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이 나의 가장 젊은 시절

통기타 연주하는 긴 머리 멋진 오빠(?) 한 명만 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겁니다. 밤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예쁜 별들과 그 사이로 길게 뻗은 은하수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우리 여덟 명 모두는 40년전 길게는 50년전 까까머리, 단발머리 시절, 가슴 뜨겁던 대학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 추억에 흠뻑 젖어 들었습니다.

좋아진 세상 덕분에 스마트폰으로 어린 시절, 젊은 시절의 그 노래들을 다시 들으며 우리의 이야기 꽃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평소 열심히 일하고 여건이 되면 이렇게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지난 주말, 지인부부들과 함께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Sofala, Hill End, Hargraves, Mudgee, Gulgong… 757Km를 달리며 우리는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 우리만의 소중한 시간을 즐겼습니다. 방 네 개를 가진 드넓은 2층짜리 호화저택을 통째로 빌려 우리만의 작은 천국을 만들었습니다.

벽난로는 물론, 운동장만한 앞마당에서 즐긴 캠프파이어….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과의 자리였기에 무엇을 먹든 다 꿀맛, 보약 같은 음식들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랬기는 했지만 이번에 그 집을 나설 때는 더더욱 떠나기 싫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헌터밸리와 함께 대표적인 와인생산지로 꼽히는 머지 (Mudgee)의 한국인이 운영하는 와이너리에 들렀습니다. 80에이커의 포도밭을 포함, 총 150에이커짜리 넓은 대지에는 희망과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마침 그곳 사장이 우리 일행의 지인이어서 우리는 그곳에서 남들보다 더 큰 즐거움을 두 시간 남짓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와이너리 옆으로 흐르는 맑은 강물에는 송어를 비롯한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그곳을 찾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될 듯싶습니다.

일행들에게는 조금 미안하기 했지만 애초 차 두 대로만 움직이기로 했던 약속을 깨고 우리는 우리 차를 가지고 움직였습니다. 제가 워낙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가 젊은 건지, 오가는 긴 시간 동안 차 안에 우리 둘만 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 이유가 더 컸습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들… 늘 보는 비슷한 광경일수도 있겠지만 너무너무 소중한 것들이어서 우리는 하나하나를 눈과 가슴에 담았습니다.

무슨 일에서든 누군가가 총대를 멘다는 것… 결코 간단하거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고맙게도 우리 일행 중 그런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 하나 있어 우리는 늘 편하게 여행을 합니다. 이번 2박 3일의 여행기간 중 부부가 쓴 돈은 럭셔리 숙박비와 먹고 마시는 걸 모두 포함해 387불, 거기에 기름값을 더해도 450불입니다. 그는 이번에도 가히 최고의 가성비를 연출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젊은 시절이다.’ 참으로 평범하면서도 값진 명언입니다. 일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여건이 될 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참으로 커다란 복입니다. ‘팔자 좋게 무슨 놀러 다니는 얘기냐?’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도 다닐 수 있을 때, 다리 떨릴 때 말고 가슴 떨릴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게 우리네 선배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이고 저도 이 말에 100퍼센트 동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지런한 여행플래너(?)는 이번 여행에서 확정된 우리 네 부부, 여덟 명의 연말연시 빅토리아 하이컨트리 14박 15일 여행일정을 완전히 세팅, 숙소예약까지 모두 마쳤다고 합니다. 속된 말로, 남는 것 하나 없는 장사에 그렇게 열정적인 그에게 조만간 그가 좋아하는 술 한번 진탕(?) 사줘야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가장 젊은 시절… 곱씹어 볼수록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입니다. 코리아타운 애독자 여러분도 가장 젊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좋은 곳에 부지런히 다니시기를 강력히 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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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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