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코스프레

“위선은 미덕이나 선을 표면적 외관상으로 보여주지만 실제적 내면적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 표현은 윤리적, 종교적인 사람의 본질을 폭로하거나 드러내는 데에 사용된다.”

이슬람교에서는 위선죄가 최악의 중죄 중 하나다. 그렇다고 종교적 위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윤리학에서 지적하는 사회적 위선 즉, 힘겨운 우리네 삶 속에 활개치는 구토 나는 가식이다. 위선자들의 공통점은 이중인격과 영악함이다.

사는 것이 어려운 부하직원을 볼 때마다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 규정위반임을 알면서도 업무추진비를 헐어내 조금씩 보탬을 주었다. 그는 감사하다며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항상 고개를 숙였다. 한데 정작 업무추진비를 규정대로 쓰고 있지 않다고 감사실에 은밀하게 제보한 자는 바로 그였다.

초라한 과거를 그럴듯하게 윤색하면서 지상낙원을 찾아왔다고 헛소리를 남발하는 놈이 있었다. 입만 열면 진심 진실을 부르짖으며 정의의 사도인양 행세했다. 놈은 순진한 여자에게 투자하라고 꼬드겨 제 실속을 채우고 투자금 돌려달라는 호소에는 돌려줄 돈이 없다고 했다. 놈의 아내는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녔고 놈은 주택도 구입했다.

자칭 무슨 위원장이라는 인물은 조국과 한국인의 자긍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점잖을 떨었다. 그런데 조국에 살고 있는 임신한 여식이 해산 일이 가까워오자 슬며시 불러들여 ‘지상낙원’에서 몸을 풀게 했다. 위원장이라는 인물은 속지주의를 악용해 손주에게 ‘지상낙원’ 시민권을 얻게 해주었다.

속지주의를 악용해 부자나라 국적을 탐하는 인간일수록 지식인의 허울을 쓰고 애국자 행세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은 국민과 민족을 입에 달고 산다.

‘윤미향’은 대한민국 제2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30여년 동안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인권운동을 펼쳤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정의기억연대 (정의연)’ 이사장을 지냈다. 정의연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보호하고 짓밟힌 여성인권을 세계에 알리고 일본으로부터 적절한 피해 보상을 받아내겠다고 설립된 민간단체다.

정의연은 정부기관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각종 단체나 기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영했다. 매주 ‘수요집회’를 열어 민간인들로부터 성금도 모금했다. 정의연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을 끌고 지구촌을 돌아다니며 일본군국주의의 실상과 피해여성의 인권을 부각시켰다. 이런 활동을 내세워 기부금이나 성금을 호소했다.

그런데,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의 실체를 밝히고 말았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그들을 위해 지원되는 지원금, 기부금, 성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의연은 회계부정 및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고발됐다.

윤미향은 위안부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중증 치매를 이용해 할머니의 사재를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중증 치매를 앓는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의연 전 이사장 윤미향을 준사기 (準詐欺)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준사기란 지능발달이 충실하지 못한 미성년자나 남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소 혐의는 너절하다. 할머니들 쉼터를 정상등록 박물관으로 속여 문체부, 서울시 등 18개 사업체에서 약 3억원을 부정 수령했다. 여가부에서 사업 인건비로 6520만원을 부정 수령했다.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약 41억원의 기부금을 모집했다. 개인계좌로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등 1억 7000만원을 모금했다.

윤미향은 이런 와중에 추종자들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와인파티를 했다. 여론의 질타를 받자 길원옥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라고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길 할머니는 그런 자리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가슴에 한 맺힌 가엾은 할머니들을 보호하겠다면서 정의를 부르짖던 인간들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그 할머니들을 앞세운 거다.

위선자들의 특징은 정의, 진실, 진심 같은 낱말을 전매특허처럼 사용한다. 선하고 어진 행세를 한다. 천사의 가면을 쓰고 가증스러운 연극을 연출하는 거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탐욕스럽고, 잔머리 잘 굴리고, 표리부동한 인간들은 경멸하고 증오한다. 새겨두라! 진정한 천사가 숨쉬는 세상은 아득히 먼 곳이다.

 

 

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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