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지면이 잔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그리고 실용적인 정보들로 채워져 있었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난잡스런(?) 광고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민초기 시절, 그래서 저는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식품점에 가서 <코리아타운>을 가장 먼저 집어 들었습니다.
당시 교민매체 세 곳을 거치며 이쪽 일을 하고 있었던 저는 “훗날 <코리아타운> 같은 좋은 매체를 하나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꿈을 가끔 꾸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바램이 이민 4년만인 2005년 10월 1일 정말 기적처럼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얼떨결에 회사를 인수한 저는 전체 교민매체 중 매출규모 5위쯤에 있었던 <코리아타운>을 채 1년도 되지 않아 가장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말은 물론, 낮과 밤이 따로 없었고 감당하기 벅찬 스트레스로 몸을 살짝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쾌속질주를 계속한 <코리아타운>은 여타의 매체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컨텐츠와 광고로 자타공인 ‘가장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찾는 매체’로 우뚝 섰고 인수 당시보다 64페이지가 늘어난 164페이지의 가장 두툼한 몸집도 갖췄습니다. 매주 ‘왜 <코리아타운>은 구하기가 이렇게 힘드냐?’는 항의전화가 빗발칠 정도로 조금만 늦게 가면 동이 나버리는 사태가 계속됐습니다.
아무리 광고가 많이 들어와도 전체 페이지 중에서 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줄이지 않고 ‘이번 주에는 자리가 없으니 다음 주 혹은 그 다음 주에 광고를 실어드리겠다’는 양해를 구하도록 했습니다. 때문에 ‘배가 불렀다’ 혹은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마사지숍이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들도 <코리아타운>에 광고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광고는 싣지 않는다’고 정중히 거절했지만 돌아온 건 ‘명백한 차별이다. 광고를 실어주지 않으면 제소하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광고를 실어드리겠다. 그런데 <코리아타운>의 유흥업소 광고료는 한 페이지당 1000불 (GST 별도)이고 12주 선불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일반광고의 다섯 배, 거기에다 3개월치 광고료를 한꺼번에 미리 내라고 했으니 ‘싸가지 없다’ 더 나아가 ‘미친놈’ 소리를 들을 만도 했겠습니다.
실질적인 정보와 건전한 광고로 가득한 <코리아타운>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했습니다. 회사를 인수한 이듬해인 2006년 8월 6일 <코리아타운> 창간 7주년 기념일에 시드니 시티와 스트라스필드 그리고 이스트우드에서 알록달록 예쁜 풍선들과 작은 선물들을 나눠주며 시끌벅적한 이벤트를 펼친 것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리아타운>은 참 잘난 척(?)도 많이 하고 요란도 많이 떨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온라인 파워가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제가 오래 전부터 강조했던 대목입니다. 실제로 <코리아타운>은 남들보다 몇 발자국 앞서 디지털 온라인매거진 운영을 시작했고 자체 앱도 개발했습니다. 2013년에는 본격적인 온라인시대에 대비해 온라인사업본부를 발족시키기도 했지만 온라인 쓰나미는 예상보다도 훨씬 그 규모와 파워가 엄청났습니다.
매주 금요일만 되면 신문 잡지를 구하기 위해 식품점을 찾던 사람들이 지금은 대부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신문 잡지를 읽고 있습니다. 코리아타운도 자체 홈페이지나 앱은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옛 트위터), 네이버블로그 등 SNS와의 디지털 연동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온라인 괴물들을 상대하기는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19팬데믹도 교민매체들에는 치명타가 됐습니다. 그 여파로 여러 개의 매체들이 문을 닫았고 남아 있는 매체들도 옛날에 비하면 아주 ‘홀쭉해진’ 모습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8월 6일로 창간 25주년을 맞은 <코리아타운>도 ‘조금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애독자 여러분, 광고주 여러분께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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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