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속삭인다 난 괴물이야
뚝뚝 번지는 잉크
멈추지 않는 손
검은 귀가 허공에서 자라난다
푸른 밤 너는
하루를 끝까지 쓰지 못한 채 잘려나간 문장들
한참 망설이다 결말부터 도려낸다
누구의 이야기인지도 모를 서사가 한 겹씩 벗겨진다
꿰맨 자국 없이 펼쳐진 손이 한 번 가면 멈출 수 없다
누가 시킨 것처럼
한 조각씩 잘려나가는 허공
주목하는 습관은 언제부터였을까
잡음인지 고발인지 모를 모든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입 다물어야 하고
너는 생각을 재단할 수 없었으므로 귀를 잘랐을 것이다
대숲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너무 조용하게 불어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지만 점점 명확해지는 소문
바람보다 빠른 의심이 잘려나간 귀에, 귀에 쌓인다
불어난 의심을 세울 수는 없는 일
바람은 이쯤해서 멈춘다
누군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덩달아 입을 닫는다
잘려나간 귀는 숨길 수 없는 일
네가 멍청한 표정을 짓는 건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인옥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시집: 햇간장 달이는 시간·언브로큰·2017년 문학나무 신인상, 재외동포문학상, 시드니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