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닥터 해리니는
몸통을 눕혀놓고 오래 진찰했다
바람이 할퀴고 간 곳인데,
짚어낼까?
다리 사이로 검안경을 밀어 넣고
작은 핀셋으로 벌레 먹은 살을
쥐눈이콩 만큼 뜯어냈다
거즈로 닦고 커튼을 거두며
입 꼬리에 힘을 모았다
곧, 강한 봄날이 올 것이니
며칠 후 다시 보자 했다
지갑을 열어 남은 겨울을 다 털어줬다
‘강한’이라는 말,
뜨끔한 쪽 아닌가
느티나무까지 걸어서 왔다
신발 한 켤레 매고,
먼 길이나 떠나볼까
이참에 집이나 다녀올까
누군가, 또 어디선가 간절한 봄
올 봄이야 러시안 지프처럼 달려오겠지
한번 해진 몸은 아무리 닦아도 누런 얼룩이더라
윤희경 (캥거루문학회 회원·2022년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시집: 대티를 솔티라고 불렀다 / 빨간 일기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