 커서 그림자부터 피어났다   뿌리는 계절을 읽지 못했고 햇살은 낯선 말처럼 따가웠다   이민 가방 한쪽에 숨겨온 그리움 한 줌 북풍 아닌 남풍 맞을 줄 그때는 몰랐다 모국어의...

그때가 그립습니다

평소에도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 했지만 요즘 따라 점점 그런 시간이 더욱 그립다. 어디 한적한 곳에 들어가 몇 개월이고 지내며 세상의 온갖 잡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