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피노키오>는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 (Carlo Collodi)가 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 중 하나다. 아동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져준다.

동화는 목수 제페토가 만든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진짜 소년이 되기 위한 여정을 그렸다. 피노키오는 마법으로 살아 움직이게 된다.

피노키오는 여러 가지 모험을 겪으며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변명하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피노키오의 코는 길어진다. 결국 피노키오는 잘못을 뉘우치고 진실과 용기, 희생을 배우면서 진정한 인간소년으로 다시 태어난다.

거짓말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하거나, 사실인 것을 사실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것이다. 즉, 진실이 아니다.

거짓말은 난처하고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아무리 철저한 거짓말이라도 언젠가는 들통나게 마련이다.

거짓말에는 선의의 거짓말이 있고 악의의 거짓말이 있다. 선의의 거짓말은 아끼고 희생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악의의 거짓말은 자신을 위한 탐욕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지탄하는 것은 악의의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거짓말의 정도가 심해지는 정신병이 바로 허언증이다. 거짓말이 무서운 것은 거짓말을 하다 보면 거짓말이 진실이라는 걸 변명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고 하는 거다.

거짓말하는 사람의 코가 피노키오 코처럼 된다면 어떻게 될까?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코뿐만 아니라 몸뚱이 어느 부분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는 모른다. 오직 자신만이 아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혹여 얼굴이라도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진정한 인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개연성은 지니고 있는 거다. 거기에 더해 마음이 괴롭다면 그 사람은 머잖아 피노키오처럼 진정한 인간으로 변할 거다.

우스갯소리인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세상에서 거짓말을 가장 쉽게 진실처럼 말하는 인간은 정치인이라고 한다. 권력을 움켜쥐기 위한, 혹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인은 습관처럼 거짓말을 한다는 거다.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짓말이 입에 배어버린 정치인은 결국 인격적 파탄을 맞는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다룬 드라마 <체르노빌>에 이런 말이 나온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거짓을 진실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다. 거짓의 진짜 대가란 거짓을 끝없이 듣다가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벌써 1년여가 다되도록 ‘채 상병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실 싸움이 점점 더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이란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경 여름 한반도 폭우사태 피해지역인 경상북도 예천군 호명면 내성천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중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등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14시간만에 사망한 채 발견된 사고’다.

언론에서는 이를 약칭하여 ‘채 상병 사건’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채 상병은 상관의 명령으로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못한 채 실종자 수색작전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 사망한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 사건은 최고권력자에 대한 사단장의 아부와, 병사에 대한 무책임이 채 상병을 죽게 했다고 충실하게 수사했다. 그러자 국방부장관은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하고 명령불복종으로 재판에 넘겼다.

최고권력자가 수사를 축소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거다. 굴종적인 아부로 무릎 꿇는 ‘사단장’을 감싸려고 고귀한 한 생명의 죽음을 ‘일개 병사’의 죽음으로 치부한 거다. 여론이 들끓자 최고권력자는 위법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수하들도 거짓말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니 국민들은 거짓말집단이 불쾌하고 괘씸하다.

병사의 죽음에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들의 분노에 아첨꾼집단들의 더해지는 거짓말과 몽니는 어이상실이다.

나는 정치공학적인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건의 배후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고권력자의 부당한 격노와 지시가 적법한 것인지 아닌지 논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인간으로서, 우리의 자식 같은, 앞날이 창창한 한 젊은 병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반성과 참회를 함으로써, 후세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가르쳐 주자는 거다.

최고권력자는 거짓말을 해도 코는 길어지지 않고 주먹만 커지는 것인지 술타령 모임 때마다 걸핏하면 주먹을 쥐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연출한다.

최고권력자는 권력을 자신과 측근들을 위해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하면서, 오로지 민중의 안락을 위한다는 거짓말로 대중을 안심시키는 ‘도둑 정치’를 연상케 한다. 부인과 관련된 온갖 부정한 행태에도 거짓말만 한다. 진실을 인지하는 능력상실인가?

이러니 피노키오처럼 잘못을 뉘우치고 진실과 용기, 희생을 배우면서 진정한 인간으로 변한다는 건 애당초 먼 이야기 같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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