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엄마 와? 숨어야지!” 지 엄마가 데리러 온다는 얘기에 녀석이 잽싸게 뒷마당 쪽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장난을 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지 엄마에 의해 체포(?)돼 들어온 녀석은 칭얼칭얼 울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성통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안 갈 거야! 집에 안 갈 거야!”
그렇게 울면서 집으로 끌려간(?) 녀석은 다음 날도 엄마가 데리러 온다는 소리에 얼른 숨을 곳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식탁 밑에 숨어있다가 발각(?)이 됐는데 여지 없이 집에 안 가겠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온 아빠한테 들려(?)나가면서 녀석의 대성통곡은 더더욱 커졌습니다.
엄마 아빠를 따라 지네 집에 가는 것보다는 우리집에서 할머니랑 노는 게 녀석에게는 더 큰 즐거움, 더 많은 행복이었던 모양입니다. 하긴 하루 종일 지와 놀아주고 지가 먹고 싶은 거, 지가 원하는 거는 다 들어주니 이 세상에서 지 할머니가 최고였을 겁니다. 더군다나 지 동생은 차일드케어에 갔고 지 혼자서만 할머니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었으니 그 만족감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어쩌다(?)보니 에이든이 오랜만에 우리집에서 우리와 함께 시간을 했습니다. 어느새 61개월로 접어든 녀석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기 보호용 펜스 안에서 놀며 기저귀를 갈아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주 늠름해졌습니다. 혼자서 화장실에서 쉬나 응가도 잘하고 손도 뽀득뽀득 잘 씻습니다. 할머니와 나란히 서서 손에 비누칠을 해가며 구석구석 씻는 걸 보면 아빠미소, 아니 할배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쉴새 없이 재잘대길래 “에이든, 너 어쩌다 아줌마가 됐니?” 했더니 “하부지, 나 아줌마 아닌데?” 합니다. 할머니한테 푹 빠져 무한애정공세 중인 녀석은 하루 종일을 지 할머니와 놉니다.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장난감 놀이는 물론, 뒷마당에서 비누방울 놀이도 하고 설탕과 소다를 섞어 만든 옛날 뽑기 놀이도 합니다.
별채에서 일을 하다 문득 뒷마당을 바라보니 녀석이 지 할머니와 함께 빨래를 걷고 있습니다. “하부지, 이거 하부지 꺼야? 할머니가 하부지 갖다 주래.” 낚시할 때 입는 제 바람막이를 들고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하부지, 이건 할머니 꺼지?” 이번에는 지 할머니 점퍼를 들고 왔습니다. 잠시 후, 에이든이 지 할머니랑 빨래통을 맞들고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얼른 달려나가 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빨래통을 맞든 둘의 얼굴에 번져 있는 미소… 사진전에 출품해도 좋을 만큼 멋진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Mother’s Day… 오랜만에 딸아이 식구 넷이 우리집으로 총출동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문인원 제한 때문에 아들녀석은 이번에는 열외가 됐습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할머니를 발견한 에이든, 에밀리 두 녀석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그날 세 시간 남짓 우리집에 머물렀던 두 녀석은 집 안팎을 뛰어다니며 신나는 시간을 가졌고 때마침 찾아온 우리집 고정손님 ‘둘기’와도 재회를 했습니다.
그날 Mother’s Day의 하이라이트는 예쁜 케익에 초를 꽂아놓고 축하노래를 부르는 시간이었습니다. 두 녀석 모두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좀 늦다 싶었는데 에이든은 지금 아나운서 못지 않게(?) 말을 잘하고 있고 29개월로 접어든 에밀리도 제법 말을 잘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떠듬떠듬’이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치며 사랑하는 할머니를 향해 축하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은 가히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들의 축하도 듬뿍 받고 Mother’s Day 선물도 받아 든 아내는 이 세상 누구 못지 않은 행복을 느꼈을 겁니다. 이윽고 집으로 가는 길… 그날은 에이든도 울거나 떼를 쓰지 않고 사랑이 가득 담긴 뽀뽀를 할머니에게 안겨주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신 빠이빠이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여준 에밀리도 기분이 한껏 고조돼 연신 뽀뽀를 날립니다. 두 눈이 다 보이지 않는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그리고 저만치 코너를 도는 아이들의 차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은 할매와 할배의 얼굴에도 행복이 가득한 웃음이 넘쳐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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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