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전혀 다른 세계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빛나는 시냇물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오래 전부터 그곳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온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귀를 때리는 시냇물 소리와 함께,

생명의 기척은

바위 틈과

이끼 사이,

푸른 나무의 그림자 아래에서

새벽 안개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빛은 눈에 안 보이는 빛이었고

그 물은

광야에서 반석이 낸 바로 그 물이었다.

 

나는 바라보았고, 숨을 들이켰고,

내 안에 무언가가 끙끙거리며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내가 마침내 그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무길 (캥거루문학회 회원)

 

Previous article권력무상
Next article교민동정 (2025년 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