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보고 광장 보고, 성당 보고 광장 보고… 숭구리당당 숭당당, 숭구리당당 숭당당… 전부 다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죠?”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에 기진맥진했던 상황에서 현지 가이드가 던진 이 한마디는 우리 일행 모두를 웃고 공감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동유럽 6개국 10박 12일 패키지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한 것은 성당이었고 가장 자주 맞닥뜨렸던 곳이 크고 작은 광장들이었습니다. 하긴 유럽 어느 나라를 가든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게 그들이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됐지만 모두모두 비슷비슷해 참 많이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호주라는 데가 알고 보면 별거 없어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다 아니면 초원인데 특히 내륙에서는 가다 보면 구더기 떼, 바퀴벌레 떼만 계속 만나게 되거든요.” 몇 년 전 4박 5일 멜번 패키지 여행을 했을 때 대형버스 안에는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제법 많이 있었습니다.
‘12사도 바위’ 관광을 마치고 난 후 달리는 버스 안에서 넋을 놓고(?) 차창 밖을 응시하고 있는 관광객들을 향해 “이제부터 한 시간 정도는 계속 초원만 나오니 잠을 좀 자두는 게 좋다”며 던진 여성가이드의 우스갯소리처럼 가도가도 푸른 들판과 양떼, 소떼들만 보였는데 멀리서 보니 정말 그들은 구더기 떼, 바퀴벌레 떼처럼 보이는 듯도 싶었습니다.
해외여행을 한번 하려면 큰맘 먹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돈도 많이 들뿐더러 시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세계 여러 나라를 많이 다녀봤지만 호주만한 데가 없더라. 호주가 가장 멋지더라”고 호주 예찬론(?)을 펴는 분들도 많습니다.
‘1년에 한번 해외여행 그리고 최소 다섯 번은 어디가 됐든 호주 국내 여행을 하자’는 게 아내와 제가 정해놓은 작지만 큰 목표입니다. 반복되는 얘기이지만 우리는 다릴 떨릴 때 말고 심장 떨릴 때, 앞으로 10년 동안 빡쎄게(?) 부지런히 다니기로 했습니다.
다행이 제가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여행과는 어느 정도 코드가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한국에 있을 때도 가끔은 혼자 차를 몰고 동해까지 내달아 밤 바다를 보고는 곧바로 올라오는 기행(?)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시드니에서는 주말 등을 이용해 2박 3일 정도의 여행을 가능한 한 많이 다니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낚시를 겸하기도 하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캠퍼 밴을 한 대 마련해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곳에 며칠씩 우리 집(?)을 짓는 꿈도 키우고 있습니다.
노동절 롱 위크엔드를 이용해 지인부부 두 팀과 함께 여섯 명이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전부터 말로만 들어오며 꼭 한번 가고 싶었던 골번 (Goulburn) 카우라 (Cowra), 오렌지 (Orange), 바써스트 (Bathurst) 등지를 돌며 9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신나게 달렸습니다.
북적대는 시드니를 벗어나 그곳에 머무는 동안은 순간순간이 휴식이고 재충전이고 평화였습니다. 노란색 유채 바다와 이름 모를 꽃들의 향연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고,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바써스트의 명소 Abercrombie House에서의 시간여행 그리고 그 동네의 헤리티지급(?) 137살짜리 2.5층 하우스에서 지낸 하룻밤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와인농장에서 만난 양몰이 개 보더 콜리 두 마리와 가졌던 짧은 즐거움, 그리고 Towac Pinnacle Lookout에서 배터리방전으로 꼼짝 못하고 있던 자동차에 점프선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어줘,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떠나던 사람들의 모습도 또 하나의 기분 좋은 그림으로 남았습니다.
2박 3일을 함께 한 좋은 사람들… 여행은 잘 짜여진 스케줄 못지 않게 함께 하는 구성원들의 생각과 마음이 맞아야 행복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우리의 만족도는 최소 100퍼센트였습니다. 조만간 코리아타운 지면을 통해 애독자 여러분께도 길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행복하게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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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