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한일전

2016년 1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일본에 패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2대 0으로 여유 있게 경기를 이끌어가다가 후반전에 연속 3골을 내주면서 어이없는 2대 3 역전패를 당했던 겁니다.

8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그리고 스포츠라는 게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 경기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던 경우도 참 드문 것 같습니다. 여유롭게 다 이겨놨던 경기가 “어? 어어? 어어어?” 하며 순식간에 뒤집혔을 때는 분노를 넘어 황당함과 허탈함이 엄습해왔습니다.

지난달 26일에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 (AFC) 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패해 탈락하면서 48년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날 한국은 FIFA 랭킹이 한참 아래인 인도네시아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승부차기에서 10대 11로 패했는데 그나마 한국인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있었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축구가 됐든 야구가 됐든 무슨 경기에서든 특히 그 상대가 일본이라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게 한국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 같은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 중 하나이지만 최근에는 그 같은 복잡한 감정을 떠나 편안하게 조금은 희한한(?) 한일전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4월 2일부터 6주 동안 종편채널 MBN을 통해 방송된 ‘한일가왕전’이 그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트롯 국가대표 Top7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대항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프로그램은 나름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프로그램 컨셉도 새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일본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물론, 한국 가수들과 함께이긴 했지만) 한국의 안방극장에 여과 없이 등장한다는 건 쉽사리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최근 수년 동안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비롯한 각종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지상파 3사들도 이 소리 없는 전쟁(?)에 너나없이 뛰어들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종편채널들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종편채널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연출했던 서혜진 PD가 자신의 회사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해 종편채널 MBN과 손잡고 만든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불타는 트롯맨’이었습니다. 이어서 그는 지난해 여자현역 트롯가수들이 참가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현역가왕’을 MBN과 함께 제작했고 거기에서 선발된 Top7과 일본 방송국과의 협업으로 개최했던 ‘트롯걸스재팬’ Top7이 맞붙는 ‘한일가왕전’을 제작했습니다.

거의 비슷한 포맷의 두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3와 현역가왕이 같은 시기에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는 전파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일가왕전’은 나름 신선한 기획이어서 흥미로움도 따랐습니다. 한국대표 중에서 마이진, 박혜신 등은 숨은 진주였고 일본대표 중에서도 50세의 우타고코로 리에와 16세의 막내 스미다 아이코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1, 2, 3차전으로 진행된 첫 ‘한일가왕전’에서는 팽팽한 대결 끝에 한국이 2대 1로 일본을 눌렀는데 ‘한국이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두 나라 가수들이 노래를 통한 선전을 펼쳤고 양국에서 선정된 10명의 연예인심사단과 100명의 방청객심사단도 꼭 자기나라 가수가 아닌, 조금이라도 더 잘한 가수에게 점수를 줬다는 사실도 좋았습니다. 대회가 끝난 후 양국 가수 열네 명이 한국어로 또는 일본어로 함께 노래하며 우정을 과시한 갈라 쇼도 흥겨웠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모습들을 한국TV를 통해 본다는 건 시대가 그만큼 변했다는 의미입니다. 가깝고도 먼 일본과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여전히 많지만 ‘한일가왕전’ 같은 변화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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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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