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파워?!

BYD? 저건 어느 나라 차지? 언제부터인가 날렵한 모습을 지닌 낯선 자동차가 하나 둘씩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Build Your Dreams, 이름까지 예쁜(?) BYD… 이 차는 알고 보니 중국회사가 만든 전기차였습니다. 요즘 들어 BYD는 전기차의 대명사격인 미국 테슬라 (Tesla) 못지 않게 시드니 거리 곳곳을 바쁘게 누비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정말 다양한 종류의 중국차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어 은근히 걱정이 되던 차였습니다. 일본차와 중국차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한국차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진다는 느낌은 저만이 갖고 있는 건 아닐 터입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일본차에 비해 여전히 열세에 놓여있는 한국차가 가성비를 무기로 거세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차를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을지 적잖이 걱정이 되는 겁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저의 원픽이었던 LG폰이 4년전 백기를 들고 철수한 상태이고 삼성폰 또한 화웨이, 샤오미 등으로 대변되는 중국폰들의 등쌀에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흔히 로봇청소기로 일컬어지는 로보락 (Roborock)이 저는 당연히 한국회사인줄로 알았습니다. 한국 홈쇼핑에서도 로보락의 로봇청소기는 물론, 일반청소기, 무선청소기, 물걸레청소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정말이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로보락이 다름 아닌 중국회사 제품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로보락은 또 다른 중국기업 샤오미가 주주로 합류하면서 눈부신 속도로 성장해오고 있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중국제품들이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만 해도 기존 스웨덴이 소유하고 있던 볼보자동차를 중국 지리자동차가 100퍼센트 지분을 갖고 있고 독일 벤츠자동차 주식의 9.98퍼센트는 중국 상하이자동차 몫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지리자동차도 벤츠자동차 지분의 9.69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어 두 중국회사가 갖고 있는 벤츠자동차 지분은 2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중국회사들은 이렇게 저렇게 세계적인 자동차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어느새 경쟁력이 탄탄한 중국차를 생산해내고 있는 겁니다.

일본을 밀어내고 가전시장을 장악했던 한국제품도 중국제품에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직은 LG나 삼성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고 있긴 하지만 그 격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중국제품은 일단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오래지 않아 한국제품은 여기저기에서 중국제품에 멱살을 잡힐 것이 분명합니다. 예전에 한국제품이 일본제품을 끌어내리던 시절과는 그 속도 또한 판이하게 다를 것 같습니다.

중국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에 중국정부의 배짱 또한 든든합니다.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깡패 같은 관세전쟁에 중국정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장군멍군 식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말도 안 되는 145퍼센트 관세를 부여하자 중국도 미국에 125퍼센트 관세에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초강수로 응수했습니다. 겉으로는 잘난 척, 당당한 척 하고 있지만 미국도 속으로는 어느 정도 중국에 쫄아(?)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스트우드는 오래 전부터 이스트우드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쪽은 차이나타운, 또 다른 한쪽은 코리아타운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규모자체는 중국타운이 있는 쪽이 한국타운 쪽보다 훨씬 컸는데 얼마 전부터는 한인타운 쪽에서도 중국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느낌입니다. 우리 집이 있는 동네도 학군이 좋은 덕분인지 대부분 중국사람들로 채워져 한국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지경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제1의 한인타운으로 일컬어지던 캠시 (Campsie)에서 이제는 한국사람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고, 또 다른 한인들의 메카로 불리던 스트라스필드에서 한국가게들을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어쩌면 이스트우드도 야금야금 중국사람들에게 그 터전을 내주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새삼스런 이야기이지만, 요즘 들어 중국사람들 그리고 중국파워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부쩍부쩍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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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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