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익숙함

차가운 유리처럼 깨질 것 같은 식탁

가족 손길이 닿지 않은 지 오래,

김치 된장찌개 냄새가 없다

 

손자는 스마트폰에

아들은 티브이 앞에

 

식탁 위에 쌓인 먼지

말을 잃은 듯

반복되는 고요를 맛본다

 

할머니가 차린 음식

누군가는 비우고, 그 안에

결핍이 채운다

 

식사 하셨어요,

식사는 했나,

 

세대 틈에 묻힌 듯 묻는 말

식탁에서조차 멀어진 거리

더 이상의 대화는 오고 가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시간 속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밥을 먹고

반찬을 버린다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가족의 온기

파편처럼 부서진다

 

여기, 어딘가에 남아 있을

식구 냄새를 핥는 강아지

식탁 밑에서 킁킁거린다

 

 

신현숙 (문학동인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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