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국정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연평균 13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일본의 6배라는 거다. 한국의 인구가 일본의 절반이라는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음주운전 건수가 이렇듯 높은 것은 한국인은 술이나 술로 인한 실수에 대해 친구처럼 너그럽지만, 일본인은 비즈니스처럼 냉정하다는 민족성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예로부터 한민족은 음주가무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한다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역사적이든 국민감정이든, 일본이 싫다 좋다를 떠나서, 일본국민들에 비해 한국국민들의 준법정신이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배려심이 비교적 낮다는, 이기심의 결과라는 생각도 들어 조금 불편하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다.

나는 한국에 살 때는 한번도 음주운전을 해본 적이 없다. 가난한 봉급쟁이가 뒤늦게 어렵사리 구입한 차량이 아까워서였는지, 세계적으로 이름난 구석구석 파고든 잘 발달된 대중교통시스템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뉴질랜드에 살면서 자행했던 몇 번의 음주운전에 대한 변명을 지극히 더디고 단조로운 대중교통시스템 때문이었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는 음주운전에 대한 부끄러움과 후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음주운전은 살인이며 가정을 파괴시키고 인생을 파멸시키는 무서운 흉기 임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에서 들려오는 음주운전 사고는 두렵기까지 하다.

사실 음주운전뿐만이 아니다. 어떤 상황이든 음주상태에서 행하는 행동, 약속, 판단, 결정 같은 것들은 즉흥적이고, 감성적이고, 비이성적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음주상태에서의 행위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파멸을 수반할 수 있는 개연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술은 적당하면 삶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지나치면 마귀가 되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음주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의 지도자가 음주상태에서 정책결정을 했다는 소식이다. 음주운전에 비할 수 없는 두려움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가 국가정책을 냉철한 이성과 시물레이션을 통한 분석과 검토가 아닌, 음주상태에서 즉흥적인 감정으로 결단하고 시행한다면 그건 바로 국가파탄으로 귀결될 수도 있는 살 떨리는 공포다.

국가내란죄로 사법부의 심판대에 선 전 대통령 윤석열은 때와 장소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고 폭탄주를 즐긴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민들은 설마 했었다.

과음으로 출근을 못해 가짜 출근을 한다느니, 술이 깰 때쯤 또 술을 마셔 술에 취한 상태에서 국무회의를 진행 한다느니 하는 소문에도 국민들은 국가를 책임진 대통령이란 사람이 설마 그런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하겠냐고 했다. 그런 소문은 반대세력들의 모략이고 흠집내기라고도 했다.

최근에, 국가내란죄를 심판하는 법원에 내란수괴로 지목된 전 대통령 윤석열이 피의자로 출석했다. 그 자리에 12.3 비상계엄선포 당시 국회에 들어가 국회위원들을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명령을 받은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이 증인으로 나왔다.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곽종근은 윤 전 대통령은 12.3전인 10월에도 비상계엄선포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윤석열이 곽종근을 힐책하듯이 말했다.

“그날은 이제 국군의 날 행사 마친 군수뇌부들이 몇 사람만 온다고 해서 우리 관저의 주거공간으로 왔잖아요. 한 8시 넘어서 오셔 가지고 앉자마자부터 그냥 소맥 폭탄주를 막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내 기억에 폭탄주 20잔 이상으로 술을 아주 굉장히 많이 잔이 돌아간 것 같은데 거기서 무슨 시국 얘기할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말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곽종근에게 너 거짓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곽종근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것이다. 하여튼 대단한 술꾼이다. 폭탄주 20여잔을 마시다니 무섭고 겁난다. 나는 소맥 폭탄주 3잔만 마셔도 알딸딸해지고 몸뚱이가 많이 힘들어한다. 그에 비하면 난 술꾼도 아니다.

어쨌든, 윤석열의 발뺌에 대해 곽종근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에 분노했는지 새로운 사실을 말했고 윤석열은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곽종근은 “지금까지 제가 안 했던 차마 그 말씀을 안 드렸는데, 한동훈 하고 정치인들 일부 호명하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그 말을 여태까지 검찰에 가서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전 대통령께서 그 말씀 하지 않으셨다면 그 얘기 제가 안 했을 겁니다”라고 했다.

곽종근은 윤석열의 질문에 기분 나빠 명징하게 기억한다고 말한 것이다. 맞다. 국군통수권자 앞에서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정신이 흩어지지 않을 거다.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뻗어버릴지언정. 그런데 ‘너 그날 술 취한 거야. 그러니 헛소리 마라’는 윤석열의 발뺌에 곽종근은 전 대통령이라는 존칭도 버리고 ‘당신’이라며 불어버린 거다.

이날 전 대통령 윤석열은 곽종근에 대한 공격으로 그 동안 윤석열의 술에 대한 소문은 사실이었음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국군의 날이라는 엄숙한 날에도 장성들을 모아 폭탄주 술판을 벌였으니 상식과 원칙을 떠나 그는 군 통수권자로서 수준 이하인 것이다. 그는 그냥 해롱대는 술꾼이었을 뿐이다.

그는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라 음주국정 (飮酒國政)을 한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면 사고가 나고 일상이 무너지고 자신이나 가정이 엉망진창이 될 개연성이 높은데, 하물며 음주국정을 했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었을 거다. 섬뜩하다.

 

 

왜들 이러시나 | 온라인 코리아타운글 / 최원규 (칼럼니스트·뉴질랜드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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