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판의 메커니즘

아담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는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의 저자이며 정치경제학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담 스미스는 자유시장경제를 대체적으로 지지했지만 무정부주의자나 무조건적인 자유주의자는 아니었다. 그가 가장 경멸한 사람은 ‘시스템에 갇힌 사람’이었다. 시스템에 갇힌 사람이란, 특정 설계나 비전에 따라 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자를 뜻한다. 그런 사람들은 이상적인 사회를 그리기 위한 비전에 빠져든 나머지 그것이 이상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 자신이 만든 비전에 파묻힌 그들은, 그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사람들이나 계획의 실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들 역시 보지 못한다.”

“시스템에 갇힌 사람은 거대한 사회의 구성원들을 자기 멋대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체스판의 말들을 손으로 배열하는 것처럼 말이다. 체스판의 말들은 오직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그러나 인간사회라는 거대한 체스판에서는 모든 말 하나하나가 자율성을 갖고 있다. 자율성과 외부적인 힘, 그 두 가지가 서로 일치하고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인간사회라는 게임은 편안하고 조화롭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서로 반대되거나 다르다면, 인간사회라는 체스판의 게임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사회는 최악의 무질서 상태에 처할 것이다.”

한국사회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는 ‘신천지’ (신천지 예수교)라는 종교단체로부터 전파되기 시작했다. 신천지는 신도들로부터 헌금이라는 명분으로 거둬들인 돈으로 5천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집단이다.

한국정부는 코로나19를 잡기 위해서,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치르듯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보건당국, 의료종사자들, 공직자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이 괴물과의 싸움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신천지라는 요물 같은 종교집단은 신도 명단을 숨기고, 감염자의 명단을 빠뜨리고, 교회시설정보를 거짓으로 제시하면서 조직적으로 지자체의 업무를 방해했다.

또한 정부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두더지 땅 파고 숨어들 듯, 은밀한 모임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 무리들은 ‘시스템에 갇힌 사람’의 손가락에 의해 체스판의 말들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자율성이 뭔지도 모르는 원생동물, 체스판의 아메바일 뿐이다.

한국정부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해서 집단모임을 자제해줄 것을 ‘인간을 구원한다’는 종교단체에 요청했다. 불교, 천주교는 정부의 방책에 협조해 법회와 미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신천지는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이단종교집단’이라고 소리친, 동네마다 자리잡은 기독교는 개의치 않았다.

지난달 22일, 1만 9000여개의 교회가 여전히 주일연합예배를 강행했다. 정부당국에서는 우리사회의 공동체 안위를 위해 방역수칙을 따라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협조는커녕 “하나님이 성도들을 보우하사 여러분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체스판의 말들을 손으로 밀어댔다. 그들은 무지하고, 간교하고, 사악하다.

사람들은 “시스템에 갇힌 사람에게는 사회의 안정보다는 ‘돈’이 먼저다”라고 빈정댔다.

‘전광훈’이라는 인물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목사다. 그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라는 단체를 이끌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한다는 그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이끌고 정치운동을 하다가 명예훼손, 선거법위반으로 구속됐다.

그는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한다. 전광훈이 구속되자 그의 추종자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하고, 끼리끼리 모여서 예배를 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전광훈이 담임목사인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다. 방역 수칙을 어기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던 그들은 현장점검 나온 공직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 그들 역시 시스템에 갇힌 사람에 의해 조종되는 체스판의 말들일 뿐이다.

종교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존재하는지, 비정상적인 ‘시스템에 갇힌 사람’의 부의 축적을 위한 도구로 존재하는지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허나 그건 분명한 체스판의 오류다!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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