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의 창이 열린다
사향제비나비 밖으로 밖으로
생물들 발정에 분주하다
흙살 가둔 터
속 단장 한창이다
햇살 꼬이는 씨방을 갖기 위한 자리다툼
모여든 꽃나이, 홍등 빛 바람을 기다린다
우주를 향하는 땅속 깜깜한 자궁
로켓에 얹힌 꽃씨 한 움큼
어둠 속으로 흩어진다
채홍사의 수작으로
거룩한 모성에 안기듯 틈새로 틈새로
웜홀*의 난해한 지형을 헤쳐 나와 다독여 묶이는 방
태초의 고독이 태교의 하모니에 심장을 박동하며
우주를 유영하는 발차기 한창이다
아기집에 갇힌 계절은 한껏 부풀고
몸 트림이 지축을 가른다
손발 뿌리 내리는
울음 안에서 일어서는 울음 우렁차다
진화를 잊은 유전 형질들
어미 허물을 뒤집어쓴다
생의 보금자리에서 블랙홀을 오가는
꽃이 씨앗을 씨앗이 꽃을 낳는
윤회를 키우는 우주
불꽃 번식이 환하다
계간 <한국동서문학> 2017년 겨울호
* 웜홀 (Worm Hole) : 블랙홀과 화이트홀로 연결된 우주 내의 통로, 시 공간의 다른 지점을 연결하는 고차원의 통로
송운석 (시동인 캥거루 회원·2017 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 수상·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