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아직 머리를 드러내지 않았을 때
죽은 줄 알았던 유칼립투스들이
죽을힘을 다하여 끌어올리는 것
살아 돌아온 전사처럼
숯덩이 자신들만의 비법으로
불면을 태우고
심장을 열어젖히고
겹겹의 옷자락에 얹혀진 혈관
터진 사이 사이로 호흡이 낭자하다
불 꺼진 방에서 잉태하는 일
잔혹은 벗어버려
핏빛 하늘 때처럼
구름이 간혹 통째로 흩어졌지만
저 푸른 하늘처럼 산을 떠난 적 없었기에
새카맣게 우거지는 눈부신 시위
어떤 목숨을 본다
당신 가슴에서 시작된
아픔이 배어 나오는 명장면 하나쯤
초록은 죽음의 절창이었다
김인옥 (시인·문학동인 캥거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