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제닉상?!

지난 일요일 오후, 우리가족 ‘일곱 마리’가 또 다시 우리 집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전 주 토요일에 설날 모임을 가졌던 터라 대충 넘어가고 싶었지만 ‘효심 가득한’ 우리 아이들 등쌀에(?) 안 모일 수가 없었습니다.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아빠 생일… 아무래도 한자리에 모이다 보면 음식이니 케익이니 선물이니 해서 쓸데없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로서는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자’는 가히 꼰대적인(?) 발상을 했던 건데 그야말로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긴, 오래 전부터 우리 일곱 식구의 생일은 물론,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등 기쁜 날은 빠짐없이 챙기며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작은 선물도 나누는 게 우리 집의 전통 혹은 문화로 자리잡아오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꼰대 같은 얘기를 하자면, 결국 우리 아이들은 음식 값이며 케익 값에 술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요즘 같아서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비싼 술’을 두 병씩이나 사왔습니다. 고마운 마음보다는 왠지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드는 대목입니다. 아무래도 이 술은 중요한 날에만 조금씩 아껴 마시며 술병에 금이라도 그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는 우리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참 좋고 행복합니다. 혈혈단신 어머니와 단둘이만 살다가 아내를 만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사위가 생기고, 손자손녀까지 품에 안게 된 게 저로서는 너무너무 신기하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물론, 아들녀석을 통해 며느리를 맞이하고 또 다른 손자손녀 두 명이 더 생겨 우리 식구가 열 명, 아니 ‘열 마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램은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말처럼 우리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우리 아이들은 물론, 에이든과 에밀리한테 선물도 팍팍 사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또한 늘 안타까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가족 모두 ‘일곱 마리’가 한 자리에 모여 있을 때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행복과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만 특히 에이든과 에밀리를 통해 느끼게 되는 행복감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난 일요일, 제 생일축하 모임에서도 이는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김치소녀?! 이제 26개월에 막 접어든 에밀리, 봄이는 희한하게도 김치를 좋아합니다. 녀석은 다른 건 다 제쳐놓고 김치, 그것도 배추 속으로 들어간 무채를 특별히 선호합니다. 처음에는 너무 매울 듯싶어 물에 씻어줄까 했는데 아주 난리가 났었습니다. 매운 맛 그대로의, 있는 그대로의 김치를 원하고 즐기는 겁니다. 입 주변을 온통 시뻘겋게 만들어놓고도 에밀리의 김치 사랑은 그치지 않아 계속 김치에만 시선이 갑니다.

개구쟁이?! 이제 58개월에 들어선 에이든, 훈이에게서는 그야말로 장난기가 뚝뚝 떨어집니다. 며칠 전 지 엄마가 보내온 영상에서 녀석은 ‘할머니는 좋고 할아버지는 싫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하며 머리 위로 커다랗게 하트를 그리던 녀석은 “하부지… 메롱!” 하며 혓바닥을 쏙 내밉니다.

녀석의 그런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소중해 틈만 나면 영상을 보며 미소를 짓곤 합니다. 저는 녀석의 ‘진짜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 엄마랑 동생이랑 우리 회사를 찾았던 에이든이 집으로 가는 길… 녀석은 지 엄마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며 열 번도 넘게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향해 빠이빠이 한번, 엄지 척 한번… 그걸 열 번도 넘게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도 생일케익을 먹고 가진 아이스크림 타임… 녀석이 제 무릎에 냉큼 올라앉았습니다. 지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제 입에 계속 대주는 녀석의 눈에는 할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가득했습니다. 저만치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에밀리에게 “뽐이도 이리 와!” 했더니 얼른 제 무릎에 앉아 지 오빠와 똑같은 행동을 했습니다. 딸아이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제 무릎에 나란히 앉은 에이든과 에밀리… 이보다 더 크고 이보다 더 소중한 행복은 없습니다. 그날의 그 사진이 두말할 필요도 없는 ‘포토제닉상’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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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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