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봇대를 따라

시드니 가을이 간다

저물어 걷는 환한 길, 사월 그믐

 

저녁 하늘을 향하여

길이 간다 줄이 간다

높은 줄이 저어기 저쪽으로

저녁 따라 걷다보니

가다보니 이 길이 내 길이다

 

저녁사랑을 향하여

길이 간다 줄이 간다

저 줄이 멀리 갔다 다시 오고

그 사랑 따라 걷다보니

가다보니 이 길이 내 길이다

 

송전선에 흐르는 타전소리

어둠 끝에 밝아올 끊임없는 아우성

내일의 안부를 불끈 보내느라

겹줄로 뻗어가는 애타는 팔이다

 

저녁도 사랑도

해질녘 다섯 시 십오 분

서쪽 길 끝에서 보라색 폭죽이 대책없이 터지고 있다

 

 

윤희경 (시 동인 캥거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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