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우리, 잠도 안 오는데 낚시나 갈까?” 얼마 전, 토요일 밤에서 일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각… 아내도 저도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낚시장비를 챙겼습니다. 새벽 세 시를 훌쩍 넘긴 시각… 어두운 도로 위를 달리는 차는 우리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캥거루나 다른 동물들이 튀어나올까 봐 조심조심, 천천히 숲길을 운전해 우리의 놀이터(?) 아쿠나베이에 도착했습니다.

‘갔다가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지?’ 당연히 그냥 돌아오는 거였습니다. 둘 다 소심한 ‘트리플 A형’인 아내와 제가 아무도 없는 외진 곳에서 단둘이 낚시를 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 전, 목요일 마감을 끝내놓고 밤 열두 시가 다돼서 아쿠나베이로 달려갔는데 그날따라 어쩐 일인지 낚시터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하고 가자…’며 용기를 내서 막 낚싯대를 펼치는데 승용차 세 대가 멈춰서고 건장한 중동청년 여러 명이 내리는 게 보였습니다. 그들은 그들 대로 그들만의 심야 드라이브를 즐기기 위해 왔을 테지만 아내와 저는 혼비백산, 그대로 짐을 쌌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칠흑같이 깜깜한 밤… 그날은 다행이 저쪽 끝에 빨간 찌 두 개가 떠있는 모습이 보였고 한국사람 두 명이 열심히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뭐, 꼭 욕심을 내고 간 건 아니었지만 새벽시간에는 민어나 킹피시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은근히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도 옐로테일들만 끈질기게 달라붙을 뿐 별다른 재미가 없었습니다.

낚시를 하고 있으면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뽀얗게 내려앉았던 물안개가 걷히고 천천히 날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지런한 낚시꾼 몇 팀이 합류해 낚시터에는 어느새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열심히 낚싯대를 던지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쓸만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득 여러 사람들 말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예닐곱 명의 사이클리스트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후 그들을 필두로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이클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호젓한 길… 그러고 보니 아쿠나베이는 사이클 타기에 아주 좋은 코스인 듯싶습니다.

누구나 집에 있었으면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 시간… 저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들’은 그렇게 자신의 취미활동과 건강 챙기기에 열심이었습니다. 고민과 방황이 많았던 20대 초반 시절, 기어도 달려 있지 않던 빨간색 사이클을 타고 여기저기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던 시간들이 있었음에도 지금은 넘어지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이클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워 쓴웃음을 한번 지었습니다.

깜깜한 시간에는 갈치를, 동이 틀 무렵에는 민어나 킹피시를 노려봤지만 쓸 데 없는 물고기들만 몇 마리 잡았다가 놔주고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비록 낚시는 꽝을 쳤지만 차갑고 신선한 아침 공기와 주변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합창소리는 우리의 머리를 맑고 상쾌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여기서 먹고 갈까, 아니면 집에 가서 먹을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우리는 이내 아쿠나베이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전용 식탁보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의 눈앞에서는 야끼니꾸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침 여덟 시부터 바비큐라니… 그것도 엄청난 양을… 평소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름진 삼겹살이 아닌 소고기라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돼줬습니다. 우리는 “아이구, 배불러! 배 터지겠다!” 하면서도 김치볶음밥까지 만들어 깨끗이 먹어 치웠고 믹스커피까지 ‘더블 샷’으로 즐기며 호사를 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샤워를 하자마자 곧바로 기절(?)했지만 세 시간 정도를 자고 나니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는 것 같아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긴 했지만 낮과 밤이 바뀌는 이 같은 ‘일탈’은 자주는 말고 어쩌다 한번 하는 게 옳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태선 tonyau777@gmail.com

<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

 

Previous article호주뉴스 : 연방정부 세 번째 예산안 발표 93억불 흑자 예상… 향후 전망은 흐림?!
Next article교민동정 (2024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