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우리 둘만의 감옥에 갇혀 있어요

코카투섬 (Cockatoo Island)에 다녀왔습니다. 시드니 시내 부두에서 배로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함께 한 글동무들은 저까지 모두 아홉 사람이었습니다. 다들 예순 안팎의 나이든 ‘문청’들이었지요. 그대가 이...

여름

한낮의 열기에 바람도 후줄근하다북향 대청마루에 누워 듣는 매미 소리혼신의 힘으로 부르는 노래가자장가 되어 아득히 들려온다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밭에서 따온 수박을우물에 넣었다가 꺼내 자르시는어머니의 손놀림이...

한국 살이

“오늘이 그날이구나.” 차례상에 올릴 과일을 조심스레 씻으면서 아버지가 툭 하고 건네는 한마디. 순간 울컥하는 맘을 간신히 붙잡고 태연한 척 “네” 하고 대답하며 아침 루틴을...

살구꽃

우리 엄니 손잡고 외가에 가는 길인디,엄니는 언니와 내 손을 꼭 잡고.걸어가고 있었어살구꽃이 겁나게 피어있었어 황 선생에게서 진한 황토 냄새가 났다식탁 주위에서 흙먼지가 솔솔 일어났다 빈 찻잔만...

더웨이

빰 할퀴고 지나간 바람 잡지 마세요붉은 대문 한 번 더 녹슬잖아요 천 개의 바람이 불어천 개의 전쟁이 일어요 슈츠케이스 들고 찾아온 그이는정확한 시간에 들른 거죠 구불구불 창자...

글로 읽는 레시피 – 너도 할 수 있단다, 오징어순대

진아, 너의 전화를 받았을 때 이모는 깜짝 놀랐단다. 엄마의 생일상을 직접 차려보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너의 말이 얼마나 기특하고 좋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이 세상에...

눈꽃

인제 들녘은 너울거리는 흰 나비 떼 그 위를 무참히 밟고 논두렁 밭두렁을 정강이까지 빠지며 뛰다시피 김장독을 양쪽에서 잡고 미끄러질까 놓쳐 떨어뜨릴까 손이 얼었다 녹으며 소양강가...

바다 끝에 계단이 있다

밀물이 온다밀물 뒤로 다른 밀물이 도착한다연이어 도착한 밀물이 차례로 단을 쌓아가고 있다바람의 지시에 따라 바다를 깨뜨려 계단을 만들고 있다 해변은 간이역파도가 열릴 때마다소라 게 조개들이...

동생을 데리고 간 푸른 뱀

2025년은 ‘푸른 뱀의 해’라고 한다. 푸른 뱀이라니… 우리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아픔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름이다. 마치 전설의 고향 속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그...

어린 날의 추억

어릴 적에 나는 겨울이 되면 작은 형과 함께 언 손을 호호 불며 썰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동구 앞 넓은 논바닥, 꽁꽁 언 빙판으로...
Translate (번역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