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포역 싱그랭이

동네병원 닥터 해리니는

몸통을 눕혀놓고 오래 진찰했다

 

바람이 할퀴고 간 곳인데,

짚어낼까?

다리 사이로 검안경을 밀어 넣고

작은 핀셋으로 벌레 먹은 살을

쥐눈이콩 만큼 뜯어냈다

거즈로 닦고 커튼을 거두며

입 꼬리에 힘을 모았다

곧, 강한 봄날이 올 것이니

며칠 후 다시 보자 했다

 

지갑을 열어 남은 겨울을 다 털어줬다

‘강한’이라는 말,

뜨끔한 쪽 아닌가

 

느티나무까지 걸어서 왔다

신발 한 켤레 매고,

먼 길이나 떠나볼까

이참에 집이나 다녀올까

누군가, 또 어디선가 간절한 봄

 

올 봄이야 러시안 지프처럼 달려오겠지

한번 해진 몸은 아무리 닦아도 누런 얼룩이더라

 

 

윤희경 (캥거루문학회 회원·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 빨간 일기예보)

 

 

 

 

Previous article타운소식 (2024년 9월 12일)
Next article우리 동네에서는 어떤 행사가? 라이드 카운슬 Picnic Day: A fun outdoor event for people of all abil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