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카르텔

내가 아는 언론사 대표가 한국정치판을 ‘똥물’이라고 ‘돌려까기’를 했다.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똥물에 몸뚱이를 담근 물건들로부터 풍기는 악취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똥물에 사는 물건들은 그 악취를 맡지 못한다. 특정한 냄새에 빠져있으면 그 냄새가 필수적인 생존의 냄새로 세뇌되어 악취라는 인식을 못한다. 그 물건들은 자신들의 행태도 똥 냄새가 나는걸 모른다.

수해가 발생해 이재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데도 무능 무심 무책임의 3무(無)로 일관하고, 이재민들 위로한답시고 선심성 발언을 나열하면서 박수 좀 쳐달라고 정치적 선동이나 한다. 진짜 ‘똥물에 튀길 놈들’이다.

똥물에 몸 담그고 살아가는 물건들은 정의로운 세상과 국민을 위해 몸바치겠다고 열변을 토하지만, 막상 권력을 잡으면 정의로운 세상과 국민을 위해 어쩌고 하는 말은 포장일 뿐이고 실제로는 대대손손 호의호식할 수 있는 부정의 한판을 조작한다.

한동안 잠잠한가 했더니 역시나 밖으로 들어나지 않았을 뿐 안으로는 그 똥 냄새 나는 무리들의 음침한 작당이 은밀히 진행되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한때는 보수정권 공격하는데 앞장섰던 ‘그분’이 돌변해 보수세력 기치아래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그분은 전 정부를 무능 부패의 정부라면서 ‘이권 카르텔’을 박살내겠다며 청렴과 정의의 코스프레를 했다.

국민들은 세상의 온갖 부정이 철퇴를 맞아 혹시나 똑바로 사는 사람들의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권력을 움켜쥔 그분 세력들은 특권 카르텔을 형성해 되레 부정의 큰판을 조작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고작 3개월 된 지난해 7월부터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실세들은 교통환경개선을 위해 준비해온 ‘양평고속도로’ 건을 가지고 뭔가를 획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양평간 고속도로는 2017년부터 추진된 1조 7000억원의 예산이 확정된 국책사업이다. 정부의 예비타당성까지 통과되고 시공날짜만을 기다린 양평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당초 계획안은 서울에서 하남을 거쳐서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한데 느닷없이 국토부가 지난 5월에 양평고속도로 종점을 당초의 양서면보다 남쪽으로 뒤틀어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했다.

물론 예비타당성이 통과되고 도로변경이나 계획변경 하는 것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변경한 양평군 강상면 종점 주변에는 그분의 장모를 비롯해 아내의 일가들이 소유하는 토지 29개필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거다. 축구장 5개 크기라고 한다. 이것을 정말 국토부가 몰랐을까? 이것이 과연 오비이락 (烏飛梨落)일까?

부동산투기에 무지한 일반국민들이 볼 때도 이건 땅 소유주에게 대박이 터지는 거다. 고속도로 종점이 들어서면 종점 주변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것은 나 같은 땅 바보도 아는 일이다. 그분과 그분 아내와 장모는 자자손손 쓰고도 남을 재산을 움켜쥐는 거다. 누가 봐도 이건 분명한 그분 처가 특혜몰아주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범죄 카르텔이다.

그런데도 많이 배워 똑똑한 줄 알았던 국토부 장관이라는 물건은 특혜가 아니라고 생떼를 쓴다. 특혜가 아니라면 변경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소상히 밝히면 될 텐데,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혼자서 성질만 부린다.

국민이 천치 바보인 줄 아는가?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최근에 국민들 사이에 이런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여보! 장모님 댁에 고속도로 하나 놔드려야겠어.”

국민들 앞에서는 이권 카르텔을 박살내겠다고 부르짖지만 정작 뒤에서는 특권세력들과 뭔가를 짝짜꿍하면서 부정의 한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똥물에서 살다 보니 그런 행태가 똥 냄새 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그들이야말로 뿌리를 뽑아 박살내야 할 특권 카르텔이 아닌지. 앞으로 또 어떤 꼼수가 들어 날지 실로 흥미진진하다.

국민들은 좌든 우든 뭐든 정권이 바뀌면 부정 없고 특혜 없고 차별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 하지만 그런 소망은 언제나 도로아미타불이다. 정권이 바뀌면 보복과 한탕만 있을 뿐이다. 잡은 기회에 큰 거 한탕이다. 한탕이 사회화 됐다. 수십 년을 그걸 보면서 살다 보니 ‘그 놈이 그 놈이다’ ‘도둑 피하면 강도 만난다’ ‘모두 똥물에 튀길 놈들이다’는 자조 섞인 욕설이 튀어나오는 거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선배님, 정치하는 놈들 바르게 하는 놈들이 없고, 겉으론 정의 정의 하지만 속으론 한탕 크게 해먹을 궁리만 하는 쓰레기들이니 이걸 단칼에 작살낼 수 있는 기똥찬 수가 없을까요?”

내가 대답했다. “똥물에서 헤엄치는 40세 이상 된 쓰레기들 모두 동시에 한꺼번에 죽어버리면 된다.” 나의 진심이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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