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5월 1일 처음 시작… 훗날 방정환 선생, 색동회 등 큰 역할
호주에는 어린이 날이 따로 없지만 한국에는 5월 5일이 어린이 날로 정해져 있다. 어린이 날 하면 지금은 누구나 5월 5일을 생각하지만 96년 전 어린이 날의 시작은 천도교 소년회에서 1922년 어린이 날을 선포한 것과 이듬해 조선소년운동협회에서 어린이 날을 제정한 것을 기원으로 5월 1일을 기념일로 했다. <글 / 허지은 기자>
01_젊은 사람은 젊은이, 나이 어린 사람은 어린이
그러던 것이 1928년부터는 어린이 날이 5월 첫째 주 일요일로 변경돼 1937년까지 유지되다가 일제의 소년단체 해산명령으로 중단됐다. 어린이 날 행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1946년이다. 이 해 5월 첫째 일요일이 5월 5일이었는데 이때부터 날짜가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5월 5일을 기념일로 했다.
어린이 날이 생긴 것은 역설적으로 어린이들이 그동안 무시 받고 존중 받지 못한 상황 때문이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뜻있는 이들이 소년운동 활성화를 돕기 위해 ‘색동회’를 만들었는데 방정환은 “젊은 사람을 젊은이라 하듯이 나이가 어린 사람도 어린이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린이’라는 말을 널리 보급하는데 힘썼다.
그때까지 어른들은 ‘아이들, 애, 애들, 계집애’ 따위로 불렀지만 어린이의 존엄성과 권익 향상을 위해 어린이 날을 정하면서부터 어린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됐다.
일찍이 “어린 아이를 때리지 마라.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니라”고 강조한 동학 2대 교주 최시형의 뜻을 이어받아 천도교에서도 어린이 운동에 큰 힘을 보탰다.
02_호주에선 각 주마다 ‘어린이 주간’ 만들어 기념
이런 노력들이 모아져 1922년 5월 1일 어린이 날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었다. 그런데 같은 5월 1일에 어린이 날을 만든 까닭이 있다. 이는 어린이들이 일하는 사람 못지않게 제대로 존중 받지 못한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1923년 5월 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 천도교 수운회관에서는 어린이와 어른 1000여명이 모여 역사적인 어린이 날 첫 기념식을 가졌다. ‘어린이를 완전한 인격으로 예우하고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에 대한 노동을 없애고 어린이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여러 가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요지의 ‘어린이 선언문’도 발표됐다. 기념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어린이 해방’이라는 깃발을 들고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호주에서는 어린이 날을 기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각 주마다 ‘어린이 주간’을 정해 놓고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기념하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 날과 비교했을 때 그 정도가 크지 않고 보편화 되지 않았지만 어린이 주간을 통해 어린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을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