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마스크를 볼모(?)로 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구독료 자동이체 관련 ‘대단한 마케팅’ 이야기와 마스크 몰아주기로 아들에게 100억원대의 이익을 챙겨준 ‘부정이 넘치는 아버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들보다도 한발 앞서 더 놀라운(?) 마케팅을 펼친 기업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롯데마트로, 2월 27일 ‘아사히 드라이맥주 6캔을 구입하면 KF94등급 마스크를 증정하는 판촉이벤트’를 시작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앞의 두 신문도 그렇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여전한 가운데 마스크까지 얹어 뱃속을 챙기려는 그 사람들의 뇌 구조는 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참 많이 궁금해집니다. 아무리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지만,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그리고 롯데마트가 이런 식으로 돈벌이를 하는 건 정말 아니지 싶습니다.
이해가 안 가는 그림은 한국 정치판에도 있습니다. 2월 17일, 당명만 바꾸고 나름 거창한 출범을 선언한 ‘그 당’ 사람들이 나오는 뉴스를 보면 온통 분홍색투성이입니다. 얼핏 봐도 일본을 연상시키는 분홍색 꽃 그림들은 물론, 그들이 입은 옷도 여지없이 분홍색입니다. 안 그래도 친일오해(?)를 받고 있는 그 당 사람들이 무슨 연유로 그 같은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이에 앞서 비례대표 몫을 노리고 2월 5일 출범시킨 그들의 위성정당이 누가 봐도 일본국기를 연상케 하는 당 로고를 발표했을 때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따가운 여론을 인식했는지 그들은 지난주 금요일에 바뀐 로고를 내놨는데 이번에는 며칠 전 발표한 다른 정당의 로고와 너무너무 흡사한 모양새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게나 생각이 없고 머리가 없는지 참 답답하고 한심하고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제가 한국정치에 완전히 환멸을 느낀 건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때였습니다. 6.10민주항쟁 끝에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지만 ‘야권후보 단일화’ 염원을 무시한 채 서로 본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나섰던 3김씨들은 결국 ‘죽 쒀서 개 좋은 노릇’을 했고 한국 민주주의는 다시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표적인 인권변호사가 후보로 나왔길래 마지막 기대를 갖고 그에게 표를 줬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만취상태로 국정감사장에 들어가 장관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등… 그로 인해 저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지금도 변함 없이 나타나는 고전적인(?) 그림들이 있습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출근길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재래시장을 돌며 상인들의 손을 잡는 건 물론, 뜬금없이 지나가는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며 친한 척을 합니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던 시장 음식을 우걱우걱 먹기도 하고 길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 절을 하는 쇼(?)까지 연출합니다. 그렇게 오만 짓거리를 다해 국회의원 뺏지를 달고 나면… 그 사람들의 태도는 거의 180도로 변합니다.
얼마 전, 한 매체에 핑크당으로 변신하기 전의 황당대표가 지나는 여성시민에게 악수를 청했다가 거부당하자 계속 좇아갔지만 결국 네 번 만에 외면당하고는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씁쓸한 웃음을 보이고 있던 그 황당대표는 얼마나 황당하고 머쓱했을까요?
저한테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쁜 출근길에 어깨띠를 두른 한 국회의원 후보가 제 앞을 막아 섰습니다.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띤 채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을 잡아주지 않고 지나려 하자 다시 제 손을 잡으려 했고 재차 손을 피하자 그가 다시 한번 제 손을 잡으려 달려들었습니다.
“싫다는데 왜 자꾸 이러십니까? 저는 후보님을 지지하지 않기에 악수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표 얻을 때만 이러지 마시고 평소에도 지역구 주민들께 이런 열정을 보여드리세요.” 저의 이 같은 일갈에 그와 그의 지지자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그림이 여전히 먹히는 걸 보면 정치판에도 어지간히 심각한 중독성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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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