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영화음악
영화의 감동을 두 배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 속 그 음악들
영화와 음악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영화에서의 음악은 특정상황과 묘하게 엮이면서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잘 만들어진 음악은 선명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켜주기도 하고 영화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남아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영화보다 더 좋은 영화음악과 영화가 사랑한 클래식음악, 그리고 실존하는 호주 천재 피아니스트의 삶을 그린 음악영화를 소개한다. 이번 특집은 꼭 독자들도 함께 노래를 찾아 들으며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구성/정리 전수화 기자>
PART 1
영화의 감동을 오래오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OST 베스트 7
우리의 마음속에 영화음악이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데 전설로 남은 OST 명곡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음악 일곱 작품을 소개한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게 하는 곡들, 아직까지도 우리의 사랑이 식지 않은 영화음악, 지금 바로 만나보자.
01_티파니에서의 아침을: ‘Moon River’ by 헨리 맨시니
뉴욕 번화가에서 아침이면 늘 고양이를 옆에 끼고 산책을 하는 오드리 헵번의 요정 같은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화.
특히 그녀가 뉴욕 5번가의 가장 큰 번화가이자 보석 거리인 티파니 쇼윈도를 아이 쇼핑으로 즐기면서 모닝 빵을 먹는 모습을 뭇 여성들이 따라 하는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그녀가 허름한 아파트 계단에서 기타를 치면서 은은하게 불러 주는 ‘Moon River’도 영화가 흥행작이 되는데 한몫 했다.
헨리 맨시니 작곡의 테마곡인 ‘Moon River’는 플루트 주자였던 부친의 영향과 줄리어드음대 시절 익힌 맨시니 자신의 피아노 작곡 솜씨가 농축된 대표작이라는 호평을 들었다.
02_보디가드: ‘I Will Always Love You’ by 휘트니 휴스턴
개봉 당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대박을 터뜨렸던 영화. 유명 여배우의 신변 경호를 맡은 보디가드가 티격태격하면서 사랑이 커지지만 보디가드는 의뢰인과 로맨스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고수하며 여자 곁을 떠난다. 이에 남자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여자의 마음을 실은 주제곡 ‘I Will Always Love You’가 흘러나온다.
이 곡은 원래 컨트리 여가수 돌리 파튼이 1973년에 발표한 곡이었다. 본업이 가수인 휘트니 휴스턴이 이 영화에 출연해 이 노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 편곡하여 불렀다. 지금은 원곡보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로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극중에서 두 사람이 경호관계로 만났지만 경호원 케빈 코스트너의 헌신적인 경호에 반해 서서히 마음을 열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껴간다는 휘트니 휴스턴의 심정은 ‘I’m Every Woman’이란 노래로 표현해주고 있다.
이 곡도 이미 차카 칸이라는 가수가 예전에 발표했던 노래여서 ‘보디가드’는 이미 잊혀진 곡들을 새롭게 손질해 팝차트 정상권에 모두 진입시켰다는 이색 기록도 수립했다.
03_쉬리: ‘When I Dream’ by 캐롤 키드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 신소재 액체 폭탄인 CTX를 놓고 남한의 일급 특수요원과 북한의 정예 특수8군단 대원 간의 치열한 암투를 그렸다.
마지막 장면에서 북한 정예요인 출신인 김윤진과 나누었던 로맨스를 떠올리는 한석규의 착잡한 심정을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이 위로해준다.
재즈와 컨트리 음악을 골고루 구사했던 캐롤 키드는 거의 잊혀진 가수로 알 려졌지만 영화 ‘쉬리’로 인해 내한 공연을 갖는 등 다시 행복한 시절을 맞이 했다.
이 노래의 빅히트로 정작 배경음악을 담당한 이동준의 음악은 주목 받지 못했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직접 작곡하고 전자음악과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하기도 했다.
04_겨울왕국: ‘Let it go’ by Idina Menzel
한국에서도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1000만 관객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운 영화 겨울왕국 (원제: Frozen).
새로운 월트 디즈니 공주 엘사의 등장도 그렇지만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OST ‘Let it go’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영화는 안 봤어도 노래는 들어봤을 정도이다. 원곡뿐만 아니라 한국어 더빙판 노래도 호평을 받았다. 또 실력파 가수들이 커버한 동영상도 1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엘사는 어린 시절 자신의 마법의 힘으로 동생을 다치게 하는 일을 겪고 아버지로부터 다시는 마법의 힘을 쓰거나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방에 갇혀 그렇게 친했던 동생과도 만나지 못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억눌린 채 살아온 엘사….
엘사는 무도회장에서 동생 안나와의 다툼 중에 실수로 주변을 얼려버려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들켜버리고 산속으로 도망쳐 나온다.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겨울왕국의 여왕이 된 엘사가 홀로 북쪽 산에 올라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모든 것을 벗어 던지며 이 곡을 열창한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 및 멜로디… 청량한 이디나 멘젤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05_사랑과 영혼: ‘Unchained Melody’ by 라이처스 브라더스
도자기를 함께 빚는 로맨틱한 명 장면으로 유명한 영화 ‘사랑과 영혼’에 수록된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노래이다.
친구의 음모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패트릭 스웨이지가 괴짜 심령술사의 도움을 받고 유령으로 환생한다. 그는 이승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여인 데미 무어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구해주고 다시 천국으로 돌아간다.
두 연인이 도자기를 만들면서 뜨거운 감정을 교환할 때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Unchained Melody’가 흐른다. 라이처스 브라더스는 흑인 창법을 구사하는 백인 듀엣 가수로 이 곡은 1966년 빌보드 차트에서 30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는데 세월이 흘러 30여년이 지난 뒤에 영화 ‘사랑과 영혼’에 삽입되자 다시 인기 차트에 진입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06_타이타닉: ‘My Heart Will Go on’ by 셀린 디온
역대 전 세계 영화 흥행 2위의 대작 타이타닉.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셀린 디온이 부른 주제가 또한 오랜 기간 빌보드 상위랭크를 차지했고 한국인들에게도 영화 노래하면 이 곡을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
몰락한 상류층 가문의 딸 로즈가 집안이 강요하는 정략 결혼을 거부하고 타이타닉호 선상에서 우연히 만난 가난한 화가 잭과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다.
작곡가 제임스 호너는 아일랜드의 토속악기 휘슬과 팬플루트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애절한 분위기의 멜로디를 들려주었고 라스트 신에서는 셀린 디온의 ‘My Heart Will Go on’을 들려주고 있다.
이 노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전체적으로 고전음악을 듣는 웅장한 분위기를 선사해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선상에서 5인조 현악악단이 들려주고 있는 The Sinking, Hymn to the Sea 등의 연주곡도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음악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사운드 오브 뮤직. 30대, 40대 독자들이라면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할 것이다. 뮤지컬 영화인만큼 노래가 많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도레미’는 마리아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부르는 노래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전 세계의 다양한 번역버전이 존재하기도 한다. 다들 한번쯤은 흥얼거려 봤을 수도 있다. 1960년대 후반 한국에 소개될 당시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유독 많았던 영화이기도 했다.
수녀원에 입교한 천방지축인 수녀 지망생 마리아가 원장수녀의 도움으로 엄격한 군인 집안에 가정교사로 들어가 활기 넘치는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수록곡 중 ‘Maria (마리아)’는 동료 수녀들이 매일 지각하는 마리아를 동정하면서 불러주는 노래이다. 이어 트랩 대령 일가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친 뒤 함께 합창곡으로 부르는 노래가 ‘도레미’이다. 아울러 알프스 산장의 드넓은 초원 위에서 아이들과 함께 흥에 겨워 합창하는 곡은 ‘에델바이스’다.
PART 2
영화는 잊혀도 음악은 남는다
촉촉한 감성 자극… 영화보다 더 좋은 여심 저격 영화음악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흘러나오는 음악과 노랫말은 영화의 감동을 배로 끌어 올린다. 시간이 지나면 영화의 감동과 스토리는 기억 저 너머로 잊히게 마련이지만 영화음악이 주던 감동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그 중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도 있다. 지금부터 폰을 옆에 두고 곡을 찾아 들어보며 가사를 음미해보자.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영화음악들!
01_레옹: ‘Shape of My Heart’ by Sting
세상을 등진 고독한 킬러 레옹과 누구에게도 사랑 받아 본 적 없는 12세 소녀 마틸다의 가슴 아픈 이야기.
항상 우유를 마시는 레옹. 그는 화분의 화초를 기르며 사람을 죽이면서 피폐해져 가는 자신을 달랜다. 마틸다와 만난 후 그의 삶이 달라지는 모습에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줘도 자신의 본심을 마틸다 만은 알기를 원해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영화 중에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마틸다에게 말해주는지도 모른다.
마틸다의 고백에도 레옹의 반응은 밋밋할 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레옹의 심리를 파악하기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마틸다가 레옹을 좋아하듯 레옹도 마틸다를 좋아한다.
그는 그녀에게 킬러의 냉정한 모습과 보호자로서 따뜻함의 두 가지 가면을 가지고 있다. 그는 킬러의 모습을 버리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해 뭐라 떠드는 것은 그에게 상관없다. 그는 그녀에게 킬러가 아닌 연인으로 다가가고 싶어 한다.
And if I told you that I loved you
너에게 사랑한다고 했다면
You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넌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겠지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난 수많은 얼굴을 가진 사람은 아니야
The mask I wear is one
내가 쓴 가면은 하나뿐이라고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
And find out to their cost
그들은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야 해답을 찾지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그건 내 마음의 모습이 아니야
디즈니 공주 중 바닷속 미모를 책임지고 있는 인어공주. 심술쟁이 마녀 우르술라의 농간으로 바다의 평화가 깨지지만 인어공주인 에리얼과 친구 가브리엘의 노력으로 다시 바다의 평화가 찾아온다.
바닷가재인 세바스찬이 흥겹게 불러주는 ‘Under the Sea’는 경쾌한 멜로디와 긍정적인 가사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애니메이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남미 풍의 레게 음악에 가사를 붙인 이 곡은 레게 음악이란 장르를 전 세계에 유행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Just look at the world around you
너의 주위를 한번 봐봐
Right here on the ocean floor
바로 여기 바다 아래를 말이야
Such wonderful things surround you
이 아름다운 것들이 너의 주위에 있는데
What more is you lookin’ for?
대체 뭘 찾고 있는 거야?
Under the sea
바다 아래
Under the sea
바다 아래
03_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The Scientist’ by Coldplay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원제: Wicker Park)는 사랑의 진정성에 대한 영화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바람이 불고 눈이 오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정답이 있을까, 그리고 유효기간은? 영화는 2년 전 갑작스레 떠나간 연인의 목소리를 우연히 듣고 그녀를 다시 찾아나선 한 남자의 그리움과 애절한 사랑을 외연으로 끌고 간다. 우연은 운명으로 치환되고 사랑의 감정은 엉뚱한 방향으로 굴곡을 긋는다.
산산이 부서진 사랑, 사랑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사실은 얼마나 치졸하고 엉터리였는지를 조용하게 읊조린다. 사랑의 화살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치닫고 그 사랑을 지켜내기란 지극히 힘들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넘나들며 사랑의 교차점을 교묘하게 편집한다. 현재의 매튜는 약혼녀가 있지만 옛사랑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매사 자신만만한 리사 역시 옛사랑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한 켠으로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하는 알렉스의 사랑이 있다.
여정이 시작되고 끝나는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오가는 사람들 속 우회해서 만난 인연과 우연 같아 보이는 운명에 대해 시사한다.
오랜 기간 어긋나던 매튜와 리사가 결국에는 마지막에 재회하게 되며 흐르던 음악 Coldplay의 ‘The Scientist’ 가사는 마음속을 위터 파크의 눈처럼 덮는다.
Running in circles, coming up tails
쳇바퀴 돌 듯, 꼬리의 꼬리를 물어 생각했지만
Heads on a science apart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어요
Nobody said it was easy
아무도 이게 쉬울 거라고 하지 않았죠
No one ever said it would be this hard
하지만 이렇게 힘들다고도 하지 않았죠
Oh take me back to the start
오, 우리의 처음으로 나를 데려가 주세요
04_어바웃 타임: ‘How Long Will I Love You’ by Ellie Goulding
미래에서 자신의 과거를 변경할 수 있는 시간여행이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젊은 남자가 첫눈에 반한 여자와의 완벽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시간여행을 수도 없이 떠난다.
엘리 골딩의 명곡 ‘How Long Will I Love You’는 도저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영화와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다. 노래를 들으면 영화 장면이 떠오르고 영화를 기억하면 노래가 생각날 정도이다. 노래만 들어도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감정들이 느껴진다.
How long will I love you?
내가 얼마나 오래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As long as stars are above you
별들이 네 위에 있는 동안
And longer, if I can
얼마나 오랫동안 난 할까요.
05_굿모닝 베트남: ‘What a Wonderful World’ by 루이 암스트롱
베트남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1965년 베트남 사이공. 군 방송요원으로 근무하는 디스크자키 크로나워에게 장교들은 ‘만토바 니, 로렌스 워크’ 등 점잖은 음악을 강요한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크로나워는 장교들이 지시하는 곡을 불면증 환자를 위한 곡이라고 응수하면서 ‘피터 폴 앤 메리’ 등 당시 미국의 운동권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틀어댄다. 결과는 병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였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도 이 영화에서 역설적으로 사용되었다. 재즈계의 신화적인 가수 루이 암스트롱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음성은 이런 가사를 읊조린다. “초원 위에 나무들을 바라보네, 나와 자네를 위해 장미꽃도 피어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때 70mm 대형화면에는 베트남의 하늘 아래 햇빛을 받아 그늘진 검은 정글 숲이 길게 나타난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가 세상을 칭송하며 느릿느릿 진행되듯 UH-1H와 코브라헬기 편대가 슬로모션으로 하늘에 나타나 네이팜 탄을 퍼붓는다.
이 영화 덕분에 1960년대에 발표되었던 이 노래가 1988년 2월 20일자 빌보드 차트에서 32위로 랭크 되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음악도 부활시킬 수 있는 것인가 보다.
I see trees of green
푸른 나무들과
Red roses too
붉은 장미가 보이네요
I see them bloom
당신과 날 위해
For me and for you
피어나는 게 보여요
And I think to myself
혼자 생각하죠
What a wonderful world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하고요
이 곡이 영화 OST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영화제목은 처음 들어본 듯 생소하지만 노래는 라디오헤드의 히트곡 중 하나로 뽑힐 만큼 유명하다.
이 영화로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의 트란 안 홍 감독의 위상을 국제적인 연출가로 부상시켜주었다. ‘시클로’는 베트남에서 유행하던 인력거를 말한다. 인력거를 끌고 다니면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모습이 영화에서 그려진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춘부 일을 하고 있는 트란 누엔케가 체념한 듯한 행동을 하면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이 ‘Creep’이다. 몽환적인 멜로디와 비관적인 가사가 은근한 슬픔을 잘 나타낸다.
브리티쉬 록 계열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라디오헤드 그룹의 Creep은 애 초 1993년 데뷔 앨범인 ‘Pablo Honey’에 수록됐지만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다가 시클로의 배경으로 사용되면서 뒤늦게 빅히트 하는 행운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고등학생들 노래방 18번 곡으로 많이 불려졌다 한다.
When you were here before
네가 여기 있었을 때
Couldn’t look you in the eye
너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지
You’re just like an angel
넌 마치 천사 같았고
Your skin makes me cry
너의 살결은 날 울게 만들었어
You float like a feather
너는 아름다운 세상의
In a beautiful world
깃털처럼 떠다녔어
But I’m a creep
하지만 나는 머저리야
I’m a weirdo
나는 이상한 녀석이야
What the hell am I doin’ here?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
I don’t belong here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07_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by 밥 딜런
머리에 종양이 자라고 있는 사나이와 골수암 환자가 “천국의 주제는 하나야, 바로 바다지!”라며 평생 마지막으로 바다를 보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여러 해프닝 끝에 푸른 바닷가에 도착한 뒤 테킬라를 마시다 두 사람은 병세가 악화돼 바다에 쓰러진다. 이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밥 딜런의 명곡을 독일 록그룹 셀리그가 편곡한 ‘Knockin’ on Heaven’s Door’가 흐른다.
밥 딜런이 ‘Knockin’ on Heaven’s Door’로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후렴구의 귀에 쏙쏙 박히는 부분 덕분에 팝송 좀 한다는 어른들의 리스트에서 항상 사랑 받던 곡이다. 작가가 아닌 가수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였다는 점도 참 이례적인 일이다.
Mama,take this badge off of me.
엄마, 이 배지를 떼어주세요.
I can’t use it anymore.
난 더 이상 이걸 사용할 수 없어요.
It’s gettin’ dark, too dark to see.
점점 너무 어두워져서 볼 수가 없어요.
I feel I’m knockin’ on Heaven’s door.
마치,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knock knock knockin’ on Heaven’s door.
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
PART 3
영화에서 발견하는 클래식
알고 나면 더 감동… 영화 속 클래식이 주는 선명한 감동과 의미
클래식을 알면 영화를 좀더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음악은 선명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잘 만들어진 영화가 그 음악과 어우러질 때 그 의미와 철학은 배가 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빛나는 클래식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 두 편, 인생은 아름다워와 피아니스트에서 영화가 사랑한 클래식을 만나보자.
01_전쟁도 막을 수 없는 가족의 사랑,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속 클래식
사랑의 메신저 (뱃노래) The Tales of Hoffmann, No. 16, Belle nuit, ô nuit d’amour (Barcarolle)
반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 진부할 수도 있다. 모두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잊혀질 수 없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의 탄탄함에 힘입어 1999년 이탈리아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 그리고 영화음악상의 3부문을 수상했다.
이 영화의 장르는 ‘리얼 전쟁 코미디 가족 드라마’라고 길게 말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게 다 들어가 있는 영화이지만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다. 영화의 앞부분에서 주인공 ‘귀도’가 ‘도라’라는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되는 아름답고 소박한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도라에게 첫 눈에 반한 귀도가 자석처럼 끌려 들어간 오페라 공연장에서 앞서 소개한 음악이 처음 등장한다. 바로 오펜바흐의 대표작인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다.
약혼자와 함께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를 관람하고 있는 도라를 귀도가 한참이나 바라보며 “공주님, 이쪽을 봐요”라고 주문을 걸듯 수도 없이 속삭일 때 극장에서 연주되고 있던 곡이 바로 ‘뱃노래’다.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는 오펜바흐가 죽기 직전 작곡한 마지막 작품이다. 뱃노래가 나오는 2막은 호프만의 한눈에 반한 사랑 이야기, 배신, 악마에게 연인을 빼앗기는 비극 등을 이야기한다.
감독이 귀도와 도라의 사랑이 시작되는 부분에 이 곡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바로 영화에서 부부의 사랑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곡으로 영화의 후반부에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중반과 후반부는 유태인인 귀도와 유태인은 아니지만 수용소 행을 자처한 귀도와 도라 그리고 둘의 아들 조슈아의 수용소 생활을 그린다. 어린 조슈아에게 귀도는 수용소 생활을 하나의 게임으로 설명해준다. 먼저 1000점을 따는 사람이 1등을 하게 되고, 1등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이다.
아빠의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수용소 생활을 하는 조슈아와 그의 아빠 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용소 어딘가에 있을 도라 생각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 전에 알고 있던 독일 장교의 도움으로 장교 파티에서 웨이터 일을 하다가 음악이 멈춘 전축을 발견하고 옆에 있던 LP로 바꿔 끼운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고 도라를 위해 전축을 창문 밖으로 향하게 한다.
이때 귀도가 도라에게 들려준 노래가 바로 ‘뱃노래’다. 수용소 어딘가 혼자 있는 그녀에게 그와 아들은 잘 있다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간접적으로나마 전하는 장면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도라를 수용소 곳곳에서 찾던 귀도와 끝까지 해맑음을 잃지 않고 엄마와 재회하는 죠슈아. 그렇게 날은 밝고 전쟁은 끝났지만 가족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혹시 아직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지 못 했다면 꼭 한번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클래식 ‘뱃노래’가 주는 사랑의 메시지도 느껴보자. 마음이 따뜻해질 거라 믿는다.
02_한 음악가의 고독한 자서전과 쇼팽의 음악이 만난다, 영화 ‘피아니스트’
쇼팽 야상곡 C# 단조 Nocturne in C-Sharp minor (1830),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 Ballade No. 1 in G minor, Op. 23
유대계 폴란드인이자 피아니스트로 고국 폴란드를 자랑스럽게 드높였던 블라디슬로프 스필만 (Wladislaw Szpilman).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피아니스트’란 바로 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대인 수용소 홀로코스트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음악가 스필만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전쟁의 상흔과 휴머니즘, 그리고 눈부신 피아노 선율이 공존하는 가슴 벅찬 드라마에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건네며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했다.
나치의 전운이 어두운 숨결을 드리우던 1939년 9월의 폴란드 바르샤바. 스필만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던 라디오 방송국이 폭격을 당하면서 그는 유대인 강제거주지역인 게토로 끌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독일 장교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남기까지 생존을 향한 처절하고도 경이로운 투쟁을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그렇듯 이 영화는 한 예술가가 직면하는 역사의 비극과 아픔, 그리고 예술을 향한 열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결국 그 잔혹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6년 전에 중단했던 쇼팽(Chopin)의 야상곡 (Nocturne)을 다시금 연주하는 스필만. 세상은 그 남자의 용기와 신념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쇼팽의 곡들 가운데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야상곡 (Nocturne)이다. 쇼팽의 유작으로 그의 육체적, 정신적 고뇌를 대변한다고 알려진 C# 단조와 쇼팽이 17세 때 작곡했다는 그의 초기작인 E 단조, 그리고 쇼팽의 열정과 기품을 대변하는 그의 전성기 작품인 C 단조까지 총 세 곡이 쓰였다.
또, 폴란드의 애국적 시인인 미키에비티의 시에서 암시를 받아 만들어진 모두 4곡의 발라드 (Ballade) 곡 가운데 제1번 G단조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게다가 폴란드의 민속무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폴로네이즈 (Polonaise)와 민요 바탕의 마주르카 (Mazurka)도 들을 수 있는데, 특히 어느 시골 술집의 주인과 농부가 주고받는 세상 이야기를 담아낸 A단조와도 만날 수 있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담긴 쇼팽의 모든 피아노 곡이 쟈누스 올레니작의 피아노 연주인 데 비해 마주르카 A단조만큼은 1948년에 녹음됐던 스필만의 연주라 더욱 반갑다.
- Nocturne in C-Sharp minor
쇼팽의 유작으로 그의 육체적, 정신적 고뇌를 대변한다고 알려진 녹턴 C# 단조. 영화 도입부에서 라디오방송국에서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연주하는 곡이다. 본래 폴란드 라디오방송국의 음악부장이었던 스필만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하거나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운명의 그 날도 스필만은 평소와 다름없이 스튜디오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섬세한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바로 쇼팽의 야상곡 C# 단조. 느긋한 손놀림으로 달콤하고 로맨틱한 야상곡을 연주하는 그의 얼굴 어디에서도 앞으로 다가올 비극을 예감하는 듯한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
쇼팽의 야상곡 C# 단조는 나른한 평화를 상징한다. 이 곡의 멜로디는 너무나 순진무구하게 로맨틱해서 오래 듣고 있으면 약간의 권태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앞으로 닥쳐올 대재앙 앞에 이런 로맨틱한 멜로디가 가당키나 한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역시 그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곡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몇 번의 폭발음으로 이 완벽하게 로맨틱한 평화가 일시에 깨지고 말기 때문이다. 대학살의 드라마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 Ballade No. 1 in G minor, Op. 23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되어 독일군 장교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연주하는 곡이 쇼팽의 발라드 1번이다.
1836년 쇼팽이 20세 때의 작품인데, 미키에비치의 시 ‘콘라드 와젠로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 되었다. 슈만은 이 작품에 대하여 “그의 가장 거칠고 또 가장 독창성이 풍부한 작품이다” 라고 평했다.
쇼팽의 나이 스물여섯 살 때 작곡했다고 하는 발라드 1번에는 열혈청년 쇼팽의 내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남성적인 열정과 고뇌가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극도의 긴장감이 도는 영화의 장면에서 스필만이 독일군 장교 앞에서 연주하는 음악으로 쇼팽의 수많은 피아노 곡 중에서 발라드 1번을 선택한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실제로는 앞서 소개한 야상곡 C#단조를 연주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쇼팽의 ‘애국심’이다. 쇼팽은 스무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조국을 떠나 그 후 다시는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러기에 조국 폴란드는 그에게 늘 그리움과 목마름의 대상이었다.
그는 특히 애국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를 좋아했다. 그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늘 그의 시집을 품고 다닐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런 그가 미츠키에비치의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작곡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쇼팽의 발라드 1번은 지극히 폴란드적이다. 유태계 폴란드 영화감독이 만든, 유태계 폴란드 피아니스트의 수난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폴란드 애국시인의 서사시에서 영감을 받은, 폴란드 작곡가의 작품이 사용되었다.
발라드 1번은 오른손과 왼손이 같은 음을 연주하는 지극히 단순하고 느린 도입부로 시작한다. 이렇게 특징적인 도입부가 끝나고 나면 아주 독특한 여운을 불러일으키는 모티브가 연주된다.
처음에 조용하게 시작된 이 모티브는 그 후 형태를 달리하면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표현의 강도가 높아진다.
처음에 피아노는 아주 여리게, 지극히 서정적인 울림으로 무엇인가를 갈구한다. 그 멜로디는 감성의 끝을 어루만지듯 섬세하고, 때로는 지극히 감미롭기까지 하다.
이 시적인 울림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점점 갈증의 강도가 높아져 간다. 스필만은 갈구한다. 자유와 평화를. 이 비극적인 상황으로부터의 탈출과 영원한 해방을. 점점 더 격렬하게 원한다.
그러나 그의 애타는 바람은 번번이 절정의 문턱에서 좌절 당하고 만다. 이렇게 애타게 문을 두드리기를 여러 차례. 어느 순간 드디어 그토록 열망하던 해방의 순간이 찾아온다. 봇물처럼 터지는 열정, 불꽃처럼 작열하는 분노….
극적인 효과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그 상징적인 의미에 있어서도 이 영화를 위해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선택한 것은 감독의 숨은 의도가 아닐까.
PART 4
호주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 ‘샤인’
라흐마니노프의 숨막히는 음악과 제프리 러쉬의 미친 연기력이 만난 음악영화
영화 ‘샤인’은 호주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실제 생애를 다룬 영화다. 스콧 힉스 감독이 연출하고 제프리 러시가 주연, 데이빗 헬프갓을 연기했다. 흔한 음악영화처럼 ‘비범한 성장-고뇌 혹은 시련-자신만의 콘서트’ 같은 음악이나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의 골격을 따르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영화에 대해 ‘재미있었다, 재미없었다’에 대한 판단마저 거부하게 하는 강한 충격과 전율을 선사하는 음악영화를 소개한다.
01_완벽하게 데이비드 헬프갓이 돼버린 남자, 제프리 러쉬
호주 배우 제프리 러쉬. 이미 연기력으로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노장이다. 데이비드를 연기한 제프리 러쉬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연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정신분열증상을 앓는 주인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분장도 실제 데이비드와 비슷하게 해서 영화를 보고 나서 데이비드 헬프갓 (David Helfgott)을 검색해본 사람들이 하나 같이 소름 돋았다고 할 정도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에게 정신분열을 안기는 난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재기의 발판이 되어주는 ‘왕벌의 비행’ 등 많은 피아노 연주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연주는 실제로 제프리 러쉬가 연주했다고 한다. (더불어 OST 피아노 곡은 실제 데이비드 헬프갓이 연주했다.)
제프리 러쉬는 영화를 위해 200-280일의 시간을 피아노에 투자했으며 그에 관한 질문을 기자에게 받았을 때 “햄릿을 위해 펜싱을 마스터하듯이 피아니스트 연기를 위해 피아노를 마스터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신기하냐?”라는 명언을 남겼다고.
이런 그의 맹렬한 직업정신 덕분에 그는 영국 아카데미, 제18회 런던 비평가협회상, 제3회 미국 배우 조합상, 미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제22회 LA 비평가협회상, 제61회 뉴욕 비평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그 외 호주 아카데미에서 후보로 오른 11개 부문 모두 수상, 골든글로브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02_굴곡 많은 삶의 주인공 데이비드 헬프갓
영화의 실존인물 데이비드 헬프갓은 1947년 멜번에서 태어났다. 폴란드 유대인 이민자였던 엄격한 아버지 피터 (Elias Peter Helfgott)에게서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 그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깨닫고 아버지 피터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음악가의 꿈을 데이비드에게 기대를 걸며 음악의 교육을 시켰다.
아버지 피터는 데이비드에게 엄격하게 교육을 시켰으며 잘하지 못할 시 고함을 치거나 피아노 앞에 내던지는 행위를 했다. 데이비드 헬프갓의 집은 그다지 부유하지 못해 6살 때 집을 옮겨 부유한 유대인들에게 원조를 받았다.
데이비드는 콩쿨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촉망 받게 되었고 신동 피아니스트라 불리며 데이비드 헬프갓의 음악을 원조해준 유대인 사회의 자랑이기도 했다.
데이비드는 런던 왕립음악원의 장학금을 받게 되어 유학을 가려 하지만 아버지는 반대했다. 아버지는 데이비드 헬프갓의 정신병증세를 알고 유학을 허용하지 않은 점도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19세에 집을 떠나 런던으로 갔다.
왕립음악원에 입학하여 공부를 계속한 결과 뛰어난 연주를 하게 되지만 음주량의 증가와 돈 부족으로 생활은 거칠고 건망증과 결석, 지각이 늘어나게 되었다.
처음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아 진정제를 처방 받게 되는데 약으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져 피아노를 계속 연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을 놓을 수 없게 되고 약의 양이 늘어만 가게 된다.
4학년이 되자 약의 부작용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게 되어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 얼마 후 퇴원하고 복학했다. 하지만 고통을 견디는 것도 한계에 도달하여 음악을 포기하고 호주로 다시 귀국하게 됐다.
1975년 아버지 피터가 죽게 되지만 그의 죽음을 이해하거나 느끼거나 할 수 없었다. 12년간 정신병원에서 생활한 후 퇴원하고 그는 와인 바의 피아니스트가 되며 1983년 연상의 점성가 길리언과 만나게 된다.
1984년 콘서트에서 음악계에 복귀, 길리언과 결혼하게 되고 장애를 안고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2019년인 지금도 활발히 호주 국내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03_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에게 평생의 숙제 같은 곡이자 가장 인상적인 연주 장면을 남긴 곡이 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격정적인 연주를 하는 주인공의 손과 땀이 슬로우모션으로 잡히고 어떤 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음 소거 효과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관객의 가슴을 뛰게 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혼신의 힘으로 이 곡을 치고 기력을 쇠진해 기절해 버리고 만다.
피아노 전공자에게도 라흐마니노프는 범접하기 힘든 곡을 작곡한 작곡가로 통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에게는 오케스트라를 압도하는 엄청난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달콤하고 낭만적인 멜로디 사이사이에 구사되는 눈부신 테크닉, 점진적인 감정의 고양을 거쳐 화산처럼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기관차처럼 숨 가쁘게 휘몰아가는 피날레. 그리고 마침내 단칼처럼 내려치는 격정적인 코다.
그렇게 음악이 끝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피아니스트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영국 왕립음악 학교로 간 데이빗 헬프갓은 세실 팍스 교수에게 지도를 받는다. “정확한 음정을 손에 익힌 다음 머리 속에서 악보를 지워 버리게. 여기서 나오는 거야, 가슴. 우러나와야 하지. 피아노를 사랑하도록 하게. 피아노를 길들여. 안 그러면 피아노는 괴물로 변해버리지.”
데이비드가 이 곡을 선택했을 당시 팍스 교수는 말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어찌 연주하겠느냐”고. 그때 데이빗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충분히 미쳤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04_다시 세상에 나온 천재의 손가락이 기억하는 음악
정신분열증에 걸린 데이비드는 그 후 세상 사람들에게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채 거의 12년 동안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살아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과거의 천재를 우연히 발견한 베릴이라는 여성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 후 데이비드는 예전의 실력을 살려 한 카페의 피아니스트로 일하게 되었다. 12년 만에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며 무의식 속에 남아 있던 손가락의 기억을 되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피아노를 길들이듯이, 거구의 몸으로 어깨를 구부정하게 앉아 ‘왕벌의 비행’을 연주한다. 그의 연주는 격정적이지만 깊은 감동이 우러나와 카페 손님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카페 여주인 실비아의 집에서 거주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여러 사고를 치다가 실비아의 친구로 온 아내 길리언을 만난다. 점성술사였던 길리언은 데이비드를 운명의 별처럼 마음에 이끌림을 받는다. 길리언은 사고뭉치 데이비드를 받아들이고 결혼도 하면서 그에게 재기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