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아이도 영재?

아이의 가능성 살려주는 영재교육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는 명문고등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는 나름 ‘수재’인 아이들을 서울의대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극성스런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 아이 천재 아니야?”라는 생각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다고들 한다. 자식에 대한 기대와 혹시 영재인 아이를 몰라보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지 못할까 조바심 내는 심리는 생각보다 흔히 경험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 아이는 영재일까? 영재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영재와 영재교육에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나눠보려 한다. <구성/정리 전수화 기자>

 

PART 1

영재교육판 스카이캐슬?!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재학교 열풍

매년 9월 신학기가 되면 각 초등학교에서 치열한 입시전쟁이 시작된다. 한국의 대치동, 목동 등 교육열이 뜨거운 지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곳’으로 통하는 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 합격이 목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떠오르게 하는 이 풍경… 영재학교 열풍과 영재학교에 입학시키려는 ‘학부모’의 속내를 살펴보자.

 

01_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재교육’ 입시전쟁 시작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한 학년에 수학·과학반 각 20명뿐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모집을 한다.

각 학교는 우수 학생들을 모아 수업을 진행한 뒤 영재교육원 응시자를 정한다. 여기서 학년별로 3-4명이 추려진다. 이렇게 추천 받은 학생들은 영재교육원에 모여 또다시 지필시험 형태의 수행평가와 면접을 치른다. 산 넘어 산인 셈이다.

이보다 더 들어가기 어렵다는 곳도 있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이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생을 뽑는 영재교육원은 서울교대 한 곳뿐이다. 구별로 뽑는 교육청 영재교육원과 달리 이곳엔 서울 전체 초등학교의 영재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경쟁률이 훨씬 높다. ‘서울대 들어가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02_영재가 되도록 교육하는 영재교육

이러다 보니 사설 영재학원에서의 사전준비는 필수코스가 됐다. 영재교육원 모집이 시작될 무렵 사설학원들은 일제히 ‘영재교육원 대비반’을 개설한다. 이들 학원에 다니는 학생 수만 1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가장 큰 규모인 와이즈만에는 6만여 명이 등록돼 있다. 심지어 합격생을 대상으로 사전교육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영재교육이 ‘영재’를 교육하는 게 아니라 ‘영재가 되도록’ 교육하는 게 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재교육원 선발이 끝나면 ‘2차 영재입시’가 치러진다. 각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과정으로 운영하는 영재학급 선발이다. 다니는 학교에 영재학급이 없는 경우 주변 학교의 지역공동 영재학급에 응시하기도 한다.

영재는 또래에 비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사고력과 창의력을 갖고 있느냐로 판별해야 하는데 어느새 선행학습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로 판단 기준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03_영재교육도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

Image result for 영재교육이처럼 영재교육에 목을 매는 까닭은 영재를 대상으로 한 수업은 문제를 푸는 방법뿐 아니라 원리탐구나 발표력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강화되면서 영재교육을 받은 경험이 향후 대학입시나 영재고 입학 등에서 경쟁력 있는 ‘스펙’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요즘 엄마들 보면 정말 미친 듯이 자식 영재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어요. 그런데 정작 영재학급이나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면 영재교육을 받게 됐다고 기뻐하는 게 아니라 ‘상위권에 들어왔다’고 안심해요.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보다는 일단 잘하는 그룹에 넣고 싶은 거죠. 영재교육이 좋은 학교로 진학하기 위한 필수 선행코스가 돼버린 겁니다.”

 

04_발 디딜 틈 없는 영재학원 설명회

이 같은 영재교육 광풍은 유치원은 물론 유아기까지 이어진다. “7세 때 아이가 영재 판정을 받았는데 기존 사교육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창의력·사고력별로 학원을 보내고 있다”

“한 달에 수십만 원 하는 학원비용이 버겁긴 하지만 아이가 좋아해 2년째 영재학원에 보내고 있다”

“영재 여부를 결정짓는데 태교가 중요하다고들 해서 영재 아이들이 공부한다는 책과 동영상을 보면서 태교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영재학원을 찾는 발길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대치동의 한 영재학원에서 열린 설명회에는 100여 명의 엄마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학원들은 매달 전국을 돌며 경쟁적으로 설명회를 열고 있는데 가는 곳마다 학부모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10만 원이 넘는 영재 여부 판독검사도 인기다. KAGE 교육학술원의 영재성 테스트 비용은 16만 5000원에 달하지만 매달 전국에서 300여 명이 응시할 정도로 인기다.

 

05_영재교육의 부작용… 병드는 아이들

영재교육이 늘다 보니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반에 성적이 좋은 영재 아이가 수 명이 되다 보니 ‘영재라면서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느냐?’고 놀림을 받는 경우가 있다.

또 아들이 영재로 두각을 나타내자 영재학원 대비 과외까지 시킬 정도로 영재교육에 열을 올렸지만 공부에 지쳐 버린 아이가 정신분열 증세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된 경우도 있다.

영재교육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필요성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일부 영재 아이의 경우 일반교육만 받으면 학교생활을 등한시하고 학습지진아로 전락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은 교육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뀌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재교육이 정말 필요한 아이들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나치게 부풀려진 영재에 대한 환상은 깨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재교육을 받지 않고도 좋은 대학에 가는 아이들이 훨씬 많은데 굳이 영재가 아닌 아이에게 거액을 들여 선행학습 과외까지 시키면서 영재교육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PART 2

우리 아이는 영재가 아니다?

와이즈만입시전략연구소 이주영 선임연구원이 말하는 영재의 진정한 의미

아이가 장래 남다른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부모가 조기에 영재성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걸맞는 교육도 필수적이다. 학부모들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영재는 타고나는 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부모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며 자녀를 대상으로 어떠한 교육을 실시해야 할까? 와이즈만입시전략연구소 이주영 선임연구원의 ‘영재교육 매뉴얼’ 시리즈를 통해 그 방법을 살펴본다.

 

01_영재 vs. 천재

영재란 어떤 아이를 의미할까?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르면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교육이 없어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천재’와는 확실히 다르다.

과연 현실 속 인식도 그러할까? 아직까지도 영재와 천재를 혼동하는 학부모님들이 참 많다. 예를 들어 수학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아이는 영재일까, 천재일까?

보통 학부모들은 “영재도 천재도 아니고 공부 잘 하는 아이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영재와 천재가 매우 특별하고 유사한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 학생은 영재이다. 어떤 분야에 대한 재능을 판단하는 요소와 방법은 다양한데 시험점수도 그 중 하나로 이 아이는 수학적 재능이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아이에겐 수학과 관련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의 영재교육은 이 학생의 케이스처럼 이해해야 한다.

때론 이런 관점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영재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부모들에게 심어준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여기서 말하는 영재는 만들 수 있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아이가 지닌 재능과 잠재력을 계발해주는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 달리기가 싫은 아이를 억지로 연습시켜 육상선수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영재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소수를 위한 특별교육이 아니라 아이마다의 재능과 잠재력을 계발해 주는 교육으로 말이다.

 

02_영재의 가능성

그러면 학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질문한다. “그럼 모든 아이가 영재란 말인가?”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

모든 아이가 영재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맞다. 함께 살펴보았듯이 영재의 범주가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영재라고는 또 볼 수 없다. 보통 영재라고 불리는 아이들에겐 공통적인 특성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많은 학자가 연구를 했는데 영재의 정의로 저명한 렌줄리 (Renzulli) 박사는 ‘세 고리 모형’을 통해 영재는 평균 이상의 지능, 높은 창의성, 높은 과제집착력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했다.

이 3기준을 모두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어느 한 부분만 뛰어나도 영재의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어떤 분야에 관심과 잠재력이 있는 것은 영재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위와 같은 특성이 나타날 때 보다 영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창의성과 과제집착력은 좀 추상적이지 않나?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만 설명을 더한다.

창의성이 높다는 것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새로운 방법, 방식을 추구하고 자기 해석과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반학생들과 수학게임을 하기로 했다. 이 게임의 규칙은 보편적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학생은 기존에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게임을 진행하려는 경우가 많지만 영재학생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복잡한 규칙을 생성, 적용해 보고자 한다.

과제집착력이란 어떤 영역에 자신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성격적 특성을 의미한다. 탐구심, 리더십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특정분야에 관심과 재능을 보이지 않더라도 사물을 대할 때 이런 특징을 나타내면 이 또한 영재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영재의 의미와 특성이 헷갈리고 어렵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모든 아이는 영재의 가능성이 있고 특정분야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아이는 100% 영재가 아니라는 단정도 금물이다. 그것보다는 아이가 흥미로워 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관찰하고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해주는 게 중요하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과 아이에 대해 면밀히 이야기 나누는 것도 숨겨진 아이의 특성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영재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게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인 피겨선수 김연아도 피겨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날 정상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위대한 인물들의 성공 뒤에는 부모가 묵묵히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고 혹자는 자식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억척스럽다, 치맛바람 날렸다고 말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아이에게 오로지 집중하고 관심을 가진 것이다. 단 1%의 가능성에도 주목 하는 것,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능을 발견해 주는 것, 이것이야 말로 오늘날 영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에 가깝다.

 

PART 3

영재는 IQ가 높다?

일반인들이 영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진실 혹은 거짓

일반인들이 영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있다. 매스컴을 타는 영재들은 IQ가 엄청 높고 조기에 해외 대학에 입학한 천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영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다 그렇진 않다. 전문가들의 연구와 통계를 통해 사실을 확인해봤다.

 

01_영재는 IQ가 높을까?

전문가들은 지능과 영재성은 다른 차원의 것으로 본다. 과거엔 지능이 높은 아이들을 영재로 보는 경향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학자들은 지능뿐 아니라 창조적 사고와 집중력 등 영재성의 범위를 넓게 정의한다. 연관 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부산과학영재학교는 2003-2004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IQ를 조사했다. 매우 우수한 IQ로 분류되는 140-149 범위가 271명 중 115명(42.4%)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130-139가 79명(29.2%)이었다.

하지만 모든 신입생이 다 IQ가 높지는 않았다. 보통 수준으로 분류되는 119 이하 신입생도 8명이나 됐다. 과거 기준에서는 영재로 분류되지 않았을 경우다.

 

02_영재들은 의대로 많이 갈까?

영재교육이 활발한 국가에서는 영재들을 대상으로 중장기 추적연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영재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미국의 루이스 터먼은 1920년부터 9-12세 영재 1500여 명을 30년간 추적한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공식적인 영재교육의 역사가 짧아 이 같은 연구 결과가 많지는 않다.

인천대 과학영재교육연구소에는 98년부터 2006년까지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의 진학 현황을 조사했다.

응답자 820명 가운데 KAIST에 진학한 경우가 126명(15.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 117명(14.3%), 연세대 105명(12.8%), 인하대·성균관대·고려대·이화여대·한양대 등이 뒤를 이었다. 24명(2.9%)은 해외 유학을 선택했다. 지방 국·공립대 진학은 46명(5.6%), 지방 사립대 진학은 85명(10.4%)으로 10명 중 1.6명은 지방대학을 선택했다. 3명은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계열별로는 공학 계열이 335명(40.9%), 자연 계열이 144명(17.6%)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의약학 계열은 72명(8.8%)에 불과했다.

 

03_영재는 행복할까?

2년 전부터 KAIST 재학생의 잇따른 자살이 논란이 됐다. 기존 연구결과 중에는 영재들이 심리적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적잖다.

영재들이 지적 성장은 빠르지만 정서적 발달이나 신체적 성장이 따라오지 못해 불균형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엔 영재 아이들이 일반학생들에 비해 행복감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현실을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모든 영재들이 심리적인 문제에 직면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영재교육을 받는 중학생 959명과 일반 중학생 13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재 학생들의 행복도가 일반 학생보다 높았다.

학교 수업에 대한 행복도는 일반 학생보다 낮았지만 친구 관계나 자아 존중감 등에서 오는 행복도는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실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영재들도 있는 만큼 영재의 심리적 특성에 맞춘 상담이 필요한 부분이다.

 

04_영재와 부모의 역할

영재의 초기 판별과 교육은 1차적으로 부모에 의해 이뤄진다. 반면 양육의 역할은 학술적으로도 논쟁의 대상 중 하나다.

많은 전문가는 부모의 역할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둘 다 갖고 있다고 말한다. 2009년 경기도 화성·오산의 영재학급 학생(99명)과 일반 학생(433명)을 설문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재 부모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은 120.88점(160점 만점)으로 일반 학생 부모(109.88점)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영재 학생 부모는 일반 부모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의 과학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다. 학원이나 기관 프로그램에 보냈다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아이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 독서나 체험학습을 함께 한다는 응답에서도 차이가 컸다.

부모의 학력도 상관 관계를 나타냈다. 부산과학영재학교 2005년 신입생(144명) 부모의 학력을 조사한 결과 아버지는 123명(85%)이, 어머니는 102명(64%)이 4년제 대졸 이상이었다. 고졸 이하는 아버지 8명(5.8%), 어머니 33명(23.9%)이었다.

 

PART 4

세계의 영재학교

미국과 러시아에서 찾아보는 영재학교 & 명문 과학고

미국은 비교적 광범위하게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편이다. 주에 따라 다르지만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10-15%에 달한다. 여러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다. 최근엔 아이를 영재반에 넣으려는 미국 학부모들이 늘면서 과밀현상과 조기교육 등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우주·항공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러시아도 최근 영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영재학교로 찾아가본다.

 

01_미국의 영재 학교

공립학교인데 특수 목적고가 아니면서 7학년부터 소수의 영재학생들을 선발해 교육시키는 기관이 있다. 편의상 영재학교로 부르는데 대개 대도시에 1-2개 정도씩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 정예를 표방하고 있으며 대개 주립대학이나 시립대학들과 연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1. 보스턴 라틴 스쿨

Image result for Boston Latin School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학교 (1635년 설립)이면서 영재학교인 보스턴 라틴 (Boston Latin School). 우스갯소리로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더 공부할 곳을 마련해주기 위해 하버드대학이 생겨났다고 한다.

아직도 하버드와 특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년 졸업반 350명 중 평균 22명 (2004-2007통계)이 하버드에 진학한다. 미국 독립선언문에 사인한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과 존 행콕 (John Hancock)의 모교이기도 하다.

 

2. 미국 헌터영재학교

Image result for Hunter College High School뉴욕에 위치한 헌터영재학교 (Hunter College High School)는 시립대학인 헌터칼리지 부속이며, 미국의 공립고 중 졸업생 대비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25%)이 가장 높다.

1870년 설립된 헌터영재학교는 유치원부터 중등학교 과정까지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영재 교육기관이다.

전체 학생은 1560명.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이 360명이고, 중등학교 과정이 1250명이다. 입학대상은 지능지수 상위 5% 안에 든 학생이다. 학교측이 영재아의 집착력, 성취동기, 창의력을 검사해 입학을 위한 보충자료로 활용한다.

영재 판별 시기는 대부분 만 4세다. 이 때 영재아로 판별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고등학교까지 그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물론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서 입학한 학생들도 있다.

교육과정은 속진, 심화, 정교화, 신기성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 등을 강조한다. 각 학년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이 2-3개월에 끝나면 7-8개월은 학교측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창의성,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개별 연구과제를 학생들이 수행한다.

한 학급의 학생 수는 20명에서 25명 정도다. 한 학급에 배정된 교사는 2명에서 5명 정도. 교사들은 주로 학생들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학생들이 하는 활동을 관찰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고뇌하는 사상가나 철학자인 듯 자발적으로 학습 활동에 몰입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결과물을 놓고 학생과 1대1로 대화하며 학생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려 노력한다. 교실 전체는 학생들의 다양한 결과물이 마치 정돈되지 않은 전시회장처럼 산만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학생들 개개인의 창의적인 학습 결과물이다.

 

3. 영재학교 교육환경

일반적으로 이러한 학교들은 인종 분포가 다양하며 동양인이 40퍼센트 이상 된다. 캘리포니아주의 위트니고교의 경우 동양계가 80퍼센트 이상 된다. 그 이유는 한국, 중국, 인도계 동양인들의 성취욕이 백인들보다 강해서이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공부하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없다. 그리고 공부 이외 다른 곳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서 마약 복용자나 갱 조직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학교에서는 자기의 주거지보다 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오는 다양한 배경의 우수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학습 환경이 열악한 곳에 사는 우수한 학생들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주므로 교육의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4.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

Image result for 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미국에서 가장 부상하는 과학고는 버지니아 주 북부 워싱턴 DC 근교에 있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 (Thomas Jefferson High School for Science and Technology)이다.

이 학교는 <유에스 앤드 월드 리포트>로부터 2009년 미국 최고의 공립 고등학교로 선정됐으며 2009년과 2010년 하버드-MIT 수학경시대회에서도 각각 1등과 4등을 차지했다.

이 학교는 1985년에 설립돼서 유명 졸업생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앞으로 뉴욕의 명문 과학고들인 스타이브슨트 (Stuyvscent High School / 노벨의학상 2명, 노벨화학상 1명, 노벨경제학상 1명)와 브롱스 사이언스 (Bronx School of Science / 노벨물리학상 7명)처럼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 버겐과학고

뉴저지 주의 버겐과학고(AAST)는 한 학년 학생 수가 70-80명밖에 안 되는데도 그에 5-6배 되는 토마스 제퍼슨과 미국 수학 과학경시대회에서 호각을 다투고 있다.

이 학교의 수학팀은 엑시터, 토마스 제퍼슨과 함께 미국 3대 고등학교 수학팀에 뽑힌다. 2010년 하버드-MIT 수학 경시대회에서는 4위인 토마스 제퍼슨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이곳에는 대학에서도 보기 힘든 수십만불 상당의 기계설비를 갖춘 스템 셀 연구실 (stem-cell lab)과 나노테크놀로지 연구실 (nano-technology lab)이 있다.

 

02_러시아 콜모고르프 영재학교

Image result for 콜모고로프 영재학교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부설인 콜모고르프 영재학교, 전국 2000여개 일반학교에서 선발된 300명의 영재들이 모였다.

해마다 3, 4월이면 러시아 전역에 교사들을 직접 파견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교육은 2년 과정으로 개별연구와 기초과학 수업으로 나눠진다.

기초과학 수업도 대부분 개인별로 과제를 부여 받고 혼자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교수들의 깊이 있는 강의가 어렵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게 많다.

교사들은 직접 교재를 집필하고, 전체 교사 95명 가운데 30명 이상이 모스크바대 유명 교수들이다. 교수들은 이처럼 뛰어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심화교육은 진학률로 이어져 지난해 졸업생 161명 가운데 160명이 모스크바대에 진학했다.

학생들의 연구도 고교에서 대학으로 이어진다. 세계 로봇대회 입상자인 유리가 대표적 사례다. 1999년에 콜모고로프 졸업한 유리는 콜모고로프의 체계적이고 깊이있는 교육을 이어나가 큰 연구성과를 이뤘다고 했다.

오랜 사회주의로 열악해진 교육환경을 만회하기 위해 러시아가 영재교육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 학생들을 통해 러시아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PART 5

천재라 불리던 아이들… 지금은?

세계 천재 리스트에 이름 올린 두 사람의 삶

현재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30인에 이름을 올린 두 남자. 그 중 한 명은 천재, 신동이라 불리며 어린 시절부터 기계처럼 공부하고 일하며 벽에 갇힌 삶을 살아야 했던 한국의 어린 소년. 다른 한 명은 이것저것 전공을 계속 바꿔가며 삶의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듯해 보이던 미국 청년이다. 천재라 불리는 그들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전자는 현재 신한대학교 교수 김웅용 씨, 후자는 물리학자 에드워드 위튼이다.

 

01_천재 유명세 김웅용씨 “평범한 삶이 좋아요”

충북개발공사 사업차장 김웅용(56)씨. 한때 그의 이름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며 인터넷을 달궜다.

슈퍼스칼러 (SuperScholar)라는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30인을 발표하면서 스티븐 호킹 (1위) 등과 김씨의 이름을 올렸다 (24위). 이 리스트에는 초끈이론 물리학자 에드워드 위튼 (2위), 페르마의 최후의 정리를 증명해낸 수학자 앤드류 와일스 (3위)가 올랐다.

김씨는 1980년 IQ 210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뒤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IQ를 가진 인물로 기록돼 이미 세계적인 천재로 공인 받았다. 다섯 5살 때 4개 국어를 구사하고 여섯 살 때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미적분을 풀어내 세계를 놀라게 한 그는 네 살 때부터 3년간 한양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여덟 살 때인 1970년에는 미 항공우주국 (NASA)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가 콜로라도주립대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고 1974년부터 5년간 나사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촉망 받는 신동으로 평가되며 승승장구했던 그는 그러나 1978년 돌연 귀국, 1981년 충북대에 입학했다. 세인들은 이를 두고 그를 ‘실패한 천재’라 손가락질하며 조롱했다.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한 그는 심지어 잘못된 영재교육의 대표적인 폐단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신동으로 떠받쳐지다 졸지에 실패한 천재로 낙인 찍힌 그는 10대였던 당시 감내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한때 심한 대인기피증까지 앓았다.

그는 “또래들과 어울려야 할 어린 나이에 박제인간처럼 사는 것이 답답해 귀국했고 관심 받기 싫어 지방대에 입학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이름이 잊힐 무렵 김씨는 세간을 비웃듯 실패한 천재가 아님을 당당하게 입증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카이스트에서 대우교수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쳤다.

국토환경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1988년 이후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하는 등 연구에도 몰두했다.

2005년 국제수리학회 (IAHR)에 인공위성을 이용, 오염물질이 하류에 떠내려 오는 비율을 산정해내는 새로운 방식을 소개한 연구논문을 발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Who’s Who in the world’를 비롯한 세계 3대 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06년 7월 충북개발공사에 입사, 준공무원의 삶을 살다가 2014년부터 현재까지 신한대학교에서 교수직에 임하고 있다. 그는 “천재라는 옷을 벗어 던진 뒤 진정한 삶을 찾게 됐다”며 “평범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고 나니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한다.

 

02_이론 물리학자 겸 수학자 에드워트 위튼 교수

에드워드 위튼 (Edward Witten) 은 미국의 고등 연구원 (Institute of Advanced Study)의 교수로 있는 수학자 겸 물리학자다. 많은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이 사람을 일컬어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라고 부를 정도로 그의 탁월한 천재성은 잘 알려져 있다. 위튼 교수는 초끈이론 (Super String Theory)을 집대성한 이론 물리학자 및 수학자다.

그런데 그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특이하게도 한국식 영재교육관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그의 교육 생활환경이 아무 장벽이 없이 열려있는 자유공간이었다는 점이다.

위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하버드나 MIT등의 명문대를 다니지도 않았다. 브랜다이스 (Brandeis)대학을 졸업했는데 전공은 역사학이었고 부전공은 언어학이었다.

졸업 후에 잠시 대통령후보 선거유세를 도왔고 위스콘신대학의 대학원에 경제학 전공으로 한 학기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프린스턴대학의 대학원으로 옮겨가 물리학을 전공하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타인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도약을 반복하면서 이론 물리학계를 이끌어가는 거물로 성장하게 되었다.

같은 물리학을 하는 부인이 하는 말이다. “에드워드는 장벽이 없는 것 같아요. 식탁에서 아침 먹다가 휴지에 연필로 몇 자 적었는데 그게 새로운 이론으로 이어지는 적도 많아요.”

위튼 교수는 완전히 열려 있는 사고의 전형이다. 바꿔 생각하자면 사고의 장벽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멍청해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은 어느 구석을 봐도 온갖 종류의 장벽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사회 도처에 그리고 각자의 정신세계 안에 편견과 수많은 금기조항 따위의 장벽들이 널려있다.

“그런 질문은 웃음거리가 되니 하지도 말아라. 이 토의장에서는 공인 받은 생각 이외에는 입 밖에도 내지 말아라. 이해가 안되면 무조건 외워라. 배우지도 않은 것, 개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우둔한 짓이다.”

다양한 장벽들이 있는 한 개인의 상상력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은 천재들은 설 땅이 없다.

 

PART 6

망치는 영재교육 vs. 올바른 영재교육

우리 아이의 가능성, 꺼버리고 있지는 않나?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영재교육의 특성은 초고속 선행학습이다. ‘3년치 분량을 1년에 가르치고 배웠다는 것’이 무슨 자랑이나 되는 듯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곤 했다. 심신이 지치도록 점수 따기와 실수 안 하기 훈련을 반복하면 천재들의 타고난 창의력, 관찰력, 사고력은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능률을 위해서 훈련된 기억장치뿐이다. 영재를 망치는 교육과 올바른 교육은 어떻게 다를까?

 

01_영재 망치는 획일적 선행교육 교육환경

인재들이 태어났다 해도 주변의 무관심으로 묻혀버리고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범인과 같지 않다고 해서 이단으로 낙인 찍거나 소외시키는 사회의 획일성. 특정분야에 천재성이 뚜렷한 인재들을 ‘암기식 전인교육’이라는 병든 교육체계와 함께 도태시키는 대학 신입생 선발제도, 점수 올리기 사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리한 성적 평가제도 등이 한국 교육환경의 특성이라 볼 수 있다.

가끔 신동이 출현했다고 떠들썩하도록 언론 매체를 뒤덮는 일이 일어난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스파르타식 교육, 선행학습 따위의 퇴폐적인 교육과 저급한 점수경쟁 안에서 국가의 소중한 인재들이 훼손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안타깝다.

비범한 두뇌를 교육하는 방법에 대한 상식조차 없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그 보물 같은 아이들의 두뇌를 모조리 망가뜨리는 바람에 10대 중반을 넘기기도 전에 지극히 평범한 두뇌로 만들어버린 것을 여러 차례 봐왔다.

 

02_천재의 두뇌는 어떻게 다른가?

Image result for 두뇌역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천재들을 살펴보면 주로 기억력이 남달리 좋아서 뭘 많이 외우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새 역사를 창조하기보다는 옛 것을 답습하는 것에 역점을 뒀고 그것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와 천재교육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천재란 옛 지식이 많이 주입된 사람이 아니라 기존 질서나 법칙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자유롭고 창의력이 최대한 신장돼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03_천재는 실수 없는 마술사가 아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또 한 가지 사실…천재는 뭐든지 잘하고 실수가 없는 척척박사, 마술사 같은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천재는 실수도 많이 저지르지만 그 실수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찾아낼 줄 알고, 용감하게 시도를 많이 하는 만큼 시행착오도 많이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늘 배워나가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는 주변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그 안에 고정관념이 자리잡을 수 없다.

또 천재는 점수로 경쟁하는 문화를 본능적으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시험점수로 천재를 발굴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수능시험에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장차 과학계를 이끌어갈 천재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다.

 

04_우리의 천재들은 이렇게 파괴됐다

한국이 자랑하는 영재교육의 특성은 초고속 선행학습이다. ‘3년치 분량을 1년에 가르치고 배웠다는 것’이 무슨 자랑이나 되는 듯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곤 했다. 머리 속에 지식이라는 물건들을 잔뜩 쌓아 놓으면 그게 지식인을 만들고 천재를 만드는 줄로만 알았을 것이다.

천재교육의 목표는 다양하게 배운 지식의 요소들이 두뇌 안에서 유기적인 연결망을 이뤄서 서로 대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먹은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위 안에 오래 남아 있으면 병이 되듯이 제아무리 뛰어난 신동이라 해도 배운 지식이 적절히 소화 분해되고 그것이 다른 지식의 요소들과 합해 새로운 지식으로 합성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을 때 두뇌가 그 고통으로 인해 병들게 되는 것이다.

영재의 두뇌는 혼자서 쉬면서 열린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소위 영재교육 전문가라는 어른들이 어린아이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엄청난 양의 지식 덩어리를 중압감을 주면서 밀어 넣는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을 음미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실험하고 질문하고 주어진 틀에서 밖으로 나가보기도 하면서 소화를 해야 그것이 살아있는 지식의 요소들로 두뇌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공간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달 여러 해가 지나면 감각이 어린 아이의 천재적이던 두뇌는 엄청난 스트레스로부터 생존하려는 본능적 방어수단으로써 두뇌의 민감도 즉, 천재성을 둔화시키거나 아예 문을 닫아 걸게 된다. 물론 그것은 아이 본인이 의식적으로 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흔히 정신적 장애 (Mental Trauma)를 일으키게 돼 세기적인 천재가 됐을 인물의 지능이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낮아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05_서구사회의 영재교육관

서구사회에서는 그것이 꼭 영재교육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의 사고력을 최대한으로 신장시키는 방법으로 흔히 ‘소크라테스 방식 (Socratic Method)’을 사용한다.

특히 영재교육에서는 문제를 던져주고 나서 끝까지 답을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면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에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질문으로 대답할 뿐이다. 이때 새 질문이라는 것은 학생이 넘지 못하는 사고의 장벽을 정확히 아는 선생님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게 학생과 교사 간에 상호 질문하면서 토론하는 가운데 점차 학생의 사고는 해답을 향해 접근해 나가는데 이때 교사가 처음에 의도했던 정답과는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학생이 더 훌륭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방식에서 강조되는 것은 정답을 배우는 것보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 거치는 과정에서 사고력, 관찰력, 논리력 등을 단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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