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심적인 것 버리되 나와 타인의 필요 고려, 윈윈하는 소통법을…
한 여학생이 울면서 자신의 오빠랑 이야기를 하면 자신은 멍청이가 된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든다고 하면서 너무 힘이 든다고 말을 했다. 자신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자신의 오빠랑 있을 때 비난의 소리를 너무 많이 들으니 자신이 예전에 믿었던 자신이 제일 멍청한 사람이라고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고 말을 하였다. 그 여학생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도우면서 건강해지기 위해 상처를 주는 사람과 ‘정서적 거리’를 두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자존감’과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설명을 하게 되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다 나눈 후에는 울어서 눈이 퉁퉁 붓긴 했지만 웃으면서 평안을 되찾는 것을 보게 되었다.
01_낮은 자존감과 맞물려 우울해지고 나빠져
한 사람이 우울하고 불안감이 있을 때 일반적인 의사나 상담사들은 그 사람 자체에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것의 원인을 찾고 그 증상을 없애도록 그 사람을 도와주게 된다.
그런데 가족치료사는 우울증 환자와 불안증 환자의 증상은 그 환자가 속해있는 가족의 관계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고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가정의 시스템에서 나오는 증상이 바로 우울증이고 불안감이기에 그 증상을 가진 사람은 어쩌면 그 가정의 ‘희생양 (scape goat)’인 셈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개인상담을 해서 많이 좋아진 분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돌아갔을 때 다시 증상이 발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가족의 체계 (family system)가 가지고 있는 힘이 크고 그 체계 안에 들어가면 그 체계의 규칙과 방식으로 돌아가서 순응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가족치료사 중에 여성들이 많이 없었는데 사회복지사로 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소통전문가이자 탁월한 여성가족치료사, 버지니아 사티어는 가족을 치료하는데 있어 중요한 개념을 적용하였는데 그것이 ‘자존감, 의사소통, 가족의 규칙과 역할’이었다.
앞의 사례에서 오빠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여학생은 자존감이 낮은 학생이었다.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보니 강하고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 오빠가 비난의 말을 할 때 그것을 ‘정서적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은 멍청하다’라고 하는 낮은 자존감의 신념과 맞물려 기분이 많이 우울해지고 나빠진 것이다.
기분이 나빠지다 보니 오빠에 대해서도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서로의 갈등은 더 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사티어는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와 소통을 할 때 건강하게 소통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더 많은 갈등을 가져오게 하고 경험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더 많은 갈등이 있으면 소통은 더 어려워지고 소통 중에 받은 상처는 자존감을 더 낮아지게 하는 역할을 반대로 하기도 한다.
02_건강한 가족관계 위해 건강한 의사소통, 자존감 향상 중요
그래서 가족관계가 더 어려워지고 서로의 소통은 더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잘난 오빠는 동생에게 자신만 생각하고 타인이나 환경은 많이 배려하지 않는 ‘비난형’의 의사소통을 하고 동생은 원인의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을 배려하지 않고 타인과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수동적으로 소통하는 ‘회유형’의 의사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티어는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해 건강한 의사소통을 하고 자존감의 향상을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그 기반 위에 가족들 안에 건강하고 일관성 있는 가족규칙을 세워 나가고 그것을 지켜나가면 가족은 훨씬 더 건강하게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존감은 다른 말로는 ‘자아존중감’인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다.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 자신에 대한 감정이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반복되면서 환경이나 사람의 피드백에 의해 쉽게 자꾸 변화가 된다면 그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 볼 수 있겠다.
상담을 하면서 종종 경험하게 되는 것은 내담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을 하고 싶은데 그것을 계속해서 방해하는 것이 내담자 안에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것을 가족치료사로 베스트 셀러 책을 많이 쓴 최광현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내 안의 면박꾼’ 이라는 표현을 한다.
내 안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 때 늘 나에게 비난하고 야단을 치는 부정적인 소리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많은 경우 원 가정에서 형성이 되기도 하고 성장기의 부정적 경험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그것을 잘 분별해내지 않으면 내 안의 면박꾼의 소리가 진리인양 듣고 인정해버리게 되면서 낮은 자존감을 다시 반복해서 확인하면서 무기력감과 우울감, 히스테리와 같은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건강하게 소통을 하기가 어렵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소통할 때 타인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오해하기가 쉽고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잘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족관계가 어렵다면 먼저 내 안의 면박꾼의 소리를 분별하여서 그것이 진리가 아니고 거짓말인 것을 알고 자존감을 상하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대 증거들을 찾아야 한다.
03_가족은 아주 가까우면서도 상처 쉽게 주고 받는 사이
나의 좋은 점, 나의 강점을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공감해줌으로 자존감을 더 세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나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사람과 공동체를 가까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건강한 의사소통법을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의사소통 패턴은 일반적으로 부모로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사티어는 ‘비난, 회유, 산만, 초이성형’과 같은 건강하지 못한 의사소통을 버리고 ‘일치형’으로 자신과 타인과 환경을 모두 고려한 소통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중심적인 것을 버리되 나의 필요도 고려하고 타인도 고려하여서 서로가 모두 윈윈 (win win)하는 소통법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사람의 소통법을 보면 타인이 자신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을 때 이해를 하지 못하고 타인을 비난하고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학대나 억압을 많이 받은 사람들 중에 자신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타인 위주로 소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은 처음에는 자기 주장을 하지 않고 참다가 나중에 폭발하고 피해의식과 분노에 휩싸이면서 공격적으로 나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이나 갈등상황에서 자신에게 있는 좋지 않은 의사소통 패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상황이 되었을 때 소통을 하지 않고 숨어버리거나 스트레스 상황이 되었을 때 일단 무조건 타인에게 잘못을 떠 넘기는 사람 등 건강하지 못한 소통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가족관계를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의사소통 양식을 잘 살펴보고 그것을 바꾸어서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 나의 자존감에도 도움이 되고 그것은 갈등을 잘 해소하도록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가족들은 아주 가까우면서도 상처를 쉽게 주고 받는 사이다. 그 안에서 좋은 소통과 나의 자존감을 지켜 나가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건강하게 성장시켜 나가는데 있어 필수적인 것임을 기억하고 더 나은 가족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 김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