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언제 가장 잘 잡힐까요? 물이 빠졌다가 들어오기 시작할 때? 물이 꽉 찼다가 나갈 때? 물이 꽉 차기 앞뒤로 두 시간? 낚시꾼들마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건 ‘물고기가 물어줄 때’입니다. 제가 가끔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물때가 좋고 파도가 좋아도 녀석들이 물어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반면 ‘이런 날 낚시가 되겠어?’ 싶은데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알 수 없는 게 바닷속 물고기들의 마음입니다.
던지면 물고, 던지면 물고, 돌아서는데 또 물고… 그런 날이 있는데 바로 그날이 그랬습니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부부 두 팀과 함께 저비스베이 근처에서 낚시를 겸한 휴식여행을 가졌는데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그야말로 물고기 대박을 쳤습니다. 사이즈가 작아서 놓아준 놈들, 끌려오다가 도망친 녀석들을 빼더라도 우리는 모두 스물아홉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첫날은 아내와 저만 낚시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소라 사냥을 했는데 낚시에서 의외의(?) 성과를 올린 겁니다. 반면, 늘 100퍼센트 개런티가 되던 소라는 이번 여행에서는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숙소로 들어가는 날, 전주에 집중호우가 계속됐던 탓에 SUV 세 대가 몇 군데의 깊숙한 물보라를 간신히 헤집으며 돌파했는데 조금만 더 깊었으면 포기를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쏟아진 빗물이 짙은 커피 색을 띠며 바다로 계속 흘러 들면서 소라들이 집단탈출(?)을 한 듯 보였는데 다행이 어복은 터져 43cm짜리 황돔, 37cm짜리 참돔을 비롯한 큼직큼직한 놈들을 그날만 열네 마리나 낚아 올린 겁니다.
참 아이러니한 게, 물고기가 잘 잡힌다고 해서 연속으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물고기 대박의 탄력을 받은 다음 날은 아내와 저 외에도 두 명이 더 야심 차게 낚싯대를 펼쳐 들었지만 전날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마지막에 제 찌를 물고 바위 틈으로 깊숙이 처박혀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결국 낚싯줄을 끊어버린 ‘그루퍼 추정 물고기’가 더더욱 아까웠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날 아침 우리숙소 근처에서 덩치가 제법 큰 연어 여러 마리를 손질하는 사람들로부터 ‘전날 밤 아홉 시쯤 숙소 근처 비치에서 잡았다’는 정보를 얻고 우리도 그날 밤 연어낚시에 도전했지만 고작 테일러, 플랫헤드, 트레바리 등에 만족해야 했던 걸 보면 역시 낚시라는 게 항상 잘 되는 건 아닌 듯싶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여섯 명은 쫄깃쫄깃 달콤한 자연산 회와 함께 맛있는 음식, 충분한 휴식 그리고 왕수다(?) 타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행들과의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아내와 저는 그 길로 50분 거리에 있는 서섹스 인렛으로 내려가 2차 여행을 가졌습니다. 이런 생각과 저런 스트레스를 떨치고 오롯이 편안하게 쉬고 싶어서였습니다.
남들은 ‘무슨 재미로 둘이 여행을 가느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주지만 우리는 둘만의 여행이 늘 즐겁기만 합니다. 실제로 또 다른 3박 4일 동안 아내와 저는 집에서 준비해간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 먹고 기분 좋은 알코올섭취(?) 시간도 가지며 아무에게서도 방해를 받지 않는 둘만의 힐링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큰 기대를 걸지 않고 간 비치낚시에서 우리는 또 한 차례의 대박을 쳤습니다. 처음 낚싯대를 던진 지 채 3분도 되지 않아 묵직한 입질이 왔고 한참 동안의 씨름 끝에 우리 앞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녀석은 평소 우리가 잡던 사이즈의 최소 세 배는 되는 크고 뚱뚱한 연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2분이나 지났을까… 이번에는 아내가 녀석과 비슷한 덩치의 연어 한 마리를 힘겹게 끌어올렸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 기대하지도 않았던 대왕(?) 연어 세 마리를 한 시간 반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잡았습니다.
그 동네 연어들은 돔 못지 않은 쫄깃함과 담백함을 지니고 있어 우리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우리는 그 기분 좋음과 행복함에 이끌려 집에 오자마자 서둘러 다음 여행스케줄을 잡아놨습니다. 참 별 것 아닌 듯싶은 짤막한 여행에서 우리는 늘 무한한 행복과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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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