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러캔스*
낮은 소리로 불리던 이름
헛기침 아래 숨겨진 지천
여자가 무엇이냐고 다그칠 때마다 눈꼬리를 내렸다
허투루 피지 않겠노라고 고집하던
높은 미와 솔 사이
갈라지는 소리가 좁은 골목을 울린
낯선 태몽이었다
빼지 못해 박힌 가시 하나
어둠과 속도는 제 짝이라지
가지가 되고 숲이 되고 싶었으나
어린 날은 그렇게 멀어졌다
조금 남은 폐로 쉬지 않고 달렸다
앵무조개화석은 2억년동안 혼자 왔는데
앞만 보고 가려는 나귀가 흔하던 날
사방으로 붙잡힌 암어
바늘도 떡밥도 아니다
나는 아는 나는 못하는
바닥에서 깃을 잡고 올라가는 일
눈에 환한 것도 풀지를 못해
그것의 학명은 길을 잃었다
퇴적층의 깊은 지느러미일 뿐
손바닥에 박힌 줄이 나의 태명이라 한다
그 말 뿐이 들은 게 없다
*화석물고기 -고생대부터 현대까지 대를 잇고 있는 물고기 대략 100여년을 산다
윤희경 (시동인 캥거루 회원·미네르바 등단·시와 표현, 미네르바, 한국 동서문학 다수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