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에도 일각에서는 기자 (記者)를 ‘꺼릴 기 (忌)’자를 써서 기자 (忌者)라고 표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저같이 쑥맥(?) 혹은 헐렝이(?)인 기자들도 있었지만, 목에 힘을 주고 이런저런 것들을 노골적으로 바라고 요구하는 기자들은 이래저래 대하기가 껄끄럽고 불편해 피하고 싶었던 때문이었을 겁니다.
요즘은 온 오프라인 매체의 범람과 자격미달 혹은 수준미달인 기자들이 넘쳐나는 통에 ‘기레기’라는 부끄러운 표현과 함께 이 같은 취급을 받는 기자 (忌者)들이 우리 때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습니다. 새삼스런 이야기이지만 권력이나 돈에 빌붙어 아부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나쁜 짓을 스스럼 없이 일삼는 기자들은 존재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조금 맥락을 달리하긴 하지만, 운전 중 도로에서 경찰차를 만나면 딱히 잘못한 게 없음에도 괜히 신경이 쓰이는데 당사자인 경찰로서는 좀 억울한 일일 듯싶습니다. 역시 궤를 달리하는 것이긴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존재 중에 의사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아픈 데가 없으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의사였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만나는 의사의 수나 횟수도 슬그머니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사실, 저는 젊어서부터 의사들과 매우 가깝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내과, 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안과, 치과… 한의사에 이르기까지 의사라는 의사는 모두 만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철저히 제가 아닌 ‘남의 건강’을 위해서였습니다. 각 분야의 유능한 의사들은 기자로 일하는 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취재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자격(?)으로는 의사와의 만남이 거의 없었습니다. 감기조차 한번 걸리지 않는 소문난 ‘인조인간’이었기에 아주 가끔 스케일링을 위해 치과를 찾았을 뿐 남들이 흔히 하는 건강검진도 제대로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특별하게 아픈 데 없이 잘 살아낸 걸 보면 저의 젊은 시절은 참 복 받은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제는 정기적으로 GP선생님을 만나 피 검사도 하고 독감예방주사는 물론, 파상풍, 대상포진… 각종 예방주사들도 미리미리 맞아둡니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을 부릴 때는 화이자 백신을 3차까지 맞느라 고군분투(?)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걸로도 모자라(?) 어딘가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곳이 생겼다 싶으면 어김없이 그 분야 스페셜닥터를 만나 ‘이상 없음’을 확인합니다. 얼음은 물론, 돌덩이(?)도 씹어먹을 만큼 단단했던 이와 잇몸도 옛날 같지 않아 스페셜닥터를 만나고 임플란트를 논의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남들은 쉽게 하는 피 검사를 어렵게 해서 GP선생님에게 늘 죄송한 마음인 가운데 가급적 병원에 가지 않고 의사와의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싶은데 그게 참 마음대로 되지를 않습니다.
젊은 시절처럼 지금도 병원에 가지 않고 의사도 만나지 않고 약도 먹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 하지만 저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한두 가지 이상의 약은 필수로 먹고 의사와의 거리두기는커녕 그분들과 매우 친하게(?) 지냅니다. 그래도 큰 수술 같은 걸 받지 않고 앰뷸런스 신세를 지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더 나아가, 여기저기가 아파서 의사와 약에 의지해 살고 있을지언정 이미 이 세상에 없어서 지금 이 순간 아프지도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하루 종일, 특히 밤이 되면 심해지는 데다가 눕기만 하면 기침이 폭풍처럼 일어 단 1분도 못 자고 거실 소파에서 뜬눈으로 지샌 게 8일… 이러다 뭔 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9일째 되는 날… 얼떨결에 열두 시간 이상을 기절한 것처럼 잤습니다. 그 후에도 마른기침은 한동안 계속됐지만 오랜 시간을 기침에 시달리며 밤을 꼬박 새고도 괜찮을 수 있다는 건 아직까지 체력이 뒷받침 된다는 의미였기에 무한한 기쁨과 감사를 느꼈습니다. 고마운 의사선생님들, 하지만 그분들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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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운> 대표. 1956년 생. 한국 <여원> <신부> <직장인> 기자 및 편집부장, <미주 조선일보> 편집국장. 2005년 10월 1일 <코리아타운> 인수, 현재 발행인 겸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